이용주 시인 / 그 안개
타인이기 전 이미 남이 되어버린 그 내 등 뒤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와 누워있는 틈 사이
나는 밤의 무대에 서서 악기를 연주 하고 있었다
나무뿌리는 오래된詩로 자라나고 있었다
어둠이 몰려온 조그만 그 다락방 나는 그의 안에 있었다 낮고 습한 곳에서 핀다는 달개비꽃 죽음을 부르는 사물의 세계로구나 소금이 흩어졌고 사과나무가 나의 뼈를 달래곤 했었다
자정이 오고 있는 동안 지금도 그의 맨살을 만지는 것 같았다
이용주 시인 / 꽃잎과 바람
화단에 비친 꽃나무가 울고 있다 나무가 거리에 한눈을 판다 생의 비밀을 새하얀 꽃무리처럼 잃어버린 어떤 사물도 아니고, 뒷모습이 앞모습으로 다닐 알몸이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속에 세상을 흔든다 겨울나무를 흔든다 나를 흔든다 물고기 떼를 지어 사이사이 합창을 연다 마지막 남은 달력한 장, 그곳을 지나려한다
저녁이 와도 돌아오지 않는 꽃잎이 지지 않아 바람을 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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