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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홍수 속에서 <필터 버블>에 갇히다

by 파스칼바이런 2017. 11. 15.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필터 버블>에 갇히다

AhnLab 콘텐츠기획팀 / 2017-10-31

 

 

사람은 주로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기 마련이다. 이런 경향은 소셜미디어(Social Media, 또는 SNS) 상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 에서 왠지 거슬리는 말이나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이나 어딘가 내 가치관과 맞지 않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친삭(친구삭제)’을 해 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터. 문제는 이런 식으로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만 모이다 보니 실제 사실이나 사회 흐름과는 전혀 다른 것을 사실로 인지하거나 기대해 예상치 않은 결과가 뒤따르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2016년 힐러리와 트럼프의 대선 결과가 대표적. 당시 전 세계,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 대다수가 ‘당연히’ 힐러리의 당선을 점쳤지만 막상 결과는 뜻밖이었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필터 버블(Filter Bubble)’에 갇혀있던 것이다.

 

(*이미지 출처: M_SUR/shutterstock.com)

 

“필터 버블”은 무엇인가?

 

필터 버블(Filter Bubble)의 사전적 정의는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포털 업체나 소셜미디어(SNS) 등이 이용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이용자가 특정 정보만 편식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 시민단체 무브온(Move on)의 이사장인 엘리 프레이저(Eli Praiser)가 그의 저서 <생각 조종자들>에서 언급한 내용이기도 하다. 엘리 프레이저는 지난 2011년  TED 강연에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수 성향의 글이 올라오지 않는 이유는 페이스북이 자신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보를 필터링(filtering)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보를 자의 또는 타의로 어느 정도라도 걸러내는 ‘필터링’은 최근 들어 정도가 심해졌을 뿐, 사실 완전히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전통적인 정보 전달 매체인 신문을 살펴보자. 신문사 또는 언론사마다 성향, 흔히 말하는 ‘색깔’이 있다. 급진적인 언론에서부터 중도 성향의 언론, 보수 언론 등으로 색깔이 나뉘어 지는 이유는 나름의 필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편집회의를 통해 게재할 뉴스, 즉 콘텐츠의 방향이 정해지고 나면, 이른바 게이트 키퍼라고 불리는 각 부서 데스크들에 의해 1차적으로 걸러지며, 편집국장에 의해 최종적으로 콘텐츠 필터 작업이 완료된다.

 

언론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중심으로 형성되는 시대가 되면서 이러한 콘텐츠 필터링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노르웨이의 일간지 아프로텐포스텐 한센 편집장은 “페이스북의 주커버그는 발전된 알고리즘을 통해 그의 편집권을 행사한다. 그의 알고리즘은 우리가 볼 것과 보지 않을 것을 통제한다. 이 알고리즘이 필터 버블을 일으킨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터넷 포털 및 소셜미디어(SNS) 업체들은 각자의 알고리즘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은 사용자의 위치, 과거 클릭 기록, 사용하는 기기 등을 포함, 무려 57개의 시그널을 이용해 검색 내용을 조정한다. 페이스북은 좋아요, 댓글, 공유 등의 활동을 ‘엣지(Edge)’라고 부르는데, 엣지에 따라 콘텐츠에 가중치를 부여해 충분한 엣지를 갖지 못한 관계나 콘텐츠는 타임라인에서 배제하는 알고리즘을 갖고 있다. 인터넷 광고는 이미 ‘프로그래매틱 광고 기법’에 의해 자신이 원하는 광고만을 보여주는 것이 일반화된 지 오래다.

 

‘내’가 스스로 만드는 필터 버블도 적지 않아

 

엘리 프레이저는 필터 버블의 원인을 주로 외부 플랫폼의 알고리즘에서 찾았지만 개인화된 알고리즘 역시 필터 버블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들 스스로 알고리즘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내 입맛에 맞는 뉴스와 사용자만으로 소셜미디어 공간을 꿰어 맞추는 것이 개인의 알고리즘이다. 이런 식으로 축적되다 보면 결국 특정한 성향의 기사, 사회 소식, 정보만을 보고 듣게 된다.

 

콘텐츠 필터링의 본래 목적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거품과도 같은 불필요한 정보를 덜어내 이용자에게 필요한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콘텐츠 필터링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지만 최근 본래의 콘텐츠 필터링과는 전혀 다른, 편향된 정보로만 둘러싸이는 필터 버블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짜뉴스도 이러한 필터 버블에 편승한 하나의 트렌드이다. 개인화된 알고리즘으로 인한 필터 버블과 맞물려 잘못된 뉴스를 사실처럼 느끼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이런 가짜뉴스를 자신의 소셜미디어 지인들에게 퍼나르는 것이 필터 버블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왜곡된 인식 심어주는 필터 버블, 자칫 사회 분열을 조장할 위험도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대로만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왜곡된 인식을 갖기 쉽다.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에만 좋아요를 누르고,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맞는 사람만 친구 관계를 맺다 보면 필터 버블이 강화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필터 버블은 사람들의 생각의 폭을 좁게 하고 대립은 심화시키는 악영향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필터 버블의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나와 비슷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모여들어 유연한 사고 발달을 방해하고 내 의사와 다른 건 무조건 배타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이른바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다는 것. '확증편향'이란 결과에 대한 미리 결정된 믿음에 집착하는 것으로,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믿음을 강화하는 정보만 수용하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배척하게 되는 심리적 경향을 의미한다.  

 

필터 버블은 개인의 편견이나 고정관념만 강화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왜곡함으로써 심각한 사회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 소셜미디어 등 IT환경의 변화로 나도 모르는 새 더욱 두꺼운 필터 버블에 갇힐 수 있다는 것을 한번쯤 생각해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