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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고 이태석 신부

"임의 사랑의 향기 날로 짙어갑니다"

by 파스칼바이런 2011. 5. 12.

"임의 사랑의 향기 날로 짙어갑니다"

 

 

이태석 신부 1주기 앞두고 고인의 삶 깊은 감동

 

아프리카에서 베푼 사랑과 희생 메마른 사회 적셔주는 '단비'로

 

 

▲ 톤즈 청소년들 사이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고 이태석 신부. 그가 남기고 간 사랑의 향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짙은 농도로 퍼져 우리사회에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해 2010년 1월 14일 세상을 떠난 이태석(살레시오회, 1962~2010) 신부가 남긴 삶의 향기가 1년이 다 되도록 사그라들 줄 모르고 있다. 오히려 그 향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짙은 농도로 퍼져 우리 사회 곳곳에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사제가 돼 아프리카 수단 톤즈에서 지낸 고인의 삶에서 사람들은 진정한 사랑과 나눔의 의미를 발견했다.

고인은 전쟁과 가난으로 얼룩져 아무도 찾지 않는 수단의 작은 마을에서 희망을 일궈냈다. 총과 칼을 든 아이들 손에 연필과 악기를 쥐어주며 꿈꿀 수 있는 미래를 알려줬다. 또 주사 한 대 맞지 못해 죽어가는 주민들을 밤낮없이 보살피며 생명을 되찾아줬다. 발가락이 떨어져 나간 한센병 환자들 발 치수를 일일이 재가며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맞춤 신발을 만들어 준 것도 그였다.

 

톤즈 주민들에게 고인은 더 이상 사제도, 의사도, 선생님도 아니었다. 고인은 그들의 아버지였다. 이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고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고인의 삶은 지난해 4월 KBS 구수환 PD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그리고 9월 다큐멘터리는 영화로 만들어져 '울지마 톤즈'라는 제목으로 전국 상영관에서 개봉됐다.

계속되는 상영 요청으로 이달 말까지 연장 상영 중인 '울지마 톤즈'는 종교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25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가톨릭 신자들이 주를 이루던 관객층이 점차 비신자들에게로 퍼져나갔다.

사실 영화에선 종교색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관객들은 살레시오회 사제인 고인의 삶을 보며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는 가톨릭교회 가르침을 눈물로 새겼다. 사회적 부와 명예가 보장된 의사의 길을 버리고 하느님 사랑을 온몸으로 증거했던 그에게서 인간을 위해 목숨 바친 예수 그리스도의 삶에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었다.

이와 함께 고인의 삶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어줬다. 고인의 활동을 도와온 수단어린이장학회 회원 수도 부쩍 늘어났고 후원자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살레시오회 관구장 남상헌 신부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점점 각박해지는 요즘, 먼 타지에서 가난한 이웃을 위해 조건없이 희생한 이태석 신부님 삶이 사람들 마음을 움직였다"면서 "이 신부님은 우리 안에 숨어있던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일깨워준 아름다운 사제"라고 말했다.

이태석 신부는 비록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사랑은 여전히 향기롭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수단의 슈바이처' 이태석 신부 선종, 그 후 1년"

 

사랑의 울림 들불처럼 번지다

 

책과 다큐 영화 통해 추모열기 확산

성금 등 사랑·나눔 실천으로 이어져

의료봉사 지원·후원회원 가입 급증

 

 

▲ 아프리카 수단 톤즈 아이들이 이태석 신부가 한국에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한 뒤 마을에서 이 신부 사진을 들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울지마 톤즈'의 한 장면.

 

지난해 1월 14일 새벽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

 

아프리카 수단의 슈바이처 이태석(살레시오회) 신부 선종 소식을 듣고 달려온 아프리카 청년 토마스 라반과 존 마옌은 "이제 누구를 바라봐야 하냐"며 펑펑 울었다. 그리고 "우리도 신부님처럼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살아가겠다"며 눈물로 다짐했다. 이들에게 이태석 신부는 아버지이자 학교 선생님이자, 의사였다.

 

고 이태석 신부가 남긴 사랑의 울림이 깊고 크다. 이승에서 그의 삶은 끝났지만 그를 추모하는 열기는 사랑의 메아리가 돼 퍼져나가고 있다.

 

#영화보다 아름다웠던 선교 사제의 삶

 

"사람에게서 향기가 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거겠죠? 며칠째 울고 있어요ㅜㅜ"(베로니카)

 

"기꺼이 의사가 되고 선생님이 된 위대한 선교사제의 걸음"(reddawn29)

고 이태석 신부의 삶을 그린 다큐영화 '울지마 톤즈'의 네티즌 리뷰다.

 

'울지마 톤즈'는 지난 9월 개봉한 이후 최근 관객 25만 명을 넘어 국내 종교 다큐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영화는 처음 서울과 경기지역 5개 상영관에서 개봉했지만 관객 수가 늘어나면서 전국 50여 개 극장으로 상영관이 늘어났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CGV극장에서도 개봉했다. 최근에는 관객들과 시민단체의 요청으로 1월 연장 상영에 들어갔다. '울지마 톤즈' 공식 누리방에는 지금도 단체 관람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추모 열기는 가톨릭교회를 넘어서 한국사회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개신교 신자들이 단체 관람을 하고,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반 아이들에게 영화를 보여줬다. 서울시 중학교 교장ㆍ교감단이 영화관을 찾는가 하면, 최근에는 한 장관이 장관실 직원들과 함께 송년회를 겸해 '울지마 톤즈'를 관람했다. 감리교신학대 한 교수는 영화감상문을 과제로 내줬고, 사단법인 밝은청소년은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울지마 톤즈' 감상문 대회를 열기로 했다.

 

이태석 신부가 선종하기 1년 전 펴낸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생활성서)는 7만 권 이상 팔려나갔다. 지난 12월 23일 2010 KBS 감동대상 시상식에서 이태석 신부가 감동대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많은 이들이 가족과 대자녀 및 친구들에게 책을 선물하는 등 꾸준한 판매량을 이어가고 있다. 생활성서사 관계자는 "이렇게 책이 많이 팔린 적은 우리도 처음"이라며 이태석 신부 추모 열기에 놀라워했다.

 

# '나눔과 사랑' 열기 확산

 

책과 영화를 통해 이태석 신부의 삶을 접한 이들은 많은 눈물을 흘렸다. 수단 어린이들의 고름을 짜주고 한센인들의 울퉁불퉁한 발에 신발을 신겨 준 이 신부의 삶을 보며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물음표를 던졌다.

 

"저는 거짓말도 하고 친구들과도 많이 다퉜어요. 저도 신부님처럼 좋은 일을 하면서 살아갈 거에요."(서울 인왕초3 오진선)

 

"예수님이 우리 곁에 오셨다가 가신 것을 느꼈습니다. 다시 한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제 삶을 살펴보게 됩니다."(최 클라라)

 

이태석 신부의 삶은 사랑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광명장애인종합복지관 장애 청소년들은 이태석 신부의 삶에 감동 받아 빵과 커피를 판매한 수익금 150여만 원을 톤즈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내놨다. 서울 인왕초등학교 학생 24명은 이태석 신부에게 보내는 편지와 함께 용돈을 아껴 모은 정성을 살레시오회에 전해달라며 본사에 기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단 어린이들을 돕는 (사)수단어린이장학회(대표 이재현) 후원회원은 이태석 신부 선종 전 1200여 명에서 현재 3500여 명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의료봉사를 자원하는 의료진과 봉사자들도 나타나 나눔과 사랑의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수단어린이장학회는 최근 후원회 지원으로 한국에서 공부할 수단 학생을 한 명 더 초청했다.

 

이태석 신부는 세상을 떠났지만 세상에 남겨진 많은 이들이 그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