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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신 앙 관 련

진정한 부활의 경축

by 파스칼바이런 2010. 4. 6.

진정한 부활의 경축

 

 

요 몇 년 사이 참으로 큰 스승들께서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이렇게 한 시대가 가는가 봅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우리에게 정확하게 이정표를 제시해주시던 분들, 지난 시대 우리들의 빈약한 정신세계를 그나마 정화시켜주시던 분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 마더 데레사 수녀님, 선우경식 원장님, 김수환 추기경님, 법정 스님...

 

그런데 이런 분들을 머릿속에 떠올릴 때 마다 참으로 특별한 느낌 한 가지가 마음에 남습니다.

 

분명 그분들은 더 이상 이 세상에 계시지 않습니다. 의사로부터 명확하게 물리적, 신체적 죽음이 판명되었고, 우리들 눈앞에서 장례를 치뤘고, 땅에 묻혔습니다.

분명히 그분들은 더 이상 여기, 이 세상에, 우리들 눈앞에 안계십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분들은 분명히 우리들 가운데 살아계십니다.

우리 마음 안에, 우리 정신 안에, 우리 영성 안에, 우리의 사고 안에 생생히 살아 숨 쉬고 계십니다.

 

그분들이 살아 생 전 우리에게 보여주셨던 그 절절한 사랑, 그 따뜻한 인간미, 그 소박함, 그 인자로움, 가난한 이웃들을 향한 측은지심은 아직도 생생하게 제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저는 이런 현상 앞에 어렴풋하게나마 부활이 무엇인지를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경축한다는 것,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다는 것, 과연 무엇을 의미합니까? 그분의 자취가 우리 안에 남아있다는 것이 아닐까요?

그분께서 남겨주셨던 사랑의 삶을 우리 생활 안에 재현시키는 일이 아닐까요?

그분께서 온 몸으로 보여주셨던 섬김과 봉사의 삶이 내 삶 안에서 되풀이되는 일이 아닐까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자신의 몸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던 수의를 한 꺼풀 한 꺼풀 벗겨낸 후 빈 무덤에 남겨놓고 무덤 밖으로 걸어 나오셨듯이, 우리도 우리를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껍질(불신의 껍질, 의혹의 껍질, 죄의 껍질, 죽음의 껍질, 교만의 껍질..)을 하나하나 벗겨내고 힘차게 일어선 후 밝은 세상을 향해 걸어 나오는 것이 우리 각자가 이뤄내야 할 부활이 아닐까요?

 

비관적이고 수동적이고 적대적이던 우리의 사고방식을 빈 무덤 속에 내려놓고 긍정적이고 호의적이고 수용적인 사고방식으로 새 출발하려는 마음이 우리 각자에게 해당되는 부활이 아닐까요?

 

아무리 큰 풍파가 닥쳐온다 할지라도, 아무리 상황이 꼬이고 꼬인다할지라도 관대한 시선, 낙천적인 태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내 삶을 직면하려는 모습이 부활의 영성을 살아가는 길이 아닐까요?

 

전에는 땅에 근본을 두고 살았다면 이제는 하늘에 근본을 두고 살려는 마음, 전에는 육에 몰두하고 살았다면 이제는 영에 몰두라고 살아가려는 마음, 전에는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가려고 발버둥 쳤다면 이제는 하느님과 이웃을 중심에 두고 살아가려는 마음이 내 안에 부활을 되살려내는 길이 아닐까요?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