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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전례 & 미사

[신앙의 해]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

by 파스칼바이런 2013. 3. 12.

 

1. 「전례헌장」 탄생의 배경과 역사

 

 

1963년 12월 4일에 반포된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 「거룩한 공의회」(Sacrosanctum Concilium, 이하 '전례헌장')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발표된 16개의 문헌 가운데서 가장 먼저 나온 결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전례헌장」은 공의회 회기 중 논의를 통해 단기간에 걸쳐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전례헌장」이 반포되기까지 이미 그 이전에 사목현장에서부터 전례 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그것을 연구하고 시도하는 수도원들과 연구단체들이 있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까지 교회는 교황 비오 5세께서 트리엔트 공의회의 결정에 따라 1570년에 공포한 「미사 경본」(Missale Romanum)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교회는 종교개혁의 공격을 물리치는데 사력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종교개혁으로 인한 교회의 분열에 맞서 이제 모두가 같은 예식을 사용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이 때문에 교회는 모든 신자가 실제로 사용할 세부적인 라틴말 미사 예식서를 만들어 모든 말마디나 예식을 낱낱이 규정하고 획일화하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중세를 거치면서 성직자와 평신도 사이의 간격이 외적, 내적으로 점점 멀어졌고 그것은 전례에서도 자연스럽게 드러났습니다. 전례가 거행되는 제단은 거룩한 공간이라 생각하여 낮은 담으로 평신도들이 있는 공간과 극명하게 구분되었고, 전례 언어인 라틴어는 신자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신비스런 언어로 자리했습니다. 전례 중 사용되는 음악은 신자들이 따라 하기 어려울 정도로 품격이 올라갔고, 성가대는 점점 어려운 성가를 선호하며 자신들의 음악성을 드러내는 데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이러다 보니 평신도들은 전례가 어떻게 진행되고, 그 안에서 무엇이 이루어지며, 또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해서 관심이 없어져 형식적으로 따라 하거나, 오히려 자신들이 알아듣기 쉽고 감성적으로 다가가기 쉬운 신심 행위에 몰두하기에 이르렀습니다.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전례의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한 인식이 고조되었고, 수도회가 중심이 되어 전례 개혁에 대한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수도자들은 고대 전례와 음악의 원형을 복원하고, 신자들이 전례를 이해하고 함께할 수 있도록 교육했습니다. 수도원에 국한되어 있던 전례 운동은 교황 비오 10세(재위 1903~1914년) 때 널리 확산할 기회를 맞았습니다. 교황 비오 10세는 성직자와 평신도들의 종교적 삶을 쇄신시키기 위해 성무일도와 미사성제를 강조하고, 그레고리오 성가를 부각시켰으며, 규칙적으로 성경을 읽고 영성체를 자주 할 것을 권장하였습니다. 이러한 개혁 작업은 그 이후에도 계속되었고, 1947년 교황 비오 12세는 전례 개혁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지시하여 공식적으로 전례 개혁을 장려하였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들은 교황 요한 23세가 1959년 공의회 개최의 계획을 선언한 다음 해에 구성된 전례준비위원회를 위한 가치 있는 기초가 되었습니다.

 

전례위원회에서 마련된 전례헌장의 초안은 여러 차례의 논의와 수정을 거쳐 1962년 공의회 개회에 즈음하여 모든 교부들에게 배부되었습니다. 이렇게 제안된 전례에 관한 의안은 공의회 회기 중 토의와 수정, 그리고 투표를 거쳐 마침내 1963년 12월 4일, 트리엔트 공의회의 폐회일(1563년 12월 4일)의 4백 주년 기념일에,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으로서 교황 바오로 6세를 위시해 교부들에 의해 서명 · 공포되었습니다. 이것은 트리엔트 공의회 이후 400년 동안 전례에 변화가 없었던 시대에도 교회 안에서 끊임없이 활동하고 계시던 성령의 입김이 무르익어 열매를 맺고 결실을 거둔 일이었습니다. 또한, 공의회가 그리스도교 역할의 본질을 현대에 새롭게 표현하려는 참다운 쇄신의 첫걸음이었습니다.

 

 

2. 「전례헌장」의 구조와 내용

 

 

「전례헌장」은 서론과 본론 7장에 걸쳐 총 130항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달력 개정에 관한 선언'을 부록으로 싣고 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들 가운데서 가장 먼저 공포된 「전례헌장」은 서론 1항에서 다음과 같은 말로 공의회가 추구하는 목적과 「전례헌장」 공포의 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거룩한 공의회(Sacrosanctum Concilium)는 신자들 사이에서 그리스도교 생활을 나날이 발전시키고, 변경할 수 있는 그 제도들을 우리 시대의 요구에 더 잘 적응시키고,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이의 일치에 이바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증진하고, 또 모든 이를 교회의 품으로 부르는 데 이로운 것은 무엇이든 강화하려고 하므로 특별히 전례의 쇄신과 증진을 위한 배려도 자기 소임으로 여긴다.”

 

이에 따라 헌장은 제1장에서 전례의 쇄신과 증진의 일반 원칙을 제시합니다(5-46항). 1장에서는 우선 거룩한 전례의 본질과 교회 생활에서 차지하는 그 중요성을 말하는데(5-13항) "모든 전례 거행은 사제이신 그리스도와 그 몸인 교회의 활동이므로 탁월하게 거룩한 행위"(7항)라고 강조합니다. 나아가 비록 전례가 교회의 유일한 활동은 아니지만, "교회의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동시에 거기에서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이다."(10항)라고 천명합니다. 전례가 교회와 신자 생활에서 이렇게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에 헌장은 전례 교육과 전례에의 능동적 참여의 촉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14-20항).

 

이어서 헌장은 그리스도교 백성이 거룩한 전례에서 풍성한 은총을 확실히 받도록 전례 자체의 전면 쇄신을 적극 추진하고자 하는 교회의 의지를 밝히면서 쇄신을 위한 규범들을 제시합니다(21-40항). 전례에는 변경할 수 없는 부분과 변경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 "전례 쇄신에 있어서 전례문과 예식은 그것이 뜻하는 거룩한 것들을 더욱 분명하게 표현하도록 정리되어야 하고, 또한 그리스도교 백성이 될 수 있는 대로 그것들을 쉽게 깨닫고, 공동체 고유의 전례 거행에 온전히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21항)라고 그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제1장 마지막에서 헌장은 교구와 본당의 전례 생활 증진을 위한 주교의 역할을 강조하면서(41-42항) 전례적 사목 활동의 증진을 위해 전국 전례위원회와 교구 전례위원회를 둘 것을 권장합니다(43-46항). 「전례헌장」 제2장은 성체성사의 지성한 신비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47-58항). 신자들의 능동적 미사 참여가 이루어지도록 미사통상문을 개정하고 미사에서 성경의 풍부한 활용과 강론을 권장합니다. 또 미사가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로 이루어져 있지만 하나로 긴밀히 결합돼 있음을 강조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미사통상문은 「전례헌장」의 정신에 따라 개정된 것입니다. 제3장은 다른 성사와 준성사(봉헌, 축복, 구마 예식)들에 대해서 다루면서 각종 성사 예식의 개정 필요성을 언급하고, 아울러 수도 서원과 장례식의 개정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습니다(59-82항). 이어서 제4장에서는 '시간 전례'라고도 하는 교회의 공적 기도인 성무일도에 대해 다루면서 시대의 흐름에 맞게 개정할 것과 성직자나 수도자 외에 평신도들도 성무일도에 참여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83-101항). 제5장에서는 전례주년에 대해 언급하면서 개정 필요성을 적시하는데(102-111항), 오늘날 사용하고 있는 전례력 역시 공의회 정신에 따라 개정된 전례주년을 따르고 있습니다.

 

「전례헌장」은 제6장에서 성음악(112-121항), 그리고 제7장에서는 성미술과 성당 기물에 대해(122-130항) 다루고 있습니다.

 

 

3. 「전례헌장」에서 말하는 전례의 의미와 본질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년)에서 내린 여러 가지 전례 규정과 지침들이 400년 이상 교회를 지배하면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까지 전례는 고정적이고 법률적인 차원에서 예식을 규정했던 '홍주'(rubrica, 예식서에 붉은 글씨로 적힌 규정)에 따라 외형적이고 감각적이면서 장엄하고 정중하게 하는 경신예배 예식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전례헌장」은 전례 거행의 근본바탕을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두고 전례를 정의함으로써 전례가 단순한 예식의 범주가 아님을 밝히고 있습니다.

 

"전례는 당연히 예수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수행하는 것이다. 전례 안에서 인간의 성화가 감각적인 표징들을 통하여 드러나고 각기 그 고유한 방법으로 실현되며, 그리스도의 신비체, 곧 머리와 그 지체들이 완전한 공적 예배를 드린다. 따라서 모든 전례 거행은 사제이신 그리스도와 그 몸인 교회의 활동이므로 탁월하게 거룩한 행위이다. 그 효과는 교회의 다른 어떠한 행위와 같은 정도로 비교될 수 없다"(7항). 이처럼 「전례헌장」에서는 전례를 그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께서 당신 구원 업적을 실현하는 순간으로 이해함으로써 "교회의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동시에 거기에서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10항)이라고 밝히고, 교회 생활에서 차지하는 전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례의 정의를 통해서 볼 때 전례의 주체자는 참 하느님이며 참 인간이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은 참 인간으로서 인류를 대표해서 하느님께 예배와 흠숭을 드리고, 또 참 하느님으로서 구원 은총을 당신의 백성에게 전해주시는 것입니다.

 

전례의 목적은 하느님께 합당한 찬미와 영광을 드리고 인간 자신을 성화시키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하느님을 공경하는 측면에서는 인간의 행위이며, 인간을 거룩하게 하는 면에서는 하느님의 행위입니다. 참다운 의미의 전례는 하느님만을 대상으로 하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하느님과 인간 양자를 대상으로 하는 쌍방통행입니다. 곧 모든 전례 행위는 하느님께서 인간을 거룩하게 하시는 하강적인 면(하느님의 말씀, 은총)과 인간이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을 찬미하고 감사하며 도움을 비는 상승적인 면(제사, 기도, 감사와 찬미)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 뜻에서 모든 전례는 하느님과 인간이 주고받는 대화이며, 이러한 대화적인 특성은 전례의 기본 구조를 이룹니다.

 

전례의 내면적인 요소와 내용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룩하신 구원 업적입니다. 다시 말해 전례는 예수님께서 지상 생활, 특히 수난과 부활을 통하여 이룩하신 구원 업적을 성령의 능력에 힘입어 완전히 재현하고 실현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교회는 "모든 전례 생활의 중심인 희생 제사와 성사들을 통하여"(6항) 예수님의 구원 활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성찬례가 이루어지는 미사를 빼놓고는 신앙생활을 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전례의 내면적 요소가 예수님께서 이룩하신 구원 업적이지만, 이 구원 업적을 현실적 사실로 실현시키는 것은 말이나 동작, 사물 등과 같이 인간 사회에서 사용하고 통용되는 감각적 표지들입니다. 그런 면에서 전례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은총을 드러내 보여주는 일곱 가지 성사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전례에 참여하면서 그 안에서 들려지고 보여지는 말씀과 행위를 귀담아듣고 주의 깊게 보아야 합니다.

 

모든 전례 행위는 교회의 공적인 행위로서 교회의 몸 전체에 관련되고, 그 몸을 드러내며 그것에 영향을 끼칩니다(26항). 우리 각자는 그 몸에 딸린 지체로서 맡은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합니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 형식적으로 흐르고 맙니다.

 

전례는 교회의 행위이기에 그리스도의 직무를 대리하는 주교를 중심으로 그를 보좌하는 사제, 부제 등 성직자의 지도와 주관 하에 거행되어야 합니다. 모든 평신도는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했기에 전례에 참여할 권리와 의무를 지닙니다. 또한, 전례는 공적 특성이 있기에 가능하면 공동체를 이루어 거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4. 전례에의 능동적 참여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전례를 교회의 본질과 연결시켜 이해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례를 통하여, 특히 거룩한 성찬의 희생 제사에서 ‘저희의 구원이 이루어지므로’, 전례는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신비와 참 교회의 진정한 본질을 생활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는 데 가장 크게 이바지한다. … 전례는 동시에 놀라운 방법으로 그들에게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힘을 북돋워 주고 또 그렇게 하여 교회를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민족들을 향하여 세워진 깃발로 보여 준다. 그 깃발 아래 하느님의 흩어져 있는 자녀들이 하나로 모여, 마침내 한 우리에서 한 목자 아래 있게 될 것이다."(「전례헌장」 2항)

 

이처럼 하느님의 백성은 전례를 통해서 구원을 얻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또 교회의 존재 이유인 복음 선포를 위한 힘을 얻어 파견되고 하느님 나라 건설에 이바지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있어서 전례는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무방한 것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우리의 존재 이유를 우리 스스로 망각하는 것이요, 우리에게 살아갈 힘과 용기를 주는 그 원천을 스스로 막아 버리는 것이 되는 것입니다.

 

이에 「전례헌장」은 전례에 대한 신자들의 능동적 참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인 교회는 모든 신자가 전례 거행에 의식적이고 능동적이고 완전한 참여를 하도록 인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한 참여는 전례 자체의 본질에서 요구되는 것이다. '선택된 겨레고 임금의 사제단이며 거룩한 민족이고 그분의 소유가 된 백성'인(1베드 2,9; 2,4-5 참조) 그리스도인은 세례의 힘으로 그 참여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14항)

 

이 참여는 내적이고 의식적이면서 동시에 외적이며 능동적이어야 합니다. 모든 하느님의 백성은 전례를 통해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께 참된 예배를 드리고, 구원 은총을 받아 누릴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그리고 내적인 이해와 동의가 이루어지도록 전례에 대해 교육을 받음으로써 자신이 행하는 것을 알고 참여해야 합니다. 이러한 내적 준비를 제대로 한 다음에 전례에 참여하여 전례에서 요구되는 응답과 기도, 성가, 그리고 동작이나 자세 같은 외적인 것들도 능동적으로 행함으로써 인격체 전체가 전례에 참여해야 합니다.

 

모든 하느님의 백성이 전례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하지만 이 참여는 ‘위계적 구조’를 이루어야 합니다. 교회의 구성원들은 전례 거행에 있어서 예식의 성격과 규범에 따라 자기에게 맡겨진 일들을 해야만 합니다. 곧 성직자는 성직자의 임무를, 복사나 독서자, 해설자와 성가대원 등은 전례 봉사자로서 자신들에게 맡겨진 직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신자들은 환호와 응답과 기도와 성가, 그리고 제때에 지켜야 하는 거룩한 침묵 등으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시작되고 50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전례에의 능동적 참여를 촉구하는 「전례헌장」의 가르침이 제대로 실천되고 있지 못한 듯합니다. 준비 없는 전례 참여, 전례 봉사를 꺼리는 태도, 입을 다문 채 구경꾼인 듯 임하는 태도, 전례 중에 개인적인 기도를 하거나 주보를 뒤적이는 행동들, 지켜지지 않는 거룩한 침묵, 이 모든 것들이 능동적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모습들이라 하겠습니다.

 

우리가 잘 준비된 자세로 전례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때 전례 거행과 하느님께 드리는 참다운 예배의 의미를 이해하게 됩니다. 또한 능동적 참여는 교회와 우리의 기도를 삶으로 실천하도록 해 줄 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 그리스도께서 얻어 주신 영적인 보고를 이끌어 내도록 해 줍니다.

 

전례는 우리 신앙인의 정체성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신앙생활이 쇄신되고 활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새로운 결심으로 전례에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해야겠습니다.

 

 

5. 미사 전례의 쇄신과 하느님 말씀에 대한 강조

 

 

「전례헌장」 제2장(47~58항)에서는 성체성사의 신비와 쇄신 방향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신자들이 국외자나 말 없는 구경꾼처럼 끼여 있지 않고, 능동적으로 미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미사 통상문의 개정과 더욱더 풍부한 성경 활용과 강론, 그리고 보편지향기도의 복구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백성과 함께 거행하는 미사에서 모국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신자들이 성체를 적극적으로 받아 모시도록 권장하고, 양형영성체도 허락될 수 있게 하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미사가 구성되는 두 부분, 곧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는 서로 밀접히 결합되어 있어 하나의 예배 행위를 이루므로 어느 한 부분도 소홀히 여겨지지 않도록 교육하여 미사 전체에 참여하도록 강력히 권고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개인적이며 사적인 미사가 성행되던 관행에서 본래 초기 교회의 공동체성과 사제직의 단일성을 강조하며 공동 집전을 확대시키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하느님 말씀 곧 성경에 대한 강조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에는 미사에서 성찬 전례가 강조되었고, 말씀 전례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여겨졌습니다. 이는 16세기 종교개혁 이후에 프로테스탄트들이 '오직 성경만으로'를 주장한 데 맞서 가톨릭 교회가 트리엔트 공의회에서 성전(聖傳)과 함께 성사(聖事)를 강조하면서 상대적으로 성경을 소홀히 한 데 따른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공의회는 「전례헌장」에서 "하느님 말씀의 더욱 풍성한 식탁을 신자들에게 마련하여 주도록 성경의 보고를 더 활짝 열어, 일정한 햇수 안에 성경의 더 중요한 부분들이 백성에게 봉독되어야 한다."(51항)라고 천명하였습니다. 그 후에 교회는 공의회의 이러한 쇄신 방향을 반영하여 3년 주기, 3독서, 조화와 준 연속이라는 세 가지 원칙 아래 미사 독서를 새롭게 배열하였습니다.

 

주일과 대축일에는 구약에서 시작해 신약에서 완성된 구원 역사를 연속적이고 종합적으로 들려주기 위해서 옛 전통에 따라 3개의 독서를 마련하였습니다. 제1독서는 부활시기 외에는 구약성경, 제2독서는 복음을 제외한 사도들의 저서, 그리고 제3독서는 복음을 읽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주일 독서의 배열은 3년 주기를 따라 매년 공관복음 중의 하나(가해는 마태오, 나해는 마르코, 다해는 루카복음)를 읽도록 하였고, 요한복음은 매년 특수 전례시기에 읽도록 하였습니다. 전례주년의 특수 전례시기(대림 · 성탄 · 사순 · 부활시기)에는 주제에 따라 '주제별 독서'를 읽도록 하였고, 연중시기 주일은 ‘연속독서’가 되도록 하였습니다.

 

주일과 대축일에는 구약 독서와 복음의 긴밀한 관계에 특별한 주의를 두었습니다. 그래서 복음에 인용된 구약 본문을 독서에서 미리 읽도록 하거나, 구약과 신약의 분명한 대조를 드러내는 경우도 있고, 구원 역사의 연속성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으며 약속과 성취라는 관점으로 읽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평일 미사의 경우에 있어서 새 독서 배열은 2개의 독서를 2년 주기(홀수 해, 짝수 해)로 마련하였고(단, 복음은 그 주기를 1년으로 하여 매년 같은 것을 공유하도록 함), 특수 전례 시기는 2개 독서를 1년 주기로 매년 반복하게 하였습니다. 성인들의 기념미사와 특수 예식 미사, 기원 미사, 그리고 다양한 환경의 미사를 위한 독서들도 마련하였습니다. 비록 주일과 축일에는 몹시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평일에는 성인들의 기념 미사나 다양한 환경을 위한 미사를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주어졌습니다.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를 통해 전해지는 구원 은총을 충만하게 누릴 수 있도록 미사에 참례하기에 앞서 그날 미사 전례의 말씀을 미리 읽고 묵상하며 말씀 전례 가운데서 선포되는 하느님의 말씀과 강론을 깊이 새겨들음으로써 잘 준비된 상태로 성찬의 식탁에 참여하여야 하겠습니다.

 

 

6. 성사와 준성사

 

 

「전례헌장」 제3장(59~82항)은 성체성사 이외의 다른 성사들과 준성사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성사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과 하느님의 구원 은총이 확실히 주어졌음을 나타내 보이는 표징입니다. 다시 말해서 성사란 상징적 표현을 통해 인간이 하느님과 하느님의 은총을 감지할 수 있고, 그 상징적 표현이 나타내는 것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성사는 인간의 성화와 그리스도 몸의 건설, 그리고 하느님께 드리는 예배를 목적으로 하며, 우리를 위한 구원의 가르침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성사를 받기 위해서는 신앙을 전제로 하지만 성사의 은총을 나타내는 말씀과 표징에 의해 신앙이 육성되고 강화되며 드러나기도 합니다. 신자들은 전례 안에서 외적으로 보이는 표징을 통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으며, 하느님을 합당하게 공경하고, 사랑을 실천할 힘을 얻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자들이 성사의 표징들을 이해하고 그리스도인 생활을 살찌우도록 제정된 이 성사들을 열심히 자주 받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어머니인 교회는 성사 외에 준성사들을 제정하였습니다. 준성사는 그리스도에 의해 제정된 성사와는 달리 교회가 그 구성원들을 위해 어느 정도 성사들을 모방하여 정한 표징들로서 그것이 나타내는 은총을 교회의 간청의 힘으로 얻어주는 것입니다. 이를 받기 위해서는 먼저 교회가 그 준성사로써 나타내려고 하는 은총이 무엇인가를 알 필요가 있고, 또 사용자가 이 준성사에 의해 받을 수 있는 은총을 의식하고 적극적으로 이를 구하고 이용해야만 합니다. 준성사를 받음으로써 사람들은 성사들의 뛰어난 효과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되고, 생활의 여러 환경이 성화 됩니다.

 

성사와 준성사의 힘은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의 파스카 신비에서 흘러나오는 하느님의 은총에 의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잘 준비된 상태로 성사와 준성사에 참여하는 신자들은 그 은총을 통해 자신의 일생에 일어나는 모든 사건이 성화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성사들과 준성사들의 예식에 그 본질과 목적이 우리 시대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어떤 것들이나 미신적인 요소들이 끼어들어 왔고, 또 실제로 어떤 것들은 현대의 요구에 적응시킬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의회는 성사 예식의 개정을 위한 몇 가지 규정들을 제시하여 그 예식의 의미가 잘 드러나는 방향으로 개정될 수 있는 주춧돌을 놓았습니다.

 

그 가운데 몇 가지를 살펴보자면, 우선 공의회는 성사와 준성사의 집전에 있어서 라틴어 사용 이외에 각 지방의 필요성과 특색에 적응토록 모국어 사용을 허락하였습니다. 그리고 성인들을 위한 단계적 세례 준비기를 복구시키고 성인들을 위한 세례 예식과 어린이 세례 예식을 개정하도록 하였습니다.

 

당시까지 임종의 성사란 의미로서 '종부성사'라고 불리던 병자성사의 경우, 임종상태가 되어서야 비로소 받는 것으로 생각되고 이 성사를 받는 것은 임종을 선고받는 것처럼 느꼈기 때문에, 많은 경우 의식意識이 없이 받게 되는 결과가 되어 병자의 영적 이익을 위해 사목상 개선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종부성사'라는 말 대신 '병자의 도유'가 더 적절하다고 밝히고, 이 성사를 받는 적절한 시기도 이미 신자가 질병이나 노쇠로 죽을 위험이 엿보이는 때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전례헌장」은 장례식의 개정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데, 장례식은 그리스도인 죽음의 파스카 성격을 더욱 명백히 드러내야 하며, 각 지역의 환경과 전통에, 또한 전례 색상에 관한 것에도 더 잘 부응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장례식 때 사제들이 검은색 제의를 입었으나 오늘날에는 주로 흰색 제의를 입는 것도 장례에 있어서 그리스도인 죽음의 파스카 성격을 더욱 잘 드러내기 위해서 부활을 상징하는 전례 색상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전례헌장」에서 밝히는 성사들과 준성사들의 개정에 관한 이러한 방침에 따라 교황청은 공의회 이후 각종 예식서들을 개정 또는 재개정하였고, 한국 천주교회는 개정된 예식서들을 번역해 사용하고 있거나 편찬 작업 중에 있습니다.

 

 

7. 성무일도

 

 

「전례헌장」 제4장(83-101항)은 성무일도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전례헌장」은 먼저 성무일도를 그리스도와 교회의 기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이 의미하는 것처럼 성무일도는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전 인류의 구원을 위해 하느님께 바치는 공적 기도입니다. 교회는 그리스도 사도직의 수행으로써 이 성무일도를 바침으로 하느님을 찬미하고 인간의 성화와 구원을 위하여 간청하며 하느님과 인간에게 봉사하는 것입니다.

 

구약 시대에서부터 밤낮으로 기도로써 성화되기 위해 하루에 7회 기도하는(시편 119, 164) 관습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관습으로 성전에서나 회당에는 일정한 기도 시간이 생겼습니다. 사도들은 이 관습을 지켜(사도 3,1; 10,3. 9. 30) 초대 교회에도 그 전통이 이어졌습니다. 이처럼 성무일도는 오랜 그리스도교 전통에 따라 낮과 밤의 모든 흐름과 인간의 하루 생활이 하느님 찬미를 통하여 성화되도록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루의 성화가 성무일도의 목적이므로 각 시간경은 하루 생활의 실제 생활에 맞도록, 그리고 사도적 활동에 종사하는 이들이 살아가는 현대 생활의 환경을 고려하여 개정되어야 한다고 「전례헌장」은 밝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정 방침에 따라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성무일도의 개정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명칭에 있어서도 '시간 전례'(Liturgia horarum)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는데, 이 용어 자체가 하루의 여러 시간을 통해 하느님을 찬미하고 그를 통해 인간이 성화되는 성무일도의 목적을 잘 드러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각 시간경도 개정하여 아침기도인 찬미경(Laudes)과 저녁기도인 만과경(Vesperae)을 두 축으로 하여 독서기도, 삼시경, 육시경, 구시경, 그리고 끝기도로 마련하였습니다. 또한, 기도를 바치는 시간도 실제 생활에 맞게 조정함으로써 이 기도의 목적과 공동체적 성격을 감안하여 가능하면 제 시각에 가까운 시간을 지켜 바치도록 하였습니다.

 

공의회는 성무일도가 교회의 공식기도로 신심의 원천이며 개인 기도의 자양임을 재천명하고, 성직자와 수도공동체는 성무일도를 의무적으로 바치며 평신도들도 사제들과 함께, 또는 자기들끼리 모여서, 아니면 각기 혼자서 성무일도를 바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현행 개정된 성무일도서는 네 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년 동안의 전례 시기에 따라 구분하여 기도를 바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우선 성무일도 제1권은 대림 시기부터 성탄 시기까지, 곧 대림 제1주일부터 주님 공현 대축일까지의 기도와 성무일도 총 지침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성무일도 제2권은 사순 시기부터 파스카 성삼일, 그리고 부활 시기의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재의 수요일부터 성령 강림 대축일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성무일도 제3권은 연중 시기 제1주간부터 제17주간까지의 기도를 수록하고 있습니다. 연중 시기의 성무일도서는 두 권으로 되어 있는데 제3권에는 연중 시기 17개 주간의 전례 시기 고유 기도문과 부활 시기 후 지내는 주님의 대축일(삼위일체 대축일, 그리스도 성체 성혈 대축일, 예수 성심 대축일)과 1월 13일부터 3월, 그리고 5월 12일부터 8월 3일까지의 기념일 기도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성무일도 제4권은 연중 시기 제18주간부터 제34주간까지의 기도와 8월 4일부터 그리스도 왕 대축일 후 연중 제34주간 토요일까지의 전례 시기와 기념일 기도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는 평신도들도 쉽게 성무일도를 바칠 수 있도록 한 권으로 된 '소성무일도'도 편찬하여 발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매일미사 뒤편에 그달의 '소성무일도' 안내를 수록하여 손쉽게 찾아서 바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공동체 신자들이 함께 시간 전례를 거행하거나 각 단체에서나 개인으로도 자주 성무일도를 바침으로써 우리 삶의 매 순간이 하느님 찬미로 채워지고 성화되도록 해야겠습니다.

 

 

8. 전례주년

 

 

「전례헌장」 제5장(102~111항)은 '전례주년'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거룩한 어머니인 교회는 한 해의 흐름을 통하여 지정된 날들에 하느님이신 자기 신랑의 구원 활동을 거룩한 기억으로 경축하는 것을 자기 임무라고 여긴다."(102항) 「전례헌장」에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교회가 1년을 주기로 하여 그리스도의 구원 업적과 신비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을 전례주년이라고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목격하고 확신한 사람들은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이 있었던 안식일 바로 다음날마다 함께 모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구원되고 그리스도로 인해 하느님의 아들이 된 구원의 은총을 감사하면서 그 구원의 신비를 기념하고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는 제의를 행하였습니다. 이렇게 매 주간 주님의 날에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던 신자들은 일 년에 한번은 주님의 복된 수난과 함께 이 부활 축제를 성대하고도 장엄하게 지냈습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교회는 이 부활 축일을 중심으로 한 1년을 주기로 '그리스도의 신비' 곧 주님의 생애에 걸친 구원 사업의 하나하나를 주일과 주님의 축일에 맞추어 더욱더 폭넓게 기념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강생과 성탄에서부터 승천과 성령강림, 그리고 복된 희망을 품고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까지 그리스도의 신비 전체를 기념하는 전례주년이 형성되고, 전례력이 마련된 것입니다.

 

전례주년의 중심은 예수님의 성탄과 부활 사건입니다. 그래서 주님 성탄 대축일과 주님 부활 대축일이 전례주년의 두 기둥이 됩니다. 그런데 성탄은 부활을 향해 가고 있기 때문에 부활이 교회 전례의 중심이요, 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신앙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12월 25일 성탄 대축일을 준비하기 위해 4주간의 대림 시기를 지내며, 그다음 주님 세례 축일까지 성탄 시기를 보냅니다. 주님 세례 축일 다음 월요일부터 연중 시기를 지내는데, 이는 대략 연중 제5~7주간으로 중단됩니다. 그 이유는 주님 부활 대축일을 준비하는 사순 시기 때문입니다. 부활 대축일은 매년 "춘분(3월 21일)이 지나 만월(음력 15일) 다음에 오는 첫 주일"로 정해집니다. 당해의 부활 대축일이 정해지면, 거꾸로 거슬러서 46일째 되는 날이 사순 시기의 시작인 '재의 수요일'이 됩니다.

 

이 기간에 6번의 주일은 사순 시기에서 제외됩니다. 주님 부활 대축일부터 부활시기가 시작되는데, 이는 주님 승천 대축일과 성령 강림 대축일까지 50일간 계속됩니다. 성령 강림 대축일 다음 월요일부터 사순 시기로 말미암아 중단되었던 연중 시기가 계속 이어지다가 연중 제34주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을 한 해의 마지막 주일로 지내고 그 주간을 끝으로 한 해의 전례력이 끝납니다. 그리고 대림 제1주일부터 다시 새해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구원 신비를 기념하는 연례 주기를 지내는 동안 그리스도의 구원 활동과 풀릴 수 없는 유대로 결합되어 있는 천주의 성모 복되신 마리아를 특별한 사랑으로 공경하여 성모님의 축일도 함께 기념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교회는 자신의 삶으로 그리스도 부활의 신비를 우리에게 증거한 순교자들과 성인들의 삶을 기리고 본받기 위해서 그들에 대한 기념도 전례주년 안에 넣어 두고 있습니다.

 

교회가 이처럼 1년을 주기로 한 전례주년을 마련한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과 공생활, 그리고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통한 하느님의 인류 구원 역사를 '오늘', 그리고 '여기'에 재현하고 기념함으로써 하느님께 영광과 감사를 드리고, 교회 구성원 각자가 구원의 은총을 입어 성화(聖化)의 길로 나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므로 신자들은 이러한 전례주년의 신비 속에서 매번 그 사건의 의미를 충분히 묵상하여 전례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성화하여 이 세상과 인간의 구원을 위한 참다운 성사(聖事)로서의 사도직을 충실히 수행하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