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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교회음악산책

(16) ‘그레고리오 성가(Cantus Gregorianus)’

by 파스칼바이런 2011. 10. 22.

[쉽게 듣는 교회 음악 산책]

 

(16) ‘그레고리오 성가(Cantus Gregorianus)’

최호영 신부(가톨릭대 성심교정 음악과 교수)

 

 

성령 강림으로 형성된 가톨릭교회의 초대 교회 신자들은 “날마다 한마음으로 성전에 열심히 모이고 이 집 저 집에서 빵을 떼어 나누었으며, 즐겁고 순박한 마음으로 음식을 함께 먹고, 하느님을 찬미하며 온 백성에게서 호감을 얻었다”(사도 2, 46~47).

 

가톨릭 교회는 그 시작부터 ‘전례’(Liturgia)를 중심으로 형성되었으며, ‘전례생활’을 통하여 성장해 나갔다.

확정된 전례서가 없었던 초기 교회의 전례 집전자는 그 날에 적당한 기도를 즉흥으로 ‘낭송’하였으며, 신자들은 집전자의 기도에 대해 다함께 ‘응답’하였다. 즉 전례의 구성원들은 모두 적극적으로 전례에서 각자의 몫을 하였으며, 이런 전례를 통하여 형성된 공동체가 바로 가톨릭 교회(Ecclesia)이다.

 

전례에서 집전자와 신자들의 계응은 ‘낭송(Catillation)’되었는데, 이것은 말하는 것(speaking)과 노래하는 것(singing)의 중간 형태로 기도문을 ‘읊조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

런 낭송 형식을 통해 가톨릭 전례의 구성 요소(아멘, 알렐루야, 키리에 등)들이 음악적 형식으로 점차로 형성되어가면서, 가톨릭교회 음악은 전례 안에서 자연스럽게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고 서유럽이 메로빙거 왕조가 다스리는 프랑크 왕국을 중심으로 중세의 역사를 형성하면서, 가톨릭교회 역시 고대 로마(Roma)를 중심으로 서유럽에 전파되었다.

 

복음과 신앙의 전파라는 것은 결국 하느님의 말씀이 전례의 형태로 새롭게 형성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복음 전파의 결과로 서유럽에는 여러 지방 전례들이 형성되었다.

즉 고대 로마 전례, 갈리아 전례, 스페인 전례, 베네벤토 전례, 밀라노 전례, 섬 지방 전례 등 다양한 전례는 곧 그 전례가 품고 있는 성음악의 발전도 의미한다.

 

서유럽이 메로빙거 왕조에서 카롤링거 왕조로 넘어가고 특히 칼 대제의 제국 통일 정책에 따른 ‘전례 통일’ 작업에 의하여, 고대 로마 전례(성가)와 갈리아 전례(성가)가 만나게 되고, 이러한 과정에서 ‘새로운 성가’가 형성(Cantilena Romana, 8세기말~9세기초)되었는데, 다음 세기에 그레고리오 대교황(Gregorius Magnus, 590~604)의 업적을 기리는 의미에서 그분의 이름을 따라 ‘그레고리오 성가’(Cantus Gregorianus)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레고리오 성가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먼저 서방 가톨릭 교회의 전례 성가로서, 특히 미사(Missa) 전례와 시간전례(Liturgia horarum)에서 불려진다. 성가의 가사는 대부분 성경 특히 시편을 내용으로 하며, 언어는 라틴어로 되어있다. 또한 단성 성악곡으로 일반적으로 반주를 동반하지 않는다. 음악적 구조는 선법(Modus)에 따라 교회 8선법(Octoechos)을 형성하며, 리듬은 가사에 의존하여 마치 물이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이러한 그레고리오 성가의 특징은 더 나아가 그레고리오 성가의 영성을 의미한다. 즉 어떤 화음도, 반주도 없는 한 성부의 멜로디는 결코 화려하지도 풍족하지도 않게 보인다. 자신을 지나치게 꾸미거나 과장하지 않으며, 그저 있어야 할 그 만큼의 존재적인 의미만 갖는다. 또한 그레고리오 성가는 온전히 하느님의 말씀(Verbum Dei)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음악이 우선이 아니며 전례력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이 의미하는 그 메시지에 순명하면서 음악적 형태로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나아가 그레고리오 성가는 온전히 하느님만 바라보고, 전례안에서 가톨릭 교회의 전 역사를 통하여 순수하게 보존되어왔다. 결국 그레고리오 성가는 ‘가난’, ‘순명’, 그리고 ‘정결’의 영성을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이 성가가 특히 수도원을 중심으로 형성, 보존, 발전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올 수 있다.

 

인간의 작업을 통해서 형성된 그레고리오 성가이지만, 가난, 순명, 정결의 모습으로 하느님 말씀에 따라 고유한 멜로디를 갖는 그레고리오 성가는 결국 성령의 감도로 형성된 성가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교회 안에서, 성령이 비둘기의 모습으로 성 그레고리오 대교황의 어깨에 앉아 귀에 성가의 멜로디를 알려주면, 이를 교황은 베드로라는 부제로 하여금 받아적게 하였다는 신앙적 전설과 그림이 전해 내려온다.

 

결국 교회는 제 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 헌장을 통해서 그레고리오 성가를 같은 조건이라면 다른 성가에 비해서 ‘첫 자리’를 차지하는 성가로 가르치고 있다. 따라서 그레고리오 성가를 올바르게 복원(Restauration)하고 가르치며 전례에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나아가 그레고리오 성가와 국악 성가와의 학문적 비교 연구도 가치있는 작업으로 평가된다.

 

 

Tip

 

예수부활대축일이나 성탄대축일 미사를 기어코 수도원에서 봉헌하려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그들은 양초 연기와 사람들의 열기로 정신이 몽롱해질만큼 복잡한 그 성당에서 설 자리조차 없어도 마냥 행복한 표정이다. 평소에도 수도원 행사나 피정 등에 참여할 기회를 엿보는 이들도 많다.

 

이유는 음악이다.

 

그레고리오 성가를 부르는 수도자들의 하나된 목소리는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평소 불러보지 않았지만, 성가를 듣는 이들은 단선율에 자신감을 얻어 수도자들과 함께 멜로디를 읊조려본다. 반주도 없지만 하나된 목소리로 성당을 진동시키는 그 아름다움은 비신자들의 마음에도 같은 기운으로 스며든다.

 

현대사회 들어서 그레고리오 성가는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벨기에와 프랑스에서 열리는 국제 그레고리오성가 페스티벌은 10여 년 이상 지속되고 있고, 한국가톨릭교회에서도 각 연주단체별로 그레고리오 성가 대회를 연다.

 

교회 미디어에서도 그레고리오 성가 음반은 꾸준히 발매하는 아이템이다.

 

흔히 ‘노래로 부르는 기도’라고 표현되는 그레고리오 성가의 전문연주단인 ‘서울 여성 그레고리오 성가단’이 부른 음반에는 전례력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성가를 라틴어로 담았다. ‘거룩한 영혼의 노래’(성바오로 미디어)에서는 부산그레고리오합창단과 베아따그레고리오성가단이 성모님께 드리는 찬미가와 영성체 성가를 라틴어와 우리말로 각각 들려준다.

 

특히 프랑스 ‘솔렘 생 피에르 수도원의 그레고리안 성가 모음’(바오로딸 미디어)는 삼종소리와 성모찬송을 비롯해 입당송을 시작으로 하는 각 미사곡을 담고 있다. 이 수도원은 세계 최대의 그레고리오 성가 악보 소장처로 유명한 곳이다. 이탈리아 작곡가 카를로 파키니는 이탈리아 프로시노네 시토회 카사마리 수도원 수사들과 함께 그레고리오 성가에 현대적인 새옷을 입혔다. 음반 ‘상투스 SANCTUS’(성바오로 미디어)에서 감상할 수 있다. 아울러 분도출판사에서는 라틴어 노랫말 아래에 우리말 번역이 실린 한국어판 ‘그레고리오 미사곡’도 펴낸 바 있다.

 

[가톨릭신문, 2008년 8월 31일,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