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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512

최혜숙 시인 / 폐사지 외 1편 최혜숙 시인 / 폐사지 설악산 깊은 골에 짐승처럼 쓰러져 누운 암자 한 채 산 넘어 간 종소리 돌아오지 않고 허공을 옮기던 목어도 사라지고 스님의 독경소리 끊긴 지 오래다 수만 근 적막이 담장을 치고 있다 산문은 하늘로 열려 있어 밤이면 달빛이 내려오고 별들은 마당을 쓸고 간다 밤이 깊을수록 진해지는 솔향 산 귀퉁이 어디쯤 너구리와 고라니와 노루와 꿩 다람쥐가 달빛을 덮고 잠들어 있을 것이다 새와 벌레 울음소리가 고요해진 산은 나뭇잎 하나 떨어지자 부스스 깨어난다 최혜숙 시인 / 어느 몽상가의 등불 침묵이여 내 안에서 타는 빛이여 나를 살게 하는 힘이여 내 영혼의 깊은 잠을 깨워다오 침묵이여 내 혼을 관통하는 등불이여 날개 치며 일어나는 불꽃이여 내 생을 떨게 하는 힘이여 침묵이여 내 혀끝에서 지워지는 .. 2022. 8. 15.
<디카시>김왕노 시인 / 동행 3 김왕노 시인 / 동행 3 ​ 육교 아래 늘 서성이는 어둠이지만 어둠도 둘이서 나누면 빛보다 밝다. 엡진 『시인광장』 2022년 7월호 발표 김왕노 시인 1957년 경북 포항 동해 출생. 공주교대 졸업. 아주대학원 졸업. 199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꿈의 체인점〉으로 당선. 시집 『황금을 만드는 임금과 새를 만드는 시인』 『슬픔도 진화한다』 『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 『아직도 그리움을 하십니까』 등이 있음. 2003년 제8회 한국해양문학대상, 2006년 제7회 박인환 문학상, 2008년 제3회 지리산 문학상, 2016년 제2회 디카시 작품상 2016년 수원문학대상 등 수상. 현재 웹진『시인광장』 편집주간, 시인축구단 글발 단장, 한국 디카시 상임이사, 한국시인협회 부회장. 2022. 8. 15.
김상배 시인 / 봉지 외 1편 김상배 시인 / 봉지 군대 간 아들을 면회하고 돌아오는 길에 휴게소에서 차 속을 정리하는데 과자 빈 봉지가 눈에 든다 아들이 먹고 버린 빈 봉지, 차마 버리지 못해 꼬깃꼬깃 딱지를 접어서 안주머니에 넣고 있는 내 꼴이 마치 빈 봉지 같다 김상배 시인 / 아무것도 아닌 저 안개가 걷힐 때까지, 그대들은 그 동안 안개가 이루어놓은 신비의 성문城門 앞에서 서성거리게 되겠지만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 길고양이 같은, 성문 안은 사실, 아무것도 아닌 것들. 그것들을 막연하게 감싸고도는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안개여.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의한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위한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여. 저 안개가 걷힐 때까지, 우리는 도요새에 관한 명상*이 아니라 후배 조모상喪 부의금 액수에 관한 명상 같은 아무것도 .. 2022. 8. 15.
조세핀 시인 / 커피로 왔다 조세핀 시인 / 커피로 왔다 비를 품은 바람으로 구름으로 발끝에 부딪히는 돌멩이로 붉게 멍든 호흡으로 그리하여 작은 마을이 생겨나고 맺어지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 한 방울 두 방울 별이 되어 떨어져 내리는. (시집 ‘고양이를 꺼내줘’, 천년의시작, 2019) 조세핀 시인 광주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본명: 조남희) 2016년 계간 《시와 사람》으로 등단. 시집 『고양이를 꺼내 줘』가 있음. 현재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원. 2022. 8. 15.
장수진 시인 / 극야(極夜) 외 2편 장수진 시인 / 극야(極夜) 신은 밤새도록 악마와 당구를 치고 잘못 맞은 적구가 당구대 밖으로 튀어 오르면 도시에 태양이 뜬다 딩...딩... 악마는 발가락을 까딱이며 알람을 울리고 두 팔을 길게 뻗어 잠이 덜 깬 자의 발에 구두를 신겨준다 우리는 걷고 또 걷고 사고팔고 사랑하고 오해하고 추락하고 추억하고 두 노인네는 낮의 당구장에 죽치고 앉아 끝없는 이야기를 나눈다 악마가 이름을 부르면 누군가 태어났고 신이 그 이름을 까먹으면 누군가 사라졌다 그들은 했던 말을 하고 또 하고 먹은 밥을 먹고 또 먹었다 집에 간다며 악수하고 헤어진 신과 악마는 길을 헤매다 우연히 다시 만나 서로의 이름을 바꿔 불렀다 아침은 오지 않고 쉰내가 풀풀 나는 어둠만 머리 위로 끝없이 쏟아졌다 장수진 시인 / 폭우 혹은 사랑 비 .. 2022. 8. 15.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성 바오로 수도회(중)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성 바오로 수도회(중) 예수님과 성모님 향한 신심 강조 가톨릭신문 2022-08-14 [제3306호, 4면] 이탈리아 성 바오로 대성당 앞에 있는 성 바오로 상. ‘사도의 모후 눈길 아래 성 바오로의 정신으로 길·진리·생명이신 스승예수님의 복음을 온전히 살 것을 열망한다.’ 이 문장은 성 바오로 수도회의 신심을 드러낸다. 그 핵심은 세 가지로, ‘길·진리·생명이신 스승예수’, ‘사도들의 모후이신 마리아’, ‘성 바오로 사도’다. 먼저 성 바오로 수도회는 하느님과 일치하신 ‘스승예수’님을 따른다. 스승예수님은 길이요, 진리요, 생명으로, 예수님을 향한 신심은 수도회 삶의 근본이자 바탕이다. 수도회 창립자 복자 야고보 알베리오네 신부는 예수님을 향한 신심은 수도 생활의 본질이라.. 2022. 8.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