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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가톨릭 산책

[수도원 순례] 그리스도의 성혈 흠숭 수녀회

by 파스칼바이런 2010. 12. 29.

 

 

[수도원 순례] 그리스도의 성혈 흠숭 수녀회

 

오 주여, 당신의 성혈로 우리를 구원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분은 성혈을 모두 쏟으셨고 모든 사람을 위해 쏟으셨으며 지금도 계속해서 쏟고 계십니다. 샘처럼 또는 누구나 가까이 갈 수 있는 생명의 강처럼 성혈은 계속 흘러 나와 아담의 모든 후손들에게 미치십니다. 그리고 이 성혈은 사멸할 인생의 순간마다 풍부하게 주어져 그들을 거룩하게 하고, 그들에게 영원한 행복을 주십니다”(1857년 회헌 서문에서)

 

피는 생명이다(레위 18,1l-14 참조).

 

아담의 번뇌, 그것은 유혹의 나무 앞에서 겪은 인간 최초의 고통이었다. 생명의 사멸을 예고 받은 유혹의 열매, 그리고 한입 가득 머금은 그 먹음직스럽던 열매의 맛 - 시기, 질투, 증오와 살인으로 번진 탐닉한 맛의 종말 - 카인에 의해 살해된 아벨의 붉은 피가 타락한 땅에 스며들지 못하고 부르짖는 절규에 아담은 생명의 소멸이 주는 극도의 고통에 몸부림 칠 수밖에 없었다. 창조된 모든 것이 죽음의 등장에 떨었고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그 최초의 대지 위에 선 아담의 고통.

 

삶의 수만큼 다양한 인간의 행복과 고통 그리고 그것으로부터의 해방을 외치는 교회의 신비로운 구원 역사는 시대의 죄악을 품어 구원의 신비로 펼쳐 준다.

 

성혈 흠숭 수녀회. 타락한 아담의 후손인 인간에 대한 사람 때문에 당신의 피를 전부, 마지막 한 방울까지 흘리신 그리스도의 인간 구원에 대한 사랑에 열렬히 응답하는 사랑의 절대적인 정신을 사는 수도회. 그리스도의 성혈 흠숭 수녀회.

 

사랑의 탄생

 

한 인간이 살아가는 시대 환경, 행복과 불행을 판가름해 주는 사건들 - 나폴레옹의 야심이 실패로 끝나고 무절서와 혼란의 후유증을 앓는 19세기의 이탈리아. 정치적 공백기의 여파, 전쟁이 남긴 상처는 작은 마을 발레콜사에도 커다란 문제를 남겼다. 공허가 휩쓰는 마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너도 나도 가정을 등진 남정네들. 참으로 시대는 혼란스러웠고 마을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문맹 한 부녀자들, 노인과 어린이들만이 남아 마을과 가정을 지켜야 하고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해야 하는 혼란의 와중에서 시대적 징표를 감싸는 하느님의 섭리는 성혈 흠숭 선교회(1815년 가스팔 텔 부팔로에 의해 창립)를 탄생시켰다.

 

시대의 아픔을 품는 수도회. 시대의 아픔, 그것은 단순히 인간 역사의 한 양상이라고 간단히 넘겨서는 안 된다.

 

“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 주셨다”(요한 3,16).

 

인간 역사는 하느님 사랑의 역사이기도 하다. 인간을 극진히 사랑하시는 하느님은 인간 사회의 변천에 민감히 반응하신다. 당신 사랑의 동반자들이었기에 그들이 사는 세상의 변화는 그분의 사랑을 움직이고야 만다. 이 하느님의 매혹적인 사랑, 구원하시고 해방하시는 사랑 자체가 되신 하느님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 - 이 경탄, 경외, 경이, 친밀한 사랑의 일치와 나눔, 그리고 강렬하고 친숙한 사랑의 전율에 매혹당한 성녀 마리아 데 마티아스(Maria de Mattias 1805-1866년). 일생을 그리스도의 사랑의 표지가 되고 구현, 척도, 담보가 되는 삶을 살고 그 정신을 남긴 사랑의 포로.

 

마리아 데 마티아스의 매혹된 사랑의 삶은 발레콜사 마을의 공허함을 감싸는 한 세대의 예언자 가스팔 성인을 통하여 피 흘리시는 당신의 사랑을 보여 주신 십자가상의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에서였다. 세태의 아픔에 피 흘리심을 마다하지 않으시는 사랑이신 그리스도. 그분의 목마른 절규는 사랑에 응답할 줄 아는 지혜로운 교회의 딸을 사로잡았고 1834년 작은 마을 아구토에서 교회를 풍요롭게 하는 봉헌된 사랑의 생생한 모습을 사는 수녀회를 탄생시켰고 사회가 요구하는 어린이 교육과 부녀자 교육으로 그리스도의 뜻을 채워 드렸다. 그리고 이 피 흘리시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흠숭하는 아름다운 예배는 오늘도 세상 곳곳(18개국 2600여 명)에서 그리고 한국(1977년 미국 위치타 관구에서 진출)에서도 피어오르고 있다.

 

사랑의 흠숭자들 - “우리가 하느님의 성혈 흠숭자들이라는 명칭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하느님의 성혈이 모든 사탐들로부터 흠숭과 찬양을 받게 되고 또 모든 사람의 구원에 있어서 많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우리의 생명을 전적으로 봉헌할 각오가 서 있어야 한다는 것을 주지시킨다”(1838년 회칙 중에서). - 창립자는 회원들을 이렇게 불렀고 이 정신의 접목을 위한 애덕과 겸덕의 생활을 수녀회에 남겼다.

 

계속되는 성혈의 사랑

 

그리스도 그분이 또다시 20세기라는 골고타 현장에서 못 박히시고 방울방울 피를 흘리시고 계신다. 이 영적 모습은 하느님 사랑을 꿰뚫어 볼 줄 아는 숭고한 정신 안에서만 보여지는 신앙의 신비로움이다.

 

현실의 아픔을 그리스도께 대한 흠숭과 사랑으로 바라볼 줄 알았던 격동기의 한 지혜로운 여성 마리아의 사랑이 19세기의 피폐한 현장을 그리스도의 구원 현장으로 바꾸었고 오늘 수녀회 안에서 끊임없이 흠숭받으시는 구원적 사랑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사랑의 정신은 그리스도께 대한 완전한 사랑을 요구한다. 꿰뚫린 손과 발, 벌어진 늑방의 상처 그리고 전선에 흐르는 그리스도의 피 흘리심에 대한 사랑이 절대적 사랑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하느님과 사랑하는 이웃에 대한 애덕” 이것은 성혈 흠숭자들이 실천해야 할 사랑이고 그리스도의 구원에 감사할 줄 아는 참 신앙인들이 실천해야 할 사랑이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흠숭하고 구원하시는 사랑에 온전히 헌신하는 삶”은 성혈 흠숭의 깊은 신비인 하느님께 대한 전적인 사랑의 삶, 예수께서 인간 구원을 위해 피를 전부 흘리셨듯이 온전한 사랑을 요구하고 또한 ‘상처받기 쉬운’ 빠스카적 사랑의 특성을 지닌다. 십자가 위에서 조롱과 멸시, 배척과 미움 등 갖가지 상처를 받으신 그리스도처럼.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감싸는 온유함과 기쁨이 넘치는 삶을 펼쳐 주게 한다.

 

십자가에서 흘린 피처럼 지금 우리의 현실은 심각하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다채롭게 펼쳐져야 하기에, 그분의 사랑이 요구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뛰어들기 위하여 수녀회는 수도복을 포기했다. 아직도 한국의 현실이 수도자들에게 제복을 요구하기에 이 포기는 회원들에게 커다란 희생을 요한다. 교회 안에서도 그 깊은 사랑의 요구에 응하는 수녀회의 결단을 환영하지 못하는 현실이기에 이 희생은 더 큰 의미를 지닌다. 교회의 현실이 제복을 요구하고, 다양한 죄악의 양상은 그 자체의 결핍 때문에 성스러움(?)의 선입감을 자아내는 제복을 배척한다. 이 모순된 현실. 그래서 회원들의 활동은 많은 어려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러나 그리스도께 대한 흠송하는 사랑의 정신은 오늘도 여전히 찬양받고 계신다.

 

수도복을 벗어 버리고 사회의 그늘진 사람들과의 경계선을 없애 버린 수도회원들, 그들은 더 깊은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과 수녀회 정신에 대한 철저한 존경심으로 스스로를 보호한다.

 

교리 교육, 피정 지도, 본당 활동, 그늘진 가정의 봉사, 건강 관리, 사회 봉사, 노인 복지, 탁아소, 마산 가톨릭 복지회관 운영 등 10여 년 동안 그들은 심혈을 다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했다. 그러나 아직도 수녀회의 기반이 될 사업체를 가지지 않은 그들, 그들은 내일을 온전히 그리스도께 맡기는 절대적 신뢰 안에서만 가능한 이 삶을 살며 또 주장한다.

 

회원들이 사는 현장은 수렁과 같은 위험을 안고 있지만 그들을 감싸는 사랑에 매혹된 창립자의 정신이 이 모든 것을 포용한다. 삶의 순간순간이 주는 고통에 휘말리지 않고 오직 그리스도의 사랑만을 주시한 절대적 사랑이 있기에. 사복을 입고 작은 공동체로 보통의 가정집을 수녀원으로 하는 회원들, 비록 그들이 눈부신 발전을 쌓지는 못했으나 그러나 매혹적인 그리스도의 사랑을 흠숭하고 있기에 밝고 희망차기만 하다.

 


 

축일  8월20일 성녀 마리아 데 마티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