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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이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462번 이 세상 지나가고

by 파스칼바이런 2013. 11. 6.

[이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462번  이 세상 지나가고

김우선 마리 휠리아 수녀(노틀담 수녀회)

 

 

 

가톨릭교회가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혼을 기억하며 기도하는 11월 위령성월은 11월 2일 위령의 날과 연관되어 정해졌습니다. 이달은 영원한 삶에 대한 믿음으로 이미 세상을 떠난 부모나 친지의 영혼, 특히 연옥 영혼들을 위해 기도와 희생을 바칩니다. ‘삶과 죽음’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자연의 이치이며 하느님나라로 돌아갈 수 있는 통로입니다. 그러므로 삶과 죽음은 희망입니다. 현세에서의 아름다운 삶도 곧 지나갈 시간이며, 우리가 이 삶을 지나 천국에서의 삶을 기쁘게 희망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톨릭 성가 462번 ‘이 세상 지나가고’는 루터교의 성가입니다. 영문명은 “The Sands of time are sinking”으로 스코틀랜드 태생의 찬송작가인 엔 로즈 커즌(Anne R. Cousin, 1824~1906)이 가사를 썼으며 프랑스 태생의 바이올리니스트인 크리땡 위르앙(C. Urhan, 1790~1845)이 1834년에 작곡하였습니다. 또한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영국의 성 요한 장로교회와 스위스 교회에서 오르간 반주와 연주를 했던 에드워드 프랜시스 림볼트(E. F. Rimbault)의 편곡으로 성가책에 실리게 되었습니다.

 

4/4박자 바장조로 작곡된 이 곡은 각 소절을 점음표만을 이용하여 조금씩 변형하며 흡사하게 두 도막 형식으로 편곡하였습니다. 매우 단순하고 고요하게 흐르고 있지만 가사에 따라 핵심 부분은 강조하였습니다. ‘이 세상 지나가고’의 음처럼 강조되어야 하는 가사, 즉 천국, 오래, 어둔 밤, 새 날이, 하늘나라, 빛난다 등은 점음표를 이용해 강조하였고, 마지막 단의 ‘저 하늘나라 영광’은 이 곡의 최고 절정에 달하는 부분이기에 상승하는 음으로 그 절정을 더욱 깊이 표현하였습니다.

 

가사 내용 역시 어둡고 슬프지 아니한, 기쁨과 희망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1절에서는 이 세상 지나가고 오랜 기다림의 천국에서 영광을 본다는 내용을, 2절에서는 사랑의 구주 예수께서 샘물을 주시어 목마른 영혼에게 새 생명의 기쁨이 되신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3절에서 주님의 넓은 자비와 깊은 사랑이 평생 사는 동안 차고 넘쳤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천국에 이르러 찬송한다고 노래합니다.

 

1996년 발표된 임권택 감독, 안성기, 오정해 주연의 ‘축제’라는 영화를 기억하시는지요. 죽음으로 세상 모든 일이 끝나버리는 것이 아니라면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장례식은 슬프기도 하지만 모든 것들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자리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영화에서 보여준 장례식은 소란스럽고 시끌벅적하게 진행되며 마치 축제를 연상케 합니다. 오랫동안 쌓여있던 부담스러운 일이나 관계들을 후련하게 청산하고 새로운 출발을 기약하기도 합니다. 할머니의 죽음은 가족에게서 내쳐진 배다른 조카와의 화해를 만들어내며 마지막 가족사진을 찍기 위해 모여 있는 이들에게 “무슨 초상났냐?”라는 한마디로 웃음을 끌어냅니다. 사진 한 장에 배어든 웃음으로 모두가 돌아가기를 바라듯 환한 웃음의 사진 한 장을 찍으며 결코 슬프지 않은 죽음을 소재로 한 영화가 끝이 납니다.

 

우리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모든 이들의 죽음과 연옥 영혼들을 위하여 기도해야 합니다. 또한 죽음이 하느님 나라로 들어가기 위한 통로이며 하느님 나라의 잔칫상에 초대받은 기쁨을 노래하는 축제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잔칫상이 마련된 하느님 나라를 희망하며 지금 이 자리, 이 순간을 열심히 살아야 할 것입니다.

 

[길잡이, 2013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