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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교리 & 영성

[사도신경 해설 18] “동정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시고”

by 파스칼바이런 2016. 1. 21.

[사도신경 해설 18] “동정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시고”

- 동정 잉태

최영철 알폰소 신부

 

 

 

 

세상 창조를 위해서는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으셨던 하느님은 구원사업을 위해서는 인간의 자유로운 협력을 간절히 바라셨다. 사랑은 강요와 독재를 배격하는 반면에 자유와 협조를 구한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므로 구원사업을 도와줄 인간의 협조를 필요로 하셨다. 그래서 하느님은 마리아를 찾아서 구원사업의 협조가 되어 달라고 요구하셨다. 마리아가 구원 계획에 자유로이 적극 협조해주기를 바라며 천사를 보내셨다. 하느님은 마리아가 꼭두각시와 같이 되기를 절대 원치 않으셨다. 마리아의 동의와 협조가 없었다면 하느님의 계획에는 중대 차질이 생겼을 터이고 아니면 기약 없이 지연되었을지도 모른다.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합니다.”(루카 1,34) 하고 마리아는 하느님의 제안을 받아들이기가 불가능한 자신의 처지를 명확히 토로하였다. 하느님의 원의와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하느님의 맹목적인 도구가 되기를 거부하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실 것이다.”, “늙은 나이의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천사의 이 두 가지 발언을 듣고서야 마리아는 ‘불가능한 일이 없는’ 하느님께 동의하였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는 신앙의 말씀으로 하느님의 뜻에 자신을 온전히 내맡겼다. ‘주님의 처분에 저 자신을 맡깁니다.’며 주님의 종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하였다. ‘남자를 알지 못한다.’는 마리아의 발언은 자신이 스스로 임신할 수 없는 처녀임을 천명한 것이다. 처녀 잉태는 남자의 관여 없이 성령으로 인하여 신비로이 이루어지는 임신을 나타내는 표지이다.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의 탄생을 가리키는 표징이다.

 

‘주님의 종’이라는 고백은 완전한 순종과 봉헌을 실천하는 투철한 신앙의 표명이다. 마리아는 ‘은총이 가득한 이’이며, 완벽한 신앙인이므로 심사숙고 끝에 하느님의 계획에 자신을 온전히 바쳤다. 신앙은 하느님의 뜻에 순순히 자신을 맡김으로써 하느님의 사업에 유용한 도구가 되게 해주는 것이다. 마리아는 신앙으로 인하여, 자신의 몸 안에 하느님의 아드님을 모셔 들이기 전에 이미 자신의 마음 안에 ‘말씀’이신 성자를 온전히 받아들였다. 여기서 동정성은 육체적인 순결만을 뜻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더 고귀한 가치를 가리키는 표지이다. ‘성령으로 인한 잉태’를 가리킬 뿐 아니라 신앙의 완전성과 순수성을 나타내는 표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리아는 육체적으로는 물론이고 영신적으로도 동정녀이다. ‘남자를 모른다’는 부정적 표현은 ‘하느님만을 안다’는 긍정적 표현으로 풀이될 수 있다. 성경에서 ‘안다’는 단순한 앎이나 지식만을 가리키지 않고 육체적 결합 또는 인격적 결합을 뜻한다. “나는 내 양들을 알고 내 양들은 나를 안다. 이는 아버지께서 나를 아시고 내가 아버지를 아는 것과 같다.”(요한 10,14-15) ‘남자를 알지 못하는’ 마리아는 ‘하느님만을 알고’ 있었고 이는 곧 하느님을 향한 일편단심, 하느님과의 완전한 결합을 의미한다. 마리아는 신앙을 통하여 하느님께 온전히 헌신하였기에 그분과의 친교 속에 있었다. 마리아가 이토록 놀라운 신앙 고백과 봉헌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그녀가 ‘은총으로 가득하였기’(루카 1,28) 때문이다. 신앙은 은총의 선물이므로 둘 중에 앞서는 것은 은총이다. 은총으로 선사받은 신앙 덕택에 전심전력으로 은총에 협력하였다. 마리아는 온전한 신앙 안에서 하느님의 은총과 성령의 능력에 협조하여 그분 원의대로 하느님 아드님을 자기 몸과 마음 안에 모셔 들일 수 있었다.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고 고백하는 마리아의 순종 덕택에 하느님의 아드님은 성령으로 인해 세상에 내려오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