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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전례 & 미사

[전례상식] (05) 신자들의 기도 ②

by 파스칼바이런 2013. 5. 16.
신자들의 기도 (2)

 

 

(5) 신자들의 기도 ②

 

 

지난 호에서 우리는 신자들의 기도가 지니고 있는 신학적 의미와 이 기도와 말씀의 밀접한 관련성을 살펴보았다. 신자들의 기도는 전례 행위의 중요한 요소로서, 교회가 온 세상의 필요를 위해 그리스도와 하나 되어 하느님께 항구하게 기도하고 있음을 잘 드러내 준다. 신자들은 이 기도로써 그들이 지닌 왕적인 사제직을 능동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신자들은 하느님의 뜻에 합당하게 이 기도를 바치기 위해 말씀에 주목한다. 이러한 이해를 전제로 이번 호에서는 미사 안에서의 이 기도의 자리와 바치는 장소와 양식에 대해 간단히 서술하고자 한다.

 

 

‘신자들의 기도’를 바치는 적합한 자리

 

신자들의 기도는 사도적 기원을 갖는 전례 요소로서, 그 첫 문헌적 증거는 150년경 성 유스띠노가 쓴 “제1 호교론” 안에서 발견된다.

 

로마 미사에서는 두 가지 양식의 변화를 볼 수 있는데, 그 첫 번째 것은 ‘장엄 기도’라고 불리던 것으로 5세기 말까지 계속되었다. 그 흔적은 성 금요일의 전례 안에 오늘날까지 남아 있다. 또 다른 하나는 호칭 기도 형식의 ‘리타니아’(litania)로서 젤라시오 교황 때(492~496년) 미사 안에 도입되었다. 그러나 이 기도는 7세기에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던 것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복원되었다.

 

전례 헌장은 이 기도를 복구시키면서 미사 중 어느 자리에서 바쳐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신자들의 기도’라 불리는 ‘공동 기도’를 특히 주일과 의무 축일에 복음과 강론 후의 자리에 복구시킨다”(53항). 신자들의 기도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미사 통상문 개정의 구체적 기준으로 제시한 “세월이 흐르면서 버려졌지만 이제 합당하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요소들은 거룩한 교부들에 의해 확립된 옛 규정에 따라 복구되어야 한다.”(전례 헌장, 50항)는 원칙에 의해 복구된 것이다. 성 유스띠노가 전하는 바에 의하면 말씀의 봉독과 강론이 끝난 다음 모든 신자들이 일어나서 이 기도를 바쳤음을 확인할 수 있다(제1 호교론, 67장 참조).

 

우리는 앞에서 이 기도와 말씀의 밀접한 연관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이 기도를 ‘신자들의 기도’라는 이름에 근거하여 성찬의 전례를 시작하는 기도로 해석한다. 말씀의 전례 뒤에 예비자들을 보내는 관습이 유지되고 있던 때에 그들을 보내고 난 뒤, 세례를 받은 신자들만이 성찬의 전례를 시작하면서 바치던 기도라는 의미에서 이러한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오늘날 대부분의 학자들이 말씀과 관련지어 이 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사실을 무색하게 한다. 그러나 위에 제시한 몇 가지 증거를 통해서 볼 때 우리는 ‘신자들의 기도’를 당연히 말씀의 전례를 마감하는 기도로 간주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와 같은 해석에서 신자들의 기도는 사제가 없어 공소 예절을 거행하는 경우와 미사와 분리된 혼인 예식 그리고 축복 예식 등의 여러 전례 행위에서 말씀의 봉독과 강론 뒤에 바쳐지도록 적극 권장되고 있다.

 

‘전례 헌장 실행 평의회’가 낸 지침 “신자들의 기도”(De orationi communi, 1966. 4. 17)는 “신자들의 기도를 위한 적합한 자리는 정상적으로 말씀의 전례가 거행되는 경우에는 그 뒤에 성찬의 전례가 따르지 않을지라도 하느님의 말씀이 모두 봉독되고 난 끝이다……. 이 기도는 신자들의 영 안에 하느님 말씀이 작용하여 맺는 결실이다……. 신자들의 기도는 옛 증거에 의하면 말씀의 전례 전체의 결론이며 절정이다.”(1,4)라고 말하고 있다.

 

 

‘신자들의 기도’의 양식

 

“로마 미사 경본의 총지침”은 교우들이 참석하는 미사에는 신자들의 기도를 바칠 것을 권고하면서 신자들의 기도는 사제의 권고와 여러 가지 지향, 회중의 응답, 맺음 기도로 진행된다고 가르친다(47항 창조).

 

이와 같은 신자들의 기도에 대해 위에 인용한 1966년의 지침 “신자들의 기도”는 우리에게 매우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그 주요 내용들을 인용하여 설명한다.

 

신자들을 공동체의 기도로 초대하는 것은 전례적으로 또 사목적으로 큰 중요성을 지니는 집전자의 임무이다. 이 초대의 권고는 보통 짧은 말로 하지만 전례 시기나 축일의 주제 또는 경축하는 성인의 생애에 관하여 백성들에게 알려 주는 것이다.

 

사제의 권고 뒤에 따르는 지향도 로마의 옛 관습에 의하면 사제 자신이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오늘날 부제에게, 부제가 없을 경우에는 합창단원이나 적합한 봉사자에게 맡기도록 하고 있다(전례 헌장의 올바른 적용을 위한 훈령, 1964. 9. 26, 56항 참조).

 

이 기도의 지향에 대해서 “신자들의 기도”는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a) 온 교회의 필요를 위하여. 예를 들면, 교황과 주교 사목자를 위하여, 그리고 또 선교와 그리스도인들의 일치와 사제 및 수도 성소를 위하여 등.

 

b) 나라와 세상의 유익을 위하여. 예를 들면, 평화, 위정자, 시대의 발전, 안전한 수확, 올바른 선거, 경제적 어려움의 타개를 위하여 등.

 

c) 가난과 고통으로 신음하는 이들을 위하여. 예를 들면, 세상을 떠난 이들과 박해를 당하는 이들, 실업자, 고통당하는 이와 병자, 임종하는 이들, 감옥에 갇힌 이들, 추방당한 이들을 위하여 등.

 

d) 참례하고 있는 신자들과 지역 공동체의 형제들을 위하여. 예를 들면, 그 본당에서 세례를 받은 이들, 견진성사를 받은 이들, 서품된 이들, 혼인을 준비하는 약혼자들, 본당 신부, 첫영성체를 준비하는 어린이들을 위하여 등”(1,9).

 

이 밖에 혼인이나 장례 미사 같은 경우에는 그 기원에 합당한 지향을 추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결코 보편적인 지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주의를 준다. 이러한 기도 지향에 대한 설명이 1969년의 “로마 미사 경본의 총지침”에서는 훨씬 간단해졌다(45항 참조).

 

이 기도의 지향에 대해 우리는 일률적으로 “……하게 하소서.”라고 기도하지만 “신자들의 기도”에서는 세 가지 양식이 소개되어 있다. 첫째는 지향 전체를 완전하게 다 말하는 것으로 성 금요일 장엄 기도의 전반부와 같은 것으로 “……하도록(하기를) ……을(를) 위해 기도합시다.” 하는 것이다. 둘째는 ‘성인 호칭 기도’의 마지막 부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하도록(하기를) 기도합시다.”라는 양식이고, 세 번째 양식은 “……(을)를 위해 기도합시다.”이다.

 

이 지침은 또 각 지향에 대한 신자들의 환호의 응답을 참되고 능동적인 참여를 실현하는 기회라고 하여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 지침에 의하면 환호 또한 몇 가지 방식으로 할 수 있다. 우리가 늘상 하고 있는 것처럼 “주여,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라는 짧은 환호를 언제나 반복할 수도 있고, 침묵으로 응답할 수도 있다. 이 밖에 첫째 독서 뒤의 ‘응송’에서처럼 성서에서 따온 좀더 긴 다양한 말마디로 환호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말씀에 맞추어 매번 환호의 말마디를 바꾸어 할 수 있겠다. 또 다른 하나의 방법은 지향을 말하고 잠깐 침묵한 다음 부제나 적합한 사람의 인도로 백성이 환호하는 것이다.

 

맺음 기도는 일반적으로 이제까지 하느님께 바친 기도를 자비로이 들어주시라는 아주 간단한 청원의 말로 충분하다. 이 기도가 그날의 본기도의 내용을 반복하는 식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기원 미사의 경우에는 지향에서 이미 고유한 기원을 발했다 할지라도 같은 기원을 표현할 수 있겠다.

 

[경향잡지, 1994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