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팽목항에서 가톨릭신문 2017-02-05 [제3030호, 22면]
겨울, 팽목항 그 깊은 심연에서 은빛 언어들이 술렁이고 있었다. 오랜 자맥질 끝에 하나둘 걷어 올려지는 진실의 그물망 그 끝에서 푸드득 튀어 오르는 아홉 마리 물고기.
아아! 그 눈부신 비늘 하며 맑은 눈망울 속에 비친 세상. 탐욕과 교만을 낳은 뱀의 자식들이 검은 장막 뒤에서 날름거리는 혀로 거짓과 위선을 말할 때,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은 횃불이 되고 마침내 들불의 바다로 흘러가는구나.
막힌 듯 흐르다가 멈춘 듯 돌아서다가 멀리멀리 바람 따라 실려가는 빛의 행렬이여! 세상의 어둠을 밝히고 때묻은 먼지를 쓸어내며, 거침없이 흐르다가 마침내 주린 속 채워주는 따뜻한 밥이 되는구나. 시린 가슴 부둥켜안고 고운 눈물방울 떨구며, 꿈인 듯 생시인 듯 울고 웃는 뜨거운 포옹이 되는구나.
강양묵(암브로시오·광주대교구 신동본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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