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쁨
하루에도 몇 번씩 버스를 갈아타면서 남편의 심부름에 바쁘다. 그렇게 다니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책 읽는 사람, 잠자는 사람, 장사꾼 아저씨, 여학생들의 재잘거림 ….
그날은 따뜻한 봄날이었다.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 서 있는데, 중1쯤 되었을까? 저만치서 좀 작아 보이는 소년이 걸어왔다. 단정한 교복차림이었지만 부자유스러운 손놀림과 걸음걸이가 한눈에 들어왔다. 소년은 정류장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무슨 할말이 있는 듯했는데 소년을 말도 잘 못하는지 자꾸 교복 윗도리 주머니에 손을 넣는 시늉만 해댔다. 하지만 아무도 소년이 원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한두 걸음씩 피하기만 했다.
나는 소년이 버스요금을 구걸하는 줄 알았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그런 생각에서 피했을 것이다. 그런데 소년의 행동을 자세히 살펴보니 그게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소년에게 가까이 다가가 소년이 힘들게 손짓하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뒤적여 보았다. "아! 이거였구나."
버스승차권이 손에 잡혔다. 이것을 꺼내기 위해 사람들에게 그렇게 눈짓, 손짓을 한 거로구나. 아침에 소년의 어머니가 주머니에 승차권을 넣어 주며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신신당부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소년의 손에 승차권을 쥐어 주자 소년은 말 대신 고맙다는 표정으로 여러 번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이 일로 그날 하루 종일 가슴이 뿌듯했다. 소년의 마음을 눈치 챈 것이 마냥 기뻤다. 만약 소년에게 돈을 주었다면 이만큼 기뻤을까? 장애인이 가까이 오면 구걸이나 동정을 바라는 것이라고 여겨 왔는데, 진정한 도움이란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살피는 데 있다는 것을 깨달은 하루였다.
<월간 좋은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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