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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가톨릭 산책

하느님의 자비와 성녀 파우스티나 수녀의 영성

by 파스칼바이런 2010. 9. 14.

하느님의 자비와 성녀 파우스티나 수녀의 영성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신 것 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 파우스티나 수녀의 유해와 하느님의 자비 상본이 모셔져 있는

폴란드 크라코프 라기에브느키의 자비의 성모 수녀회의 성당. 

 

이웃을 향한 동정과 연민, 관대함과 너그러움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예수께서는 “너희의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신 것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가 6, 36)고 당부하셨지만 세상은 오히려 갈수록 삭막하고 각박해지는 것 같다.

이 시대야말로 자비, 하느님의 자비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새해를 맞아 ‘하느님 자비의 사도’라 불리는 성녀 마리아 파우스티나(1905-1938) 수녀의 삶과 그가 전하는 하느님의 자비 신심을 살펴보면서 이 시대에 요청되는 하느님의 자비를 어떻게 구하고 실천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 본다.

 

대희년의 열기가 한창 고조되던 2000년 4월 30일 부활 제2주일.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는 새 천년기의 첫 성인의 탄생을 선포하는 시성식이 거행됐다.

그 성녀는 성모의 자비 수녀회의 마리아 파우스티나 수녀였다.

 

폴란드 출신의 파우스티나 성녀는 13년간의 수도 생활을 끝으로 33세라는 젊은 나이에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갔지만, 일생을 통해 하느님의 자비를 깊이 묵상하는 가운데 어린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자비로우신 하느님께 자신을 전적으로 의탁하면서 이웃을 향한 자비로운 마음을 키워나갔다.

그리하여 성녀는 '하느님 자비의 사도'라 불리게 됐다.

 

파우스티나 수녀는 계시나 환시 같은 특별한 체험을 통하여 알게 된 하느님 자비의 신비에 관한 내용을 고해사제의 뜻에 따라 일기로 기록하였고, 이 일기는 세계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어 '하느님의 자비 신심'을 널리 전파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교황청은 한 때 이 일기와 하느님의 자비 신심에 대해 제재 조치를 내리기도 했지만 자료들을 다시 면밀히 검토한 후 이전의 조치가 잘못된 것임을 확인하고 1978년 4월에 이를 철회했다.

 

파우스티나 수녀는 1993년 4월 18일, 수녀에게 나타나신 예수께서 하느님의 자비 축일로 지내라고 명한 부활 제2주일에 시복됐으며, 2000년 대희년의 역시 같은 부활 제2주일인 4월 30일에 온 세계에 성녀로 선포됐다.

그리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날 파우스티나 수녀가 받은 계시 내용에 따라 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지내도록 했다.

 

왜 교황은 파우스티나 수녀를 새 천년기의 첫 성인으로 선포했으며, 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지내도록 했을까.

그것은 바로 이 시대가 무엇보다도 '자비'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파우스티나 수녀의 시성식 강론에서 그리스도께서 수녀에게 당신 자비의 메시지를 전파하라고 하신 시기가 세계 제1차 대전과 2차 대전 사이임을 주목한 후 양차 대전의 엄청난 희생과 고통, 두려움을 체험한 이들은 자비의 메시지가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지를 잘 알고 있다면서 파우스티나 성녀를 "우리 시대를 위한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밝혔다.

 

교황은 또 '내 자비를 신뢰하기 않는 한 인류는 평화를 얻지 못할 것이다'고 파우스티나 수녀에게 하신 예수의 말씀을 상기시키면서 이 자비의 메시지는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한줄기 빛을 던져 주는 특별한 선물로 여길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미 1980년에 발표한 자신의 두 번째 회칙 「자비로우신 하느님」에서 "사회가 보다 인간다워지려면 다각적인 인간관계와 사회관계에 정의만이 아니라 '자비로운' 사랑의 도입하는 길밖에 없다"면서 특히 어느 시대에나 그렇지만 특히 이 현대에 하느님 자비의 신비를 선포하고 생활에 옮기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역설했다(14항).

 

9 · 11 테러 대참사나 그 이후 정의의 이름으로 감행된 대 테러 전쟁, 팔레스타인 분쟁을 비롯해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폭력과 전쟁은 새로운 천년기의 첫 발을 내딛는 오늘의 인류에게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것은 엄정한 정의가 아니라 정의에 용서를 더하는 자비임을 강력히 일깨워주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도 성녀 파우스티나 수녀는 우리 시대에 주신 하느님의 고귀한 선물이다.

 

하느님의 자비 신심 - 어린이의 마음으로 자신을 온전히 의탁

 

성녀 파우스티나 수녀가 전하는 하느님의 자비 신심의 핵심은 하느님의 자비로우신 사랑을 세상에 일깨우고, 하느님의 자비에 관한 신심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먼저 어린이와 같이 순수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자비에 자신을 온전히 내맡겨 드리는 의탁이 필요하다.

또 말과 행동과 기도로써 자비를 실천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바탕으로 하느님의 자비 신심을 전하기 위해 성녀가 받은 메시지들에는 하느님의 자비 상본을 만들고, 하느님의 자비 축일을 지내며, 오후 3시에 하느님의 자비기도 시간을 갖고, 하느님의 자비 신심을 널리 전하라는 것 등이 있다.

 

하느님의 자비 상본 = 1931년 2월 22일 환시 중에 파우스티나 수녀에게 나타난 그리스도는 수녀가 본 당신 모습 그대로 상본을 그리고 그 아래에 ‘예수님, 저는 당신께 의탁합니다’라는 글을 넣도록 하셨다.

그 모습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모습으로 손과 발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표시가 나타나 있고, 심장으로부터는 붉은 빛과 엷은 빛의 두 광채가 발산되고 있다.

그리스도의 깊은 자비에서 흘러나온 이 두 광채는 성체성사(붉은 광채)와 교회(엷은 광채)를 상징한다.

 

하느님의 자비 축일 = 성녀의 일기에 따르면 그리스도께서는 부활 제2주일에 교회가 공식적으로 하느님의 자비 축일을 지낼 것을 요청하면서 이 축일이 모든 이들, 특히 불쌍한 죄인들을 위한 피난처가 되기를 바라셨다.

또 이 축일을 합당하게 지내기 위해서 고해성사를 보고 영성체를 하고, 모든 성당에서 하느님의 자비를 간청하는 성체조배 시간을 갖도록 하라고 당부하셨다. 이와 함께 성 금요일부터 9일 기도로 이 축일을 준비하라고 하셨다.

 

하느님의 자비 시간 = 파우스티나 수녀는 또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시각인 오후 3시에 하느님의 자비를 찬미하고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며 죄인들을 위해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는 기도를 바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가능하다면 그 시간에 십자가의 기도를 바치고 그럴 시간이 없으면 성당에 잠깐 들러 성체 앞에서 자비의 성심을 찬미하는 시간을 바치라는 것이다.

 

하느님 자비의 신심과 관련하여 성녀 파우스티나 수녀가 받은 메시지에는 이밖에도 하느님 자비의 9일 기도와 묵주로 바치는 하느님 자비의 5단 기도를 비롯해 많은 기도들이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된 내용들은 파티마의 세계 사도직 한국 본부에서 엮어낸 소책자「하느님 자비심에 대한 신심」과 「예수님 저는 당신께 의탁합니다」그리고 가톨릭 출판사에 펴낸 「자비가 풍성하신 하느님」등의 우리말 책자로 볼 수 있다.

 

하느님의 자비, 이렇게 실천하자

 

파우스티나 수녀의 메시지가 아니라 하더라도 하느님의 자비로우신 사랑을 깊이 체험하고 우리 자신과 온 세상의 구원을 위해 하느님의 자비를 구하며 자비를 실천하는 일은 하느님의 자녀들인 그리스도 신자들의 본분이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하루에 한번만이라도 하느님의 자비를 생각하며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비를 실천할 것을 다짐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이왕이면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오후 3시에 10분이나 20분 정도 시간을 내어보자.

그것이 어렵다면 오후 3시가 되면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하느님의 자비를 묵상하며 자비를 실천할 수 있는 힘을 주시도록 화살기도를 바치도록 하자.

그리고 동료나 이웃에게 자비로운 눈길이라도 한번 준 후에 다시 일을 계속하도록 해보자.

 

자비를 생각하는 시간이 잦으면 잦을수록 우리의 마음은 더욱 자비로워질 것이며 이는 자비의 실천으로 이어져 우리의 삶이 더욱 자비롭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파우스티나 수녀의 생애

 

하느님 자비의 사도, 성녀 마리아 파우스티나 수녀(Mary Faustina Kowalska, 1905-1938)는 1905년 8월25일 폴란드의 글라고비에츠에서 아버지 스타니슬라우스 코발스카와 어머니 마리안나 바벨 사이의 10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코발스카 부부는 가난하고 배운 것이 없었지만 신심 깊고 올곧은 사람들로서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순종, 부지런함 등에서 자녀들에게 큰 모범을 보였다.

이런 부모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헬레나는 어린 시절부터 이미 화살기도를 바치는 법을 알고 있었고 성격이 온순하고 잘 순종하였으며 남의 일을 돕는 일이라면 몸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가난한 이들에 대한 연민이 각별했다고 한다.

 

어려운 가정환경과 러시아의 폴란드 강점 등으로 초등학교 3학년을 채 마치지 못한 헬레나는 15세 때에 집을 떠나 남의 가정부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꿈꾸었던, 하느님과 일치하는 삶을 끊임없이 추구하던 헬레나는 20세 때에 자비의 성모 수녀회에 입회했으며, 마리아 파우스티나라는 수도명을 받아 주방일 정원사 문지기 등의 소임을 하며 13년을 살았다.

 

수도 생활을 하면서 파우스티나는 계시나 환시 같은 특별한 은사들을 체험했고, 이를 통해서 자신의 사명이 하느님의 자비를 전하는 데 있음을 깨닫게 됐다. 파우스티나 수녀는 1934년 고해사제의 뜻에 순명하여 ‘나의 영혼 안에서 하느님의 자비’라는 제목으로 특별한 영적 체험을 통해 받은 메시지들을 자세히 기록했다.

 

파우스티나 수녀는 폐결핵을 비롯해 다른 여러 고통으로 제2차 세계대전의 전야인 1938년 10월5일 33세의 나이에 일생을 마쳤으며, 1993년 4월18일 부활 제2주일에 시복됐다.

그리고 대희년인 다음해 4월30일 새 천년기의 첫 성인으로 선포됐다.

 


 

 축일 10월 5일 성녀 마리아 파우스티나 코발스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