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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전례 & 미사

[하느님의 시간 속에 인간의 시간] 전례주년에 따른 여정 - 사순절 1

by 파스칼바이런 2014. 3. 15.

[하느님의 시간 속에 인간의 시간] 전례주년에 따른 여정 - 사순절 1

 에곤 카펠라리 저, 안명옥 주교 · 홍성군 역

 

 

“교회는 수백 년을 지내오면서 신앙의 작품인 전례주년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전례주년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이후 거쳐 온 2000년의 간격을 뛰어넘어 그리스도인들을 초대할 뿐 아니라, 그 당시 일어났던 일과 ‘동시’가 되게 하는 초대입니다. 이 책은 인간의 시간과 하느님의 시간을 이어주는 전례주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책입니다.”(책 서문에서)

 

사십일

 

전례주년에서 사순절이라고도 불리는 부활절 이전의 참회 시기는 40일 동안 지속된다. 부활 축제를 준비하는 때이다. 부활절 이전 참회 시기에서 그 이름이 유래된 사순절은 다양한 형태들을 가질 수 있다. 그리스도교적인 의미에서 사순절은 자기 절제이다. 또한, 음식이나 돈이나 시간 또는 공간에 대한 포기 등 그것이 어떻게 행해지든, 사순절은 하느님과 인간을 향한 사랑의 형태이기도 하다. 부활절 이전 40일은 막다른 골목에서 돌아서는 시간을 위해서, 바닥을 치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시간을 위해서 충분하고 좋은 시간이며, 부활 축제를 참으로 생동감 넘치는 축제로 체험하도록 도와주는 시간이다. 사순절 동안 검소하게 절제하며 생활한 사람만이 부활 축제에 차려진 식탁의 풍요로움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게 된다.

 

생각의 전환

 

회개는 성경에서 사용한 그리스말로 메타노이아(Metanoia)라고 한다. 마르코복음에서 예수님께서 가장 먼저 하신 말씀이 바로 회개라는 말이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이 선포는 성경에 등장하는 예언자들의 외침들을 계승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새로운 울림이기도 하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이 되신 당신의 아드님이신 예수님의 오심으로 새롭게 말씀하셨다.

 

예수님께서 회개에 대해 말씀하셨다면, 그분께서는 그 시작이나 끝에서 어떤 도덕적인 성과가 아니라, 인격적인 관계를 맺는 것 또는 맺고 있기는 하지만 훼손된 그러한 관계를 회복하는 것을 염두에 두신 것이다. 그 관계란 자기 자신과의 관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을 넘어서서 하느님과 맺는 관계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시야에서 하느님을 향한 회개는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는 것이고, 하느님에게로의 귀향이지, 교만에서 생겨날 수 있는 그런 업적을 쌓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을 향해 돌아서는 회개에서 또한 다른 사람들과 자기 자신을 향해 돌아서서 회개하는 힘도 생겨난다. 하느님을 외면하는 사람은 늘 자기 자신마저도 외면한다. 그래서 바쁜 일에 몰두하고 오락에 빠진다. 한 사람이 하느님을 향해, 다른 사람들을 향해 그리고 자기 자신을 향해 되돌아가는 곳, 그곳에 기쁨이 있고 선을 위해 넘쳐흐르는 에너지가 있다. 우리는 사순절을 시작하면서 서로에게 그러한 귀향의 은총을 빌어주자.

 

“너희가 믿지 않으면, 머물지 못하리라.”

 

좋은 날에도 나쁜 날에도 우리를 지탱하고 영감을 줄 수 있는 힘은 성경에 담겨 있는 믿음이다. 그리스도 탄생 700년 전 예언자 이사야는 예루살렘 역사의 전환기에 아하즈 왕에게 “너희가 믿지 않으면, 머물지 못하리라.” 하고 천둥 같은 목소리로 알려 주었다.

 

하느님께 대한 믿음은 우리가 미사에 참례하여 대 신앙고백문에서 “한 분이신 하느님을 저는 믿나이다.” 하고 외울 때가 아니라, 일상에서 “저는 당신을 믿고 사랑하렵니다. 저의 힘이시여.” 하고 고백할 때 이미 그 절정에 다다른다. 성경에 담긴 믿음의 영혼은 사랑과 희망이다. 사랑이 없으면 믿음은 퇴화한다. 그 믿음은 삭막하게 되거나 혹은 자신을 속여가면서 사람들을 성숙한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인도하기보다 오직 체제 유지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음산한 종교재판관의 믿음처럼 파괴적이 되어버리고 만다. 종종 어려움을 겪긴 하지만, 결코 무너지지 않는 우리 교회 안에서 서로 함께 나누는 믿음의 기쁨을 위하여 기도드리자.

 

* 위의 내용은 ‘하느님의 시간 속에 인간의 시간’을 요약 발췌한 것입니다.

 

[2014년 3월 9일 사순 제1주일 가톨릭마산 제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