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듣는 교회 음악 산책]
(26)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架上七言)’ “수난 묵상하며 귀기울이는 말씀” 최호영 신부·가톨릭대 성심교정 음악과 교수
예수 행적·부활 준비 의미하는 일곱개의 말씀 교회 음악사에서 음악가들의 신앙적 감성 자극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 신약성경의 네 복음은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부분적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공관복음과 요한복음에 기록된 이 말씀들을 모으니 ‘일곱개의 말씀’이 됩니다.
가톨릭교회는 7이라는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합니다. 7은 완전한 숫자이고, 6일간 창조 후의 거룩한 날을 의미하며, 나아가 영원성과 불변성의 부활을 의미하는 8을 향하고 있습니다. 결국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하신 일곱 개 말씀은 완전한 말씀이며, 당신의 삶 속에서 드러난 말씀과 행적의 요약이고, 죽음 후에 맞이할 부활에 대한 준비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가상칠언’의 각 말씀과 그 성경적 문맥은 다음과 같습니다 :
첫번째 말씀 : Pater, dimite illis nesciunt enim quid faciunt.
그들은 다른 두 죄수도 처형하려고 예수님과 함께 끌고 갔다. ‘해골’이라 하는 곳에 이르러 그들은 예수님과 함께 두 죄수도 십자가에 못 박았는데, 하나는 그분의 오른쪽에 다른 하나는 왼쪽에 못 박았다. 그 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그들은 제비를 뽑아 그분의 겉옷을 나누어 가졌다.(루카 23,32-34)
두번째 말씀 : Hodie mecum eris in Paradiso.
그리고 나서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루카 23, 42-43)
세번째 말씀 : Mulier, ecce filius tuus, Ecce Mater tua.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어머니와 그 곁에 선 사랑하시는 제자를 보시고,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어서 그 제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하고 말씀하셨다.(요한 19,26-27)
네번째 말씀 : Eli, Eli(Heloi, Heloi), lema sabacthani.
오후 세시쯤에 예수님께서 큰 소리로, “엘리 엘리 레마 사박타니?”하고 부르짖으셨다. 이는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라는 뜻이다.(마태 27,46 마르 15,34)
다섯번째 말씀 : Sitio.
그 뒤에 이미 모든 일이 다 이루어졌음을 아신 예수님께서는 성경 말씀이 이루어지게 하시려고 “목마르다”하고 말씀하셨다.(요한 19,28)
여섯 번째 말씀 : Pater, in manus tuas commendo spiritum meum.
낮 열두시쯤 되자 어둠이 온 땅에 덮여 오후 세시까지 계속 되었다. 해가 어두워진 것이다. 그대에 성전 휘장 한가운데가 두 갈래로 찢어졌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큰 소리로 외치셨다.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루카 23,44-46)
일곱 번째 말씀 : Consummatum est.
거리에는 신 포도주가 가득 담긴 그릇이 놓여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신 포도주를 듬뿍 적신 해면을 우슬초 가지에 꽂아 예수님의 입에 갖다 대었다. 예수님께서는 신 포도주를 드신 다음에 말씀하셨다. “다 이루어졌다.” 이어서 고개를 숙이시며 숨을 거두셨다.(요한 19,29-30)
이러한 예수님의 십자가 위에서의 일곱 말씀은 교회 음악의 역사 안에서 많은 음악가들의 신앙적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이에 하인리히 슛츠(Heinrich Schuetz), 프란츠 요셉 하이든(Franz Joseph Haydn), 샤를르 구노(Charles Gounod), 샤를르 뚜르느미르(Charles Tournemire : 오르간곡), 테오도르 뒤브와(Theodore Dubois) 등 많은 작곡가들이 작품을 남겼는데, 어떤 곡은 예수님의 일곱 말씀에 따라 일곱 개의 곡으로 구성되기도 하고, 또는 일곱 말씀의 전에 도입곡, 후에 마침곡을 첨가함으로써 극적인 효과를 더하기도 합니다.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는 사순시기에 예수님께서 마지막으로 남기신 ‘십자가상의 일곱 말씀’을 묵상하고, 또 음악으로 감상함으로써 이 시기를 성화시키는 것도 의미 있을 것입니다.
Tip
F.J 하이든은 오라토리오 ‘천지창조’ 등에 앞서 ‘십자가 위의 마지막 일곱 말씀(Die sieben letzten Worte unseres Erlosers Kreuz)’의 작곡가로 명성을 날렸다. 특히 올해는 하이든의 서거 200주년이어서 그에 관심이 더욱 높다.
하이든은 ‘십자가상…’에 큰 애정을 보이며 여러 버전으로 작곡을 시도했다. 1787년, 그는 관현악곡을 작곡했다. 이어 하이든은 이 곡을 현악사중주 곡으로 편곡했으며, 같은 해에 피아노판 악보도 출판했다. 1796년에는 독창, 합창을 추가하고 관현악 편성을 넓혀 오라토리오로 편곡할 정도였다.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십자가…’은 ‘서주’와 일곱가지 말씀에 이어 ‘지진’까지 총9장으로 이어진다. EMI 레이블의 DVD는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인 리카르도 무티가 1982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빈 필하모닉과 연주한 실황을 선보인다. 무티는 이어 베를린 필하모닉과 함께 1991년과 2000년 두 번에 걸쳐 연주 실황을 담은 음반을 내놓기도 했다. 하이든 오라토리오의 또 다른 음반으로는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가 지휘하고 콘첸투스 무지쿠스 빈이 연주한 음반(Teldec)이 유명하다.
현악연주로는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 타티아나 그린덴코가 고음악 연주자들과 함께 결성한 앙상블 오퍼스 포스트가 연주한 음반 ‘Haydn : The Seven Last Words’(CCn’C)를 빼놓을 수 없다. 앙상블 오퍼스 포스트는 일곱 말씀에 어울리는 일곱명의 연주자를 통해 새로운 연주 버전을 제시, 정갈한 악기 소리와 일체감이 돋보이는 화음을 선보인다.
하인리히 쉬츠가 작곡한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 (Die sieben Worte Jesu Christi am Kreuz)’의 음반으로는 클레망 잔느캥이 지휘하고 레 사크부티에 드 툴루즈가 연주한 음반(Harmonia Mundi)과 루돌프 마우에르스베르거가 지휘하고 독일 드레스덴 소년합창단이 연주한 음반(Berlin Classics)이 음악 애호가들과 평론가들 사이에서 명반으로 꼽힌다.
[가톨릭신문, 2009년 3월 22일, 주정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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