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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모음>/◇ 좋은글모음(3)

제 아내를 찾습니다

by 파스칼바이런 2015. 7. 16.

제 아내를 찾습니다

 

 

 

 

슬픔에 가득 찬 한 남자가 있습니다. 올해 81살인 할아버지는 갑자기 사라진 아내를 찾아달라며 절규합니다.

 

경찰은 사라졌다는 아내의 이름을 조회했습니다. 조회 결과 사라졌다는 아내는 지난달 25일 사망했고 이미 화장으로 장례까지 끝난 상태였습니다. 왜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애타게 찾고 있을까요?

 

이야기의 시작은 2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영국인 고든 마이클 풀 씨는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며 항공기를 정비하는 기술자였습니다. 그가 잠깐 한국에 머물렀을 때 운명처럼 아내 김려미 씨를 만났다고 합니다.

 

"내가 그녀에게 한눈에 반했듯이 아내도 그랬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빠져든 거예요. 아내와 함께 하는 매시간은 정말 행복했어요. 아내와 안 좋았던 기억은 단 하나도 없어요."

 

서로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1991년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들의 결혼 생활은 꿈같았습니다.

 

고든 마이클 풀 씨는 아내와 한 가지 약속을 했습니다. 직업 상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야 하지만 꼭 아내의 나라에 정착할 것이라고…

 

그리고 10년 전 그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아내와 한국에서 보내는 시간은 너무나도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아내에게 갑자기 뇌혈관 질환이 찾아온 겁니다. 병이 더 커질까 걱정하는 남편의 간호는 극진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도 병이 찾아왔습니다.

 

조금씩 기억이 지워지는 ‘알츠하이머’ 두 사람의 병세는 갈수록 심해졌지만 사랑은 변함이 없었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합니다.

 

하지만… 아내가 남편 곁을 먼저 떠나고 말았습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떠났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하루에 잠깐 기억이 되살아나 할머니와 사별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되면 할아버지는 깊은 슬픔에 빠집니다.

 

"아내는 여기에 없어요. 하지만 아내와 함께 한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죠. 그래서 아내의 영혼을 느낄 수 있어요."

 

할머니가 떠났다는 기억은 금세 또 사라집니다. 그럴 때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찾아 나섭니다.

 

"아내가 왜 이렇게 오랫동안 떠나있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기억의 경계에서 할머니를 붙잡고 있는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매일매일 할머니와 이별하고 있습니다.

 

 


 

 

 

 

 

[나는 려미 없이 살 수 없다.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내였다. 천국에 있는 그녀를 만나러 간다.] - 고든 마이클 풀 씨가 쓴 글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