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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전례 & 미사

[신앙의 재발견] 미사 전례 - 조학균 신부

by 파스칼바이런 2013. 3. 12.

 

 

 

(1) 가톨릭과 개신교의 전례적 차이

 

예비신자들이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가 '가톨릭과 개신교의 차이점은 무엇인가'다. 전례적 측면에서 가톨릭과 개신교는 어떤 점이 다른지 살펴보자.

 

첫째, 가톨릭은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지만, 개신교는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지 않는다. 천당과 지옥, 이분법으로 구분짓는 개신교와 달리 가톨릭에는 연옥이라는 신학적 개념이 존재한다. 연옥(煉獄)이란 의인의 영혼이 천국에 들어가기 전 소죄가 정화되는 상태 또는 장소다. 가톨릭 전례에서는 특히 미사 중 자신의 죄를 고백하면서 천사와 성인들에게 빌어달라고 청원하고, 사도신경 때 '성인들의 통공을 믿으며'라고 고백하며, 식사 후 기도 때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라는 기도를 바친다.

 

가톨릭교회는 11월을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혼을 기억하며 기도하는 위령성월로 정해 놓았다. 오늘날 천주교 용어로는 '위령미사'라는 말로 사용하고 있으나, 전에는 '연미사'나 '죽은 이들의 미사'라는 말로 쓰였다. 위령성월의 신학적 근거는 살아 있는 이들이 죽은 이들을 위해 하는 기도가 도움이 된다는 교회의 전통 교리다.

 

하느님 앞에서 시간은 무의미한 것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과 살아 있는 이들은 한 공동체의 동일한 구성원이다. 그렇기에 살아 있는 이들은 연옥에서 고통받는 영혼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고, 반대로 하느님 나라에 이미 들어가 있는 성인들도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위해 하느님께 간구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가톨릭 미사 중에 거행하는 '성찬례'와 개신교의 '빵 나눔 예식'의 차이를 들 수 있다. 가톨릭은 성찬례를 통해 빵과 포도주가 실제로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한다고 가르치는 반면 개신교는 주님 현존의 상징적 의미로 거행한다고 할 수 있다. 가톨릭이 매 미사 성찬례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 최후의 만찬예식, 십자가상 제사로 재현하고 있다면 개신교는 단순히 성찬의 식사로 강조하며 기억하고 있다.

 

또 가톨릭의 성찬례는 축성된 자, 즉 사제로 서품된 사람만이 유효하게 거행할 수 있는데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사제만의 고유한 직무이기 때문이다. 반면 개신교는 안수받은 자가 성찬례를 거행한다.

 

가톨릭교회는 성사의 유효성을 판가름하는 데 사효성(事效性)을 위주로 하나 그렇다고 해서 인효성(人效性)을 무시하지 않는다. 사효성은 성사의 유효성과 은총이 성사 집전자의 의도나 성덕에 좌우되지 않고 그리스도의 행위인 성사적 예절에 내재하는 힘에 의해 주어지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인효성에 의한 은총의 효력은 성사 집전자의 성덕과 신앙이 수령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성사 수령자의 신앙 상태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가톨릭과 개신교의 공통점은 성사의 인효성에 의해 발휘되는 은총을 인정한다는 점이다. 하느님께 대한 애절함을 통해 은총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신앙은 물론 삶 속에서도 하느님께 대한 애절함으로 살아야 한다. 생활 속에서 간절하게 기도하고 전례에 참례한다면, 하느님께서는 필요한 때에 필요한 은총을 주실 것이다.

 

※ 평화방송 TV '신앙의 재발견' 방송시간 : 월요일 오전 8시(본방송), 화요일 오후 9시(이하 재방송) 목요일 오후 4시, 일요일 오후 8시

 

[평화신문, 2012년 2월 12일, 정리=박정연 기자]

 

 

 


 

 

(2) 전례주년의 구성과 특징

 

 

전례주년 따라 예수 수난 · 부활 되새겨

 

가톨릭과 개신교의 차이는 전례 유무에서 시작된다. 개신교는 전례가 없기에 가톨릭에서 사용하는 전례주년이 없다. 교회가 1년 동안 전례적 성사를 거행하는 일정표인 전례주년은 시간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 수난과 부활을 기억하고 현재화하는 것이다.

 

전례주년의 구성은 이동축일과 고정축일의 가장 큰 축일인 부활 대축일과 성탄 대축일로 이뤄져 있다. 부활 대축일은 춘분(양력 3월 21일경)이 지난 후 오는 보름 다음 주일이기에 매년 이동되며, 3월 23일부터 4월 27일 사이에 지내게 된다. 성탄 대축일은 초기 그리스도교회가 로마의 태양신 축제일을 예수 성탄 대축일로 지냄으로써 시작돼 12월 25일로 고정돼 있다. 이렇게 두 대축일을 기점으로 전례주년을 따지면 쉽게 시기들을 알 수 있다. 부활 대축일 앞에는 사순시기가 오고, 뒤로는 부활시기가 이어지며, 성탄 대축일 앞에는 대림시기가 있고, 뒤로는 성탄시기가 된다. 그리고 나머지는 연중시기가 된다.

 

사순시기는 재의 수요일부터 성목요일 주님의 만찬 저녁미사 전까지로 예수 부활 대축일을 준비하는 회개와 기도의 시기다. 재의 수요일은 1091년 교황 우르바노 2세가 베네벤토 교회 회의에서 모든 신자들이 머리에 재를 얹는 예식을 받도록 권고함으로써 시작됐다. 머리에 재를 뿌리는 예식은 '네가 먼지임을 기억하라'(창세 3,19)는 성경 말씀에 근거해 만들어졌으며,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는 말씀에 의해 완성됐다. 인간이 죽음의 한계를 지닌 존재임을 상기시키고 하느님과 인간의 화해를 위해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회개를 호소하는 의미를 갖는다.

 

사순시기 마지막 주간인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은 주님 수난과 예루살렘 입성을 기념한다. 이날 전례의 핵심은 축성된 나뭇가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우리가 고대하던 죽음을 물리칠 메시아라는 신앙이다. 성지주일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부터 부활 대축일 전까지다. 성지주일 전례는 주님 수난 성지 주일과 주님 만찬 성목요일부터 성토요일까지의 성삼일로 구분할 수 있다.

 

성목요일 오전에는 성유 축성 미사가 봉헌된다. 이날은 1년 동안 사용할 성유를 교구장이 축성하는데, 성유에는 축성성유ㆍ병자성유ㆍ예비신자를 위한 예비신자성유가 있다. 성목요일 저녁 주님 만찬 미사에서는 성체를 옮기는 예식이 거행된다. 예수 그리스도가 최후의 만찬 후 올리브산에서 체포된 사건에 대한 기억에서 유래된다. 사제는 수난감실로 성체를 모시고, 십자가는 성당 밖으로 옮긴다. 성당 안에 있는 십자가를 그냥 두려면 천으로 가려야 한다. 성당 안에 있는 십자가를 가리는 이유는 아직 예수 그리스도께서 돌아가시지 않고 수난을 받고 계시기 때문이다.

 

성금요일은 미사를 봉헌하지 않으며 주님 수난을 기념한다. 오후 3시경에 십자가의 길을 하고, 저녁쯤에 말씀전례와 십자가 경배, 영성체 예식으로 마감한다. 성토요일은 성금요일과 더불어 전례없이 침묵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 부활을 진지하게 기억하고 기다려야 한다.

 

예수 부활 대축일은 자정 가까이 또는 그보다 조금 뒤에 부활 성야가 끝나고 시작된다. 예수 그리스도 부활은 교회 축일 중 가장 큰 의미를 갖는 사건이다. 예수 그리스도 부활의 기쁨은 수난과 죽음의 신비를 거쳐야만 누릴 수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 부활은 신앙생활의 목적이며 핵심이 되는 사건이다. 전례주년은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구원 업적을 기념하고 재현하며 그리스도 수난과 부활을 기념하고자 제정했다. 전례주년에 대한 이해없이 습관적 신앙생활만으로는 충분한 성사적 은총을 누리기 어렵다. 전례주년에 대한 의미를 알고 성사에 참례한다면 지금보다 더 살아 있는 역동적 신앙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 평화방송 TV '신앙의 재발견' 방송시간 : 월요일 오전 8시(본방송), 화요일 오후 9시(이하 재방송) 목요일 오후 4시, 일요일 오후 8시

 

[평화신문, 2012년 2월 19일, 정리=박정연 기자]

 

 

 


 

 

(3) 미사 전례 안에서의 신앙표현

 

 

미사 촛불, 세상의 빛으로 살라는 당부

 

우리는 신앙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 기도생활과 미사참례를 꾸준히 하는 신자들도 미사 안에 담긴 보화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성당에 들어가면서 하는 행동부터 미사 후 파견예식까지 전례 안에 숨어 있는 상징과 표징에 대해 알아보자.

 

성당 안에 들어서면 성수를 찍어 십자성호를 긋고 '주님, 이 성수로 저희 죄를 씻어주시고 마귀를 몰아내시며 악의 유혹을 물리쳐 주소서'라는 기도를 바쳐야 한다. 하느님 집에 들어가기 전에 몸을 정화하는 거룩한 물을 바르는 예절이다.

 

미사 전 여성들은 미사보를 머리에 쓴다. 교회에서는 미사보 쓰는 것을 권장하지만 강요하지는 않는다. 미사보의 신학적 의미는 구약시대에 여성들이 미혼임을 드러내기 위해 베일로 머리를 가렸던 풍습에서 시작된다. 이후 초기 교회에서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를 공적으로 언급하고 있다(1코린 11,11-16). 여인의 머리는 남편의 영광으로 인정되고 머리카락을 사치성으로 인식했던 풍습에 따라 전례에 참례할 때 여성들은 머리를 가리라고 했던 것이다. 흰색 미사보를 쓰는 이유는 세례 때의 순결함을 증명하고, 죄를 짓지 않겠다는 다짐을 의미한다.

 

미사 때 촛불을 쓰는 이유는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인들을 밤에 불기둥으로 인도하셨기 때문이다. 또 예수님께서 복음에서 '나는 세상의 빛이다'(요한 8,12)하고 말씀하시며, 우리도 세상 속에서 빛으로 살아가라고 당부하시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특별한 미사에 진행되는 십자가 행렬에서 복사가 들고 입장하는 십자고상은 예수님이 앞을 바라보고 사제가 뒤따르는 모습이 돼야 한다. 예수님이 지셨던 십자가의 길을 뒤쫓아가는 것을 의미하기에 사제가 행렬용 십자가를 바라보며 입장해선 안 된다.

 

시작예식에서 주례 사제가 건네는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는 인사는 축복의 의미다. 신자들이 합송하는 "또한 사제와 함께"라는 말은 '사제가 수품 때 축복받은 그 영이 지금도 함께하기를 빕니다'라는 뜻이다. 서로 축복을 빌면서 주님 은총이 풍요로운 가운데 기쁜 마음으로 미사를 여는 것이다.

 

제단과 제대는 라틴어로 'Altar'라는 같은 단어다. 하지만 구약과 신약에서 다르게 번역하면서 다른 의미를 갖게 됐다. 구약시대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없었기에 성찬례를 거행할 제대가 없었고 그들만의 거룩한 곳을 만들어 제단이라 불렀다. 신약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돌아가시면서 파스카 신비를 재현할 곳이 필요해 제대를 만들었다.

 

제단은 거룩한 장소라 여겨 예전에는 사제가 입장하면 밑으로 내려올 수 없었고, 신자들도 올라갈 수 없도록 막아놓았다. 오늘날 사제들이 제단을 내려와 강론할 수 있게 된 것은 하느님 말씀을 더 친숙하게 전하려는 '사목적 배려'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해설자는 간단한 말로 매끄러운 전례를 돕는다. 파견예식에서 주례 사제의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라는 말에 신자들은 "하느님 감사합니다"로 응답하고 미사가 마무리된다.

 

※ 평화방송 TV '신앙의 재발견' 방송시간 : 월요일 오전 8시(본방송), 화요일 오후 9시(이하 재방송) 목요일 오후 4시, 일요일 오후 8시

 

[평화신문, 2012년 2월 26일, 정리=박정연 기자]

 

 


 

 

(4) 미사전례 - 시작예식 · 말씀전례

 

 

참회로 정화하고 성경 말씀 새겨듣고

 

평일미사나 주일미사에 나오는 신자들 중에는 습관대로 기도문을 외우며 전례에 참례하는 이들이 있다. 전례의 변화가 생기더라도 이유를 모르고 틀린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주례 사제와 신자들이 주고받는 미사 통상문의 의미와 전례적 흐름에 대해 알아보자. 기계적으로 행하던 미사 참례가 더욱 풍성한 은총으로 다가올 것이다.

 

입당 성가인가? 시작 성가인가? 사제가 제의방에서 제의를 입고 기도를 바친 다음 성당으로 들어올 때 부르는 성가이기에 '입당 성가'라고 부른다. 사제는 제단에 오르기 전 제대 앞에서 깊은 절을 하는데, 입당 성가는 사제가 제대에 이르러 절을 할 때 거의 끝나야 한다.

 

시작 예식은 사제의 성호경으로 문을 연다. 십자성호를 그으며 삼위일체 신앙을 고백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을 베푸시는 하느님 아버지와 은총을 내리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시는 성령께서 여러분과 함께'라는 기도문으로 성부ㆍ성자ㆍ성령에 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축복의 인사를 건넨다.

 

다음은 미사에 참례하는 우리 자신이 죄인임을 깨닫고, 죄를 고백하는 참회의 시간을 갖는다. 사제는 '형제 여러분, 구원의 신비를 합당하게 거행하기 위하여 우리 죄를 반성합시다'하는 기도문을 바친다. '반성'의 의미는 죄를 알고 바꾸겠다는 결심이다. 신자들은 하느님과 형제들에게 죄를 고백하고 가슴을 치며 '내 탓이오'를 외친다. 하느님께 죄인임을 고백하고 용서를 청함에 있어, 나 혼자 힘으로는 부족하기에 평생 동정이신 성모 마리아와 모든 천사와 성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사제가 '전능하신 하느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죄를 용서하시고,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 주소서'라는 전례적 사죄경을 바쳐 소죄가 사해지는 은총을 받게 된다. 사죄경은 고해성사 때에도 사제가 바치는데, 이를 성사적 사죄경이라 부르고, 대죄가 사해지는 효력이 있다.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고 찬미하는 기도인 대영광송은 사순시기와 대림시기에는 바치지 않는다. 사순시기는 주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부활을 기다리는 시기이고, 대림시기는 예수님께서 오시기를 기다리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말씀전례에서는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지침인 말씀을 경청해야 한다. 주보를 보거나 「매일미사」, 성경을 읽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느님 말씀을 선포하는 독서자는 사명감을 가지고 당당해야 한다. 충분한 연습을 통해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읽어야 하며, 연극 대사처럼 감정을 넣거나 강약을 주어 미사 전례에 방해가 돼서는 안된다.

 

한국교회는 신앙고백으로 니케아 콘스탄티노플 신경보다 사도신경을 사용하고 있다. 보편교회는 미사의 공식 신앙고백문을 니케아 신경으로 정하고 있으나 1967년 주교 시노드 건의에 따라 지역교회 판단에 따른 결정을 받아들이고 있다. 사도신경에서는 '믿는다'는 말이 6번이나 나온다.

 

시작예식에서는 나의 죄를 깨달아 '나는 죄인입니다'하고 고백하고, 말씀전례에서는 성경 말씀을 새겨듣고 '나는 믿습니다'를 고백한다. 이로써 그리스도의 성찬례를 재현하는 거룩한 성찬전례에 참례할 준비를 마치게 된다.

 

※ 평화방송 TV '신앙의 재발견' 방송시간 : 월요일 오전 8시(본방송), 화요일 오후 9시(이하 재방송) 목요일 오후 4시, 일요일 오후 8시

 

[평화신문, 2012년 3월 4일, 정리=박정연 기자]

 

 

 


 

 

(5) 미사 전례 - 성찬전례ㆍ마침예식

 

 

성체로 일치 이루고 세상에 파견돼

 

성찬전례는 예물봉헌으로 시작된다. 신자들은 빵과 포도주를 들고 제단 앞으로 나아간다. 이때 사제는 제단 끝에 서서 신자들에게서 예물을 받아 제단에 바쳐야 한다. 예물을 받아 제단에 봉헌한 후 사제는 빵과 포도주가 '생명의 양식과 구원의 음료가 되게 하소서'라는 청원기도를 바친다.

 

사제는 성체를 만지기 전 손을 씻으며 '주님 저의 허물을 씻어 주시고, 저의 죄를 말끔히 없애 주소서'라는 기도를 올린다. 이때 손을 씻는 것은 세례 때 용서 받은 것을 기억하고 정화하려는 것을 의미한다.

 

감사기도 중 '마음을 드높이', '주님께 올립니다'라는 부분은 지금까지 봉헌한 빵과 포도주뿐 아니라 온 존재와 생명, 모든 것을 봉헌하겠다는 고백이다.

 

감사기도와 성변화예식은 하느님 구원사업이 이 순간에도 재현됨을 표현한다. 사제는 빵과 포도주를 축성하며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게 해달라고 성령의 도우심을 청하며 기도한다. '간구하오니, 성령의 힘으로 이 예물을 거룩하게 하시어…'라는 기도문에서 알 수 있듯이 성령을 부르며 성체를 축성해 주시도록 기원하고 있는 것이다.

 

성변화가 일어난 후에 바치는 '신앙의 신비여'는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한 것을 신앙의 눈으로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신앙의 신비에 대한 믿음 없이는 영성체를 모실 수 없기에, 개신교 신자나 미신자에게는 영성체를 하지 않는 것이다.

 

이어 사제는 죽은 이를 위한 기도와 교회일치를 위한 기도를 바친다. 특히 '부활의 희망 속에 고이 잠든 교우들과 세상을 떠난 다른 이들도 모두 생각하시어'라는 부분은 세례받은 자와 세례받지 않은 이들, 즉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가톨릭의 보편성을 나타내고 있다.

 

평화의 인사는 성체를 모시기 전 교회에서 누리는 일치와 사랑을 표현하는 시간이다. 미사 통상문에는 '장례미사에서는 생략할 수 있다'로 표기돼 있다. 그러나 고인의 죽음이 육적으로는 죽음이지만, 영적으로는 본향으로 돌아가 하느님과 함께하는 시점이기에 신학적으로는 장례미사에서도 평화의 인사를 할 것을 권한다. 평화의 인사 여부는 사목자가 상황에 맞게 결정할 수 있다.

 

사제가 성체를 쪼개 성작에 넣는 예식은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섞음으로써 교회의 수평적 일치와 수직적 일치를 드러내고 있다. 또 신자들이 쪼갠 성체를 나눠 먹음으로써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임을 나타낸다.

 

영성체 전에 바치는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다'는 기도문은 백인대장의 고백(마태 8,8)에 근거한 것으로, 겸손한 자세와 확고한 믿음에서 나오는 고백이다.

 

마침예식은 강복과 파견식으로 이뤄져 있다. 말씀전례와 성찬전례를 통해 영육 간에 힘을 얻은 신자들은 실생활로 돌아가 복음화 사명을 띠고 세상 속으로 보내진다. 미사를 통해 받은 힘으로 일상을 기쁘게 살며,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사는 것 뿐만아니라 그것을 통해 하느님 나라로 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 또한 중요하다.

 

※ 평화방송 TV '신앙의 재발견' 방송시간 : 월요일 오전 8시(본방송), 화요일 오후 9시(이하 재방송) 목요일 오후 4시, 일요일 오후 8시.

 

[평화신문, 2012년 3월 11일, 정리=박정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