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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최예지 시인 / 어죽(魚粥)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2. 5.
최예지 시인 / 어죽(魚粥)

최예지 시인 / 어죽(魚粥)

가마솥 안에서 뼈와 살이 끓는다

생사를 넘어선 아우성에

무쇠도 침묵을 깨고 거품을 토해낸다

물살을 거슬러 들썩이던 아가미가

마지막으로 내뿜는 강의 입김

가루가 된다 해도

끝내 풀어지지 않으려는 뼈의 결의

아버지의 땀으로 영근

순백의 쌀알들 속에서

신화 속 마늘과 몸 섞으며

한 솥에서 눅진하게 풀어진다

뜨거운 숨결 들이켜고

지친 몸 다시 세워

시대를 헤엄치라고

​​

-웹진 『시인광장』 2026년 1월호 발표

 

 


 

 

최예지 시인 / 겨울일기

 

 

눈소리에 묻힐세라 콩을 턴다

 

하얗게 아문 가을의 상처

앙상하지 않은 자유로운 가지 되어

늘어진 하푼 내뱉는다

 

해의 반쪽을 머금어 따듯한

소복히 여문 발자국

달의 자장가를 들려주러 재촉해 달려온다

 

 


 

최예지 시인

2021년 《포엠포엠》 신인상을 통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