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로카이의 성자 다미안 신부(축일 4월 15일)의 생애
바다로 둘러싸인 외딴 곳에서 사목하는 한 사제가 자신의 사목구를 방문한 주교님을 만나기 위해 조각배를 저어 항구에서 멀리 떨어진 배를 향하여 나아갑니다. 그곳은 정부당국으로부터 주교님을 비롯한 모든 일반인의 상륙이 금지된 격리 수용지였기 때문입니다. 고해성사에 목말랐던 사제는 성사를 볼 수 있게 단 몇 분이라도 승선을 허락해 달라고 청하지만 무참히 거부당합니다. 그러자 사제는 자신이 타고 온 조각배의 뱃머리에 무릎을 꿇습니다. 그리고 주교님은 그의 고백을 듣기 위해 최대한 바다를 향하여 몸을 기울입니다. 배 밑에는 통회의 눈물을 흘리며 고백을 하는 사제, 배 위에는 눈을 가늘게 뜨고 엄숙하게 듣는 주교님, 그 순간 바다 전체가 거대한 고해소가 되었습니다. 이 감동적인 고해성사의 장면은 ‘몰로카이의 성자’ 다미안 신부님의 삶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일화입니다.
해외선교가 주요 목적이었던 성심 수도회는 하와이 군도에 선교사를 파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863년 선교사로 선발된 형 팜필 신부가 병자들을 돌보다 장티푸스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신학 공부 중이던 다미안은 형을 대신하여 하와이로 가고자 했으나 수련장이 허락하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몰래 프랑스에 있는 수도원의 총원에 청원서를 냅니다. 그리고 그 청원이 수락되어 이듬해 하와이로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는 아피마뉴 대신학교에서 약 2개월간의 남은 신학 공부를 마친 후, 그 해 1864년 5월 21일 호놀룰루 대성당에서 루이 메그레 주교에 의해 사제 서품을 받습니다. 이후 하와이 군도의 푸나, 코할라, 하마쿠아 지구를 맡아 8년 동안 그곳에서 사목하게 됩니다.
그런데 다미안 신부가 하와이에 도착했던 당시 그곳 사정은 몹시 좋지 않았습니다. 서구 질병에 항체를 갖고 있지 못하였던 하와이의 주민들이 티푸스, 콜레라, 매독과 같은 병에 전염되어 1790년에 50만 명이었던 인구가 1865년에는 겨우 5만 명으로 줄어든 상태였고, 인구의 10~15%가 한센균(나균)에 감염될 정도였습니다. 이에 공포에 사로잡힌 정부는 치유 불가능한 한센병 환자를 강제 이주시키는 정책을 반포했습니다. 자녀, 연인, 부모에게서 강제로 격리된 환자들은 하와이 군도 중앙에 위치한 몰로카이 섬의 북쪽 ‘칼라우파파’라고 불리는 오지, 즉 삼면은 바다이고 육지와 연결된 남쪽은 600~900m의 벼랑으로 막혀 있는 춥고 습한 곳으로 쫓겨났습니다. 약속했던 옷과 음식은 제공되지 않았고 그로 인하여 40%의 환자가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지옥의 땅, 그곳이 바로 몰로카이 섬의 ‘칼라우파파’였습니다. 이러한 곳에서 33세의 다미안 신부는 1873년 5월부터 새로운 사목을 시작합니다.
다미안 신부는 통나무처럼 떡 벌어진 가슴과 근육을 지니고, 마음 깊은 곳에는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인 끈기 있는 지향이라는 무기를 지니고 자신의 사명을 실천하였습니다. 때로는 불 같은 성격으로 인해 손에 몽둥이를 들고 밀수꾼, 뚜쟁이, 노름꾼, 도둑들을 대적했으며, 정부 당국과 세상과 교회를 향해서는 “끈질기게 기도하는 과부(루카18,1-8)”처럼 청원함으로써 환자들의 삶을 향상시켰습니다.
다미안 신부는 한센병에 감염된 후에도 나환자들을 위하여 계속 일하였습니다. 요양해야 한다는 주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환자들을 돌보다가 1889년 4월 15일 성주간 월요일 8시에 선종하였습니다. 다미안 신부의 유해는 성 필로메나 교회 바로 옆, ‘칼라우파파’에서 첫 밤을 지냈던 나무 아래에 묻혔습니다. 그 후 벨기에 정부가 하와이로부터 허가를 받아 고향 땅으로 모셔, 현재는 벨기에 루뱅의 성 요셉 성당 지하에 안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사제의 해로 선포된 2009년 10월 11일, 성베드로 광장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에 의하여 성인 반열에 올랐습니다.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10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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