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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묵상글 모음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라.

by 파스칼바이런 2011. 11. 13.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라.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라.

 

마태오복음 25,1-13

 

 

나는 한평생, 내가 나를 / 속이며 살아왔다. // 이는 내가 나를 마주하는 게 / 무엇보다도 두려워서였다. // 나의 한 치 마음 안에 / 천 길 벼랑처럼 드리운 수렁 // 그 바닥에 꿈틀거리는 / 흉물 같은 내 마음을 / 나는 마치 고소 공포증 / 폐쇄 공포증 환자처럼 / 눈을 감거나 돌리고 살아왔다.

 

실상 나의 지각(知覺)만으로도 / 내가 외면으로 지녀 온 / 양심, 인정, 명분, 협동이나 / 보험에나 들 듯한 신앙생활도 // 모두가 진심과 진정이 결한 / 삶의 편의를 위한 겉치레로서 / 그 카멜레온과 같은 위장술에 / 스스로가 도취마저 하여 왔다.

더구나 평생 시 쓴답시고 / 기어(綺語) 조작에만 몰두했으니 / 아주 죄를 일삼고 살아왔달까!

 

그러나 이제 머지않아 나는 / 저승의 관문, 신령한 거울 앞에서 / 저런 추악 망측한 나의 참모습과 / 마주해야 하니 이 일을 어쩌랴! / 하느님, 맙소사!

 

구상 시인의 “임종 고백”(臨終告白)이라는 시입니다. 닥쳐올 죽음을 앞두고, 곧 하느님 앞에 서게 될 그 본래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고 두렵다는 고백입니다. 이 시가 아름답게 다가오는 것은 한 인간의 약하고 죄스러운 모습을 고백하는 진실성 때문입니다. 병원 사목을 하셨던 어느 신부님이 평소 약점을 보이지 않고 살았던 사람들이 죽음 앞에서 더 추한 모습을 보이며 죽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모든 것을 앗아 가는 죽음의 힘에 눌려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모든 것이 드러난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슬기로운 처녀처럼 깨어 사는 삶을 위해 날마다 마지막 날처럼 임종 고백을 하듯 살면 어떨지요? 자신이 가진 약점과 결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죄스러운 삶을 주님께 고백하며 용서를 청하며 사는 것이지요. 우리 삶은 결점과 죄를 덮어서 아름다워지는 것이 아니라 결점과 죄를 인정하고 고백하는 진실함으로 아름다워집니다. 살아 있는 꽃이 향기를 내는 것처럼 깨어 있는 삶이 아름답고 향기를 냅니다.

 

<전원 바르톨로메오 신부 / 매일미사 묵상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