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아는 만큼 보인다] 211. 여섯째 계명① (「가톨릭교회 교리서」 2331~2336항) 삼위일체 교리는 부부사랑의 설계도 가톨릭신문 2023-04-02 [제3337호, 18면]
크리스토퍼 홉스 ‘성가정’. 교회에서 말하는 남녀 사랑이 지향해야 하는 가장 완전한 모델은 하느님 삼위일체 관계이다.
이번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지진으로 5만여 명이 사망하였습니다. 그런데 가장 피해가 큰 하이타주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도 인구 4만2000명 규모의 에르진에서는 놀랍게도 건물 붕괴와 인명 피해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외케소 엘마소글루 에르진 시장은 “우리는 지진으로 목숨을 잃지 않았고, 건물도 무너지지 않아 잔해도 없습니다”라며 “우리는 불법 건축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라고 단호하게 이유를 밝혔습니다. 명확한 규범이 적용된 건축물은 웬만해서는 잘 무너지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 인간관계나 특별히 부부관계도 이러한 설계도가 존재하지 않을까요? 이제 십계명에서 간음하지 말라는 여섯째 계명을 살펴볼 것입니다. 간음하지 말아야 가정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죄가 지진과 같다면 명확한 규정대로 설계된 부부관계는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교회에서 말하는 남녀 사랑이 지향해야 하는 가장 완전한 모델은 무엇일까요? 바로 하느님 삼위일체 관계입니다. 교리서는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라고 말하며, “하느님께서는 남자와 여자의 인간성 안에 사랑과 일치의 소명을 부여하시고, 따라서 그 소명에 따른 능력과 책임도 부여하셨습니다”(2331)라고 가르칩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시고, 남녀 사이의 사랑이 당신께서 사람을 사랑하시는 절대적이고 변함없는 사랑의 표상이 되게 하셨습니다.”(1604)
삼위일체 신비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완전히 계시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드님께 성령을 한량없이 부어주십니다.(요한 3,34) 성령을 한량없이 부어주신다는 것은 당신이 가진 “모든 것”(요한 3,35)을 아드님 손에 내주신다는 뜻입니다. 이는 마치 남자가 밖에 나가 아내를 위해 땀과 피가 섞인 돈을 벌어주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이러한 아버지를 위해 죽기까지 순종하여 교회를 탄생시키셨습니다. 교회는 “하와가 잠든 아담의 옆구리에서 만들어졌듯이, 교회도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그리스도의 꿰뚫린 심장에서 태어났다”(766)라고 가르칩니다. 이는 마치 여자가 남편을 위하여 자녀를 낳고 키우는 것과 같습니다.
아드님께서 아버지께 죽기까지 순종하신 것처럼 아내가 남편에게 순종해야 할까요? “남녀는 서로 다르지만 그 품위에서 동등”(2335)합니다. 삼위일체 신비는 아내의 순종이 낮아짐이 아니라 하나되는 원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됩니다. 이는 큰 신비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리스도와 교회를 두고 이 말을 합니다”(에페 5,31-32)라고 말합니다. 그리스도는 아버지께 하신 것처럼 교회를 당신 몸으로 삼기 위해 당신께 순종하게 하신 것입니다.
이처럼 삼위일체 신비가 남녀의 관계로 설명되고 그것이 삶에 적용되지 않으면 모든 관계는 모래 위에 세운 집처럼 위태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신학이 발전하고 확고해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삼위일체를 이해할 수 없는 신비라고만 하지 맙시다. 삼위일체 신비는 모든 관계의 모델이고 설계도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 이스라엘과 맺으신 혼인 계약은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준비하는 것”(1612)이었고, “그리스도인의 삶 전체에는 부부애의 표상인 그리스도와 교회의 사랑이 깃들어 있습니다.”(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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