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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전례 & 미사

성가대, 노래만 잘하는 베짱이 돼선 안 돼

by 파스칼바이런 2015. 12. 16.

성가대, 노래만 잘하는 베짱이 돼선 안 돼

‘말해주세요. 성가대 이야기’… 다하지 못한 이야기 <하>

평화신문 2015. 12. 06발행 [1342호]

 

 

▲ 삽화 문채현

 

 

“남들은 청소하느라 고생인데, 자기들은 노래 부르고 좋겠다!”

 

아마 예수 성탄ㆍ부활 대축일을 앞두고 본당 대청소를 하는 시기에 이런 말 한 번쯤 들어보지 않은 성가대는 없을 것이다. 성가대가 대축일을 맞아 성대하고 아름다운 전례를 위해 애쓰는 이 시간이 신자들에게는 의미 있는 봉사로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는 단면이 아닐까.

 

 

성가대는 노래하는 베짱이(?)

 

본당에서 이뤄지는 여러 활동과 사업 중 무엇보다 본질적인 것은 ‘미사’다. 교우의 약 80% 정도는 주일에 한 번, 주일 미사에만 참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본당 사목이 미사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목자에게는 주일 미사 1시간이야말로 사목 활동의 성패가 좌우되는 시간이라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신심을 북돋는 아름다운 시간인 주일 미사에서 주례 사제 외에 평신도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이는 누구일까? 미사 해설자나 독서 봉사자들이 있지만 바로 성가대가 아닐까 싶다.

 

사제의 훌륭한 강론과 정성을 담은 거룩한 미사 전례 다음으로 신자들 마음을 다시금 하느님께 향하도록 하는 이들이 바로 성가대다. 신자들이 미사 중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신부님 목소리 다음으로 성가대 노랫소리 아닌가? 바로 이 점 때문에 교회 공식 문헌들도 성음악과 성가대를 그렇게도 중요한 요소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고, 실제 음악은 사람의 마음에 어떤 것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

 

“본당 단체 가운데 가장 골치 아픈 단체는 뭐예요?”

 

“그야 성가대지!”

 

적지 않은 본당 신부님들이 이렇게 대답하신다. 무엇 때문일까? 몇몇 신부님들이 성가대를 자신의 중요한 사목 협조자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밝혔듯이 성가대는 본당 청소나 갖가지 궂은일을 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그 소중한 존재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성가대의 으뜸 목적 되새겨야

 

성가대의 으뜸가는 목적은 ‘하느님을 찬미하고 신자들을 성화’ 시키기 위해 성음악으로 사목자의 제일가는 협조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어쩌면 성가대가 이 근본적 존재 이유에 대해 모르고 있거나, 혹은 외면하고 있기 때문에 사목자들에게 ‘골치 아픈 단체’ 혹은 ‘노래나 하는 친목 단체’쯤으로 비친 건 아닐까?

 

성가대도 여느 단체들처럼 피정을 한다. 그런데 적지 않은 성가대가 이 피정에 굳이 ‘음악 피정’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리고 기도하는 시간보다 노래 연습시간을 더 확보하는 기회로 활용하곤 한다. 물론 하느님께 드리는 노래는 최고 수준의 음악 실력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자신이 부르는 성가가 하느님을 향한 마음의 소산으로 여기기보다 미사 시간을 자신들의 노래나 음악적 지식을 뽐내는 장으로 만들어 버리는 유혹에 쉽게 빠지곤 한다.

 

여기서 성가대 지휘자 역할이 무엇인지 드러나는데, 지휘자는 음악교사나 발성코치이기 이전에 성가 가사로 이뤄진 성경과 전례 혹은 그리스도교 문학의 교사이며 동시에 신앙의 모범이어야 한다.

 

성가대, 사목의 협조자

 

이러한 성가대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신부님들께서 성가대를 잘 육성시켜 주시기를 바란다. 성가대도 ‘사목’이라는 큰 틀에서 사목자를 보좌하고 협조하는 직무를 짊어지고 있다는 인식을 더욱 지녀야 한다. 자신이 먼저 깊이 감명받은 성가를 바로 그 마음으로 부를 때 사제와 신자들에게 성가대의 존재 가치가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