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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이달의 성가

가톨릭성가 244번 성모의 성월

by 파스칼바이런 2011. 10. 21.

가톨릭성가 244번 성모의 성월

백남용 신부(가톨릭대학교 교회음악대학원장)

 

 

 

부활절도 지났고 봄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가끔씩 찬바람이 가벼운 차림의 옷깃을 파고드는 4월입니다. 그러다가 5월이 되면 이제 천지에서 한기는 완전히 가시고, 형형색색의 꽃들이 피어나며 노래가 절로 입술 밖으로 새어 나옵니다. 보릿고개도 넘겼고 허기를 달랜 아이들은 신나서 떠듭니다. 이렇게 배고프던 옛 시절을 회상하면서 이 계절의 성가를 떠올립니다.

 

요즈음엔 성월들이 많이 줄었습니다만, 예전에는 성모성월을 시작으로 해서 예수성심성월, 요셉성월, 로사리오성월, 순교자성월(복자성월), 위령성월 등이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 성모성월은 단연 최고였습니다. 우선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는 5월이고, 또 성모의 밤이라는 커다란 행사가 그 절정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요즈음에도 마찬가지지만 어떤 아이는 성모님께 드리는 편지를 쓰고, 어른들은 꽃도 준비하고, 성가대도 특별성가를 연습하면서 성모의 밤을 준비하는 과정들이 우선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당일 밤에는 모두가 예쁜 옷을 입고 야외 성모상 앞에 모입니다. 성가를 부르고, 성모님께 갖가지 준비한 재주를 보여드립니다. 손에 손에 촛불을 들고 밤에 모여 기도할 때의 느낌은 황홀합니다. 성모성월이 뛰어난 또 한 가지 이유를 덧붙인다면 성월의 주제가가 아주 뚜렷하다는 점도 꼽을 수 있습니다. 다른 성월들도 나름대로 대표하는 성가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성월 송(Song)’이라고 할 만한 성가는 오직 ‘성모성월 송’ 밖에 없었고, 그 사정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가톨릭 성가 244번 “성모성월이요 제일 좋은 시절, 사랑하올 어머니 찬미하오리다. 가장 고운 꽃 모아 성전 꾸미오며, 기쁜 노래 부르며 나를 드리오리.” 1절 가사만 그런 것이 아니라 2절, 3절, 4절 가사가 모두 교리적이거나 영성적이라기보다는 매우 감성적입니다. 그러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즐겨 부릅니다. 부분적으로는 높은 미(Mi)음이 나와서 목을 길게 뽑고 소리를 질러야 하지만,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고 신나게 부릅니다. 그야말로 계절의 성가 중 백미입니다.

 

이 곡은 작곡자가 누구인지 전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초기의 성가집에 실려 있는 것으로 보아 독일이나 프랑스의 전통성가일 것으로 추측할 수 있고, 그 중에서도 프랑스 계통의 성가일 가능성이 큽니다. 독일계 성가들은 대략 4박자의 것이 많고 프랑스계 성가들은 3박자의 것들이 많은데, 이 성가는 ⅞박자로 말하자면 겹3박자 분위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 성가를 부를 때 6박자 노래로 부르면 너무 느려서 분위기가 깨어집니다. 그래서 8분 음표를 3개씩 모아서 한 박자로 하는, 전문용어를 빌린다면 한 소절을 두 박자로 세는 방법으로 노래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빨라서 헐레벌떡 따라가야 한다면 그것도 좋지는 않습니다. 그저 가볍게 흔들거리는 리듬으로 부르면 좋겠습니다. 올 성모성월도 이 성가와 함께 행복한 계절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08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