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톨릭 관련>/◆ 전 례 음 악

[성가 이야기] 성가대원들을 위한 음악 전례 영성교육이 필요합니다

by 파스칼바이런 2013. 3. 6.

[성가 이야기] 성가대원들을 위한 음악 전례 영성교육이 필요합니다

김종헌(발다살)|신부, 한티순교성지 관장·대구가톨릭음악원 원장

 

 

지난 달 '성가이야기'에서 저는 본당 성가대의 활성화를 이야기하면서 성가대의 역할이 좋은 음악을 연주하고 신자들로 하여금 주의 깊게 듣도록 하는 데 있지 않고, 신자 일동을 지도하고 고무하여, 전례 안에서 신자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기도하고 적극적으로 전례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그들이 전례에 더욱 친근해지고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것은 제 말이 아니라, 전례헌장과 성음악 훈령이 가르치는 것입니다. 이번 달에는 신자와 성가대원에게 이루어져야 할 성가교육과 전례, 그리고 영성적인 교육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1) 신자들을 위한 성가교육의 필요성

 

어느 본당에서건 신자들이 성가를 부르는 자세와 참여도를 보면 그들이 전례교육을 잘 받았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미사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미사에 참여하는 신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기도와 성가를 부르는 것뿐입니다. 우리도 가끔은 조용히 남이 하는 기도를 들으면서, 혹은 남들이 부르는 성가를 마음으로 함께 부르는 것이 좋을 때도 있지만, 미사 중에 항상 입을 다물고는 기도도 성가도 함께 부르지 않으면서 계속 침묵을 지키는 것은 기도하는 사람의 올바른 자세라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찬미의 노래가 전례 안에서 우렁차게 울려나오기 위해 신자들에 대한 성가교육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전례교육과 병행하여 이미 취학 연령 때부터 적어도 주일미사 전에는 미사 참례자를 대상으로 성가 연습이 주기적으로 실시되어야 하겠습니다. 또 예비신자들을 위해서는 교리시간 전에 성가대원을 투입하여 가장 기초적인 성가들을 계속해서 가르쳤으면 합니다. 성가대원들 자신도 찬미의 기도를 가르친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예비신자들 역시 미사 때 부를 성가를 익힐 수 있어서 무척 유익하리라 생각합니다.

 

2) 성가대원들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의 필요성

 

이제 성가대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전례와 영성적인 교육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합니다. 어느 본당 없이 성가대는 문제단체로 낙인찍히고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더 나아가 가끔은 어느 본당의 성가대가 해체 당했다는 소식을 듣곤 합니다. 본당신부님과의 마찰, 성가대 지휘자와 단장, 그리고 단원들 간의 갈등이 말썽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문제는 성가대원들에게만 있는 것일까요? 성음악 훈령 24항에서는 "성가대원에게는 음악 교육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적절한 전례 교육과 영적교육이 베풀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전례의식 안에서 그 구실을 올바르게 해낼 수 있으니 의식은 한층 더 아름답게 되고, 신자들은 성가대를 본받게 될 것이다."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성가대가 자신들에게 맡겨진 역할을 제대로 해 내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적절한 전례교육과 영적교육이 반드시 베풀어져야 한다고 문헌은 말하고 있습니다. 사목자는 그 교육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이 있으며, 성가대원들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는 겁니다. 아무런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성가대에서 노래하는 대원들은 성가를 부르는 것이 왜 기도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고, 성가대의 역할은 모른 채 그저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노래 부르기에 열중할 뿐입니다. 이렇게 불리어지는 성가가 어떻게 기도가 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남을 기도로 인도할 수 있고 감동을 줄 수 있겠습니까?

 

전례에 대한 교육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성가대의 경우, 노래는 잘 부를 수 있겠지만 전례 각 부분의 의미와 기능에 대한 몰이해로 전례 거행에 방해가 되는 수가 많습니다. 한편 성가대원들에 대한 영성교육이 잘 되어 있지 않을 경우에는 '진정한 마음'(콜로 3, 16)에서 우러나오는 찬미의 노래를 만들 수 없습니다. 이럴 경우 기도하러 온 신자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것 이외에 아무런 영적인 도움을 줄 수 없을 것임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따라서 사목자들은 우선 성가대원들에게 전례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가르쳐야 하며, 아울러 성가대원 자신들이 '전례의 봉사자요, 지도자이며, 기도하는 사람'임을 깨닫도록 영성적인 교육도 시켜야 할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명심해야겠습니다. 한 번도 성가대원들을 위한 교육의 기회조차 주지 않았으면서, 늘 그 책임을 성가대원들에게 미루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성가대원들을 포함하여 부족한 신자들을 돌보기 위해, 제대로 교육시키기 위해 그곳 본당에 사목자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우선 사목자가 미사 전례를 제대로 숙지하고 제대로 된 미사를 봉헌하여 신자들이 배우도록 해야 합니다. 아직도 제대 위에 독서대가 두 개 있는 본당, 복음을 신자들과 함께 낭독하는 본당, 주일미사에서도 환호송을 노래하지 않는 본당, 미사 중에 "성가대 그만!"이라고 외치는 본당, 마지못한 듯이 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본당이 얼마나 많습니까?

 

성탄이나 부활 대축일이 되면 많은 단원들이 저녁도 굶고 근 한 달간을 성가연습을 합니다. 이럴 때 사목자나 성가대 담당 수녀님께서 한 번 들려 영적훈화를 해 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10여 명 안팎의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의 주회 때에는 신부님이나 수녀님이 들어가셔서 훈화를 해 주는데 왜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고생하는 성가대에 들어가 훈화를 해 주는 본당이 과연 얼마나 될 런지요.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성가대를 위해 전례나 영성에 관한 교육이나 피정을 시키는 본당이 얼마나 있습니까? 본당의 사목자가 성가대원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할 수 없다면 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분들을 모시면 가능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교육시키고 나면 그분들은 결국 신부님을 위해 봉사할 분들 아닙니까?

 

성음악 훈령 25항은 성가대에 필요한 교육을 위해 교구에 성음악 교육 단체의 설립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신학교, 남녀 수도자들의 수련원과 신학원, 또한 기타 가톨릭 강습소 및 학교에서의 음악 교육과 실습을 중요시해야 한다. 이 교육을 위한 전문학교 설치를 권장한다. 교회 음악가, 성가대원, 특히 어린이 대원들에게 진정한 전례교육을 실시해야 한다.’(전례헌장 115항)고 합니다.

 

이제는 교구 차원에서 성음악교육을 주선하고 지원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교리교사들이 교사학교를 마쳐야만 교리를 가르칠 수 있듯이, 성가대에서 봉사하기를 원하는 사람들 역시 필요한 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을 수 있는 과정을 거치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본당에서 조금 도와줄 수도 있겠지요.

 

우리 교구에도 가톨릭음악원이 있어 25년 동안 이 교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만 본당에서의 협조가 너무나 미약합니다. 금전적인 보조는 차치하고라도 관심 있어 할 만 한 사람들에게 음악원을 추천해 주는 본당도 거의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가톨릭음악원에서는 3월 개강을 앞두고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올 해 만큼은 좀 더 많은 지망생들이 있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신자들과 성가대에 대한 전례적이고 영성적인, 그리고 음악적인 교육이 바탕이 될 때에야 비로소 성가는 일치의 전례적 상징이 될 수 있고, 성가대 고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 월간 '빛'잡지 2013년 2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