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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전례 & 미사

미사에서 신자들을 힘들게 하는 음악도 성음악일까?

by 파스칼바이런 2015. 12. 7.

미사에서 신자들을 힘들게 하는 음악도 성음악일까?

‘말해주세요. 성가대 이야기’… 다하지 못한 이야기 <상>

평화신문 2015. 11. 29발행 [1341호]

 

 

 

 

서울대교구 성음악위원회(위원장 박원주 신부)는 지난 10월 26일 포럼 ‘말해주세요. 성가대 이야기’를 처음 열었다. 본당 성가대원들이 그간 지녔던 고민과 다양한 의견이 포럼에서 나왔다. 위원회는 성음악 중심 기구체로서 그간 ‘각개 전투식’으로 흘러왔던 본당 성가대 활동을 지원하고자 포럼 내용을 토대로 ‘성음악 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첫 포럼이다 보니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도 있었다. 교회 성음악 환경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자 성음악위원회 위원 이상철(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신부가 관련 일화와 의견을 담은 기고를 보내왔다. 2회에 걸쳐 싣는다.

 

“신부님, 다시는 이런 성가로 미사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꽤 오래전 필자가 부활성야 미사를 봉헌하고 난 뒤 사목위원들에게서 들은 말이다. 이미 전임 사제가 약속한 바였기에 본당 성가대가 아닌 외부 합창단을 초청해 ‘성음악 미사’로 봉헌했던 터였다. 교회 내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그 합창단은 르네상스 시대 모테트 미사곡을 열심히 연주했고, 미사는 거의 3시간에 걸쳐 봉헌됐다.

 

성음악 미사가 지루하다면

 

그런데 이후 사목위원들이 다시는 이렇게 미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구동성 이야기한 것이다. 합창단이 혼신을 다해 교회음악 역사에서 가장 정점에 있는 작곡자 작품을 연주했음에도 무엇이 잘못됐던 것일까?

 

아무리 부활성야 미사라지만, 필자도 3시간 미사 봉헌은 쉽지 않았다. 요즘 미사 시간 1시간만 넘어가도 일어나 가버리는 신자들이 종종 있지 않은가. 그런데 한편으로 보면 우리는 광화문 광장에서 거행됐던 프란치스코 교황님 미사 때처럼 새벽부터 추위와 피곤을 무릅쓰고 긴 시간 기다림과 미사 시간을 견디기도 하지 않나. 과연 미사 시간만이 문제였을까?

 

하느님 찬미와 신자 성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은 성가의 목적이 ‘하느님 찬미’와 ‘신자 성화’에 있다고 가르친다. 그런 면에서 성음악과 성가대 역할도 근본적으로 사목자의 사명과 부합한다. 흔히 사목자를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 대리자로 일컫는다. 사목자들은 양들로 하여금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요한 10,10)해야 할 사명을 지닌다. 성음악도 마찬가지 역할을 한다.

 

성음악의 본질적 목적

 

성음악의 본질적 목적은 ‘음악’ 그 자체에 있다기보다, 교우들로 하여금 기도와 찬미로 주님 생명 속에서 풍요롭게 한다는 것에 있다. 만일 미사에서 행해지는 음악이 이 목적에 부합하지 않다면 그것은 ‘성음악’이라 불릴 수 없다. 또 이 사명을 수행하지 않는 단체는 ‘성가대’라고 부를 수 없다. 그렇다면 3시간 동안 신자들을 힘들게(?) 했던 음악은 ‘성음악’이라 칭할 수 있을까. 그 단체는 성가대 역할을 온전히 수행했다고 이야기할 수 없지 않을까.

 

성음악을 하는 이들의 본질적 사명은 ‘사목의 협조자’ 역할이다. 그 핵심은 ‘음악이 아닌 사목’에 우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고상한 합창 음악은 미사 밖에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전례 때 부르는 음악은 하느님을 찬미하며 기도하는 데에 도움을 줘야 한다. 신앙에 흥미를 갖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음악으로 교우들(특히 젊은이들)을 힘들게 하는 성가대는 ‘다만 훔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고 온 삯꾼’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성가를 부르는 이들이 미사를 ‘노래자랑 한마당’으로 만들어 음악적 욕구나 인기만 취하려 한다면 그들도 삯꾼이라 불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

 

서울대교구 성음악위원회(위원장 박원주 신부)는 지난 10월 26일 포럼 ‘말해주세요. 성가대 이야기’를 처음 열었다. 본당 성가대원들이 그간 지녔던 고민과 다양한 의견이 포럼에서 나왔다. 위원회는 성음악 중심 기구체로서 그간 ‘각개 전투식’으로 흘러왔던 본당 성가대 활동을 지원하고자 포럼 내용을 토대로 ‘성음악 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첫 포럼이다 보니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도 있었다. 교회 성음악 환경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자 성음악위원회 위원 이상철(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신부가 관련 일화와 의견을 담은 기고를 보내왔다. 2회에 걸쳐 싣는다.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성음악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