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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화 & 이콘

[호기심으로 읽는 성미술] (15) 주님 승천 (상) 고대 시대

by 파스칼바이런 2018. 8. 2.

[호기심으로 읽는 성미술] (15) 주님 승천 (상) 고대 시대

성모와 사도들 해와 달의 찬미 받으며 천상에 오르시는 예수님

 

 

성경은 세 분의 승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에녹(창세 5,24)과 엘리야 예언자(2열왕 2,11), 그리고 주님(마르 16,19; 루카 24,51; 사도 1,6-11)입니다. 또 가톨릭교회는 성모 마리아께서 지상 생애를 마친 다음 육신과 영혼이 함께 천상 영광으로 들어 올려지셨다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주님의 승천은 근본이 다릅니다. 주님께서는 승천하신 다음 하느님의 오른편에 계시며 우리에게 약속하신 성령을 보내십니다.(사도 2,33; 에페 1,20) 또 주님께서는 승천하신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시어 우리를 구원하실 것입니다.(사도 1,11) 이번 호부터는 ‘주님 승천’의 도상을 고대와 비잔틴 시대, 그리고 중세로 구분해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초기 그리스도교 미술은 그리스와 로마의 도상(圖像)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제국 사람들은 자신들이 숭배하던 신과 영웅들의 승천 장면을 마치 전쟁에서 승리한 황제가 개선하는 것처럼 병거를 타고 땅에서 하늘로 비스듬히 올라가는 모습으로 즐겨 그렸습니다.

 

초대 교회 신자들은 ‘주님 승천’ 장면을 그릴 때 이 도상을 빌려서 표현했습니다. 로마 아벤티노 언덕에 있는 성녀 사비나 대성전(Basilica Sanctae Sabinae)의 나무문 조각 ‘주님 승천’ 부조와 6세기 헬라어 필사본 「라불라(Rabula) 복음서」의 ‘주님 승천’ 삽화가 대표적입니다.

 

- 성녀 사비나 대성전의 승천 부조 작품. 승천하는 엘리야(왼쪽 사진의 파란 점선)는 병거를 타고 천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 주님의 승천은 엘리야와 다르다. 예수님(오른쪽 사진의 파란 점선)은 세 천사의 호위를 받으며 부조상에는 보이지 않지만 하느님의 오른쪽을 향해 승천하고 있다.

 

성녀 사비나 대성전

 

430년 봉헌한 성녀 사비나 대성전의 정면 나무문에는 ‘승천’을 주제로 한 두 장면이 돋을새김으로 조각돼 있습니다. 주님과 엘리야의 승천입니다. 엘리야 승천 부조는 문 오른쪽 아래에 장식돼 있습니다. 엘리야 예언자는 엘리사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두 마리 불 말이 이끄는 불 병거를 타고 비스듬히 하늘로 오르고 있습니다. 불 말과 불 병거는 ‘주님의 권능’을 상징합니다. 성경은 “엘리야가 회오리바람에 실려 하늘로 올라갔다”(2열왕 2,11)고 하지만 사비나 대성전의 부조는 천사가 지팡이 같은 걸로 엘리야를 들어 올려 하늘로 데려가고 있습니다. 엘리야가 자기 능력으로 승천한 것이 아니라 주님의 권능에 의해 하늘로 들어 올려졌음을 웅변하고 있습니다.

 

‘주님 승천’ 부조는 성당 문 오른편 가운데 자리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엘리야 예언자와 달리 당신 권능으로 스스로 하늘로 오르십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예수님의 승천 방향입니다. 부조를 바라보는 이의 시선에서 볼 때 주님은 하느님의 오른편으로 향해 승천하십니다. 주님을 맞이하는 세 천사는 주님께서 하느님의 오른편에 앉으시게 보필하고 있습니다. 이는 주님께서 하느님의 권능에 참여하고 계실 뿐 아니라 그 권능 안에 영원히 현존하고 계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사도 2,35; 에페1,20)

 

라불라 복음서

 

 

「라불라 복음서」의 ‘주님 승천’ 삽화는 성녀 사비나 대성전의 성당문 부조와는 사뭇 다른 도상을 보여줍니다. 그리스ㆍ로마 풍과 함께 인성(人性)을 중시하면서 성경 내용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는 시리아풍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네 마리 동물이 이끄는 사륜 병거에 올라타시고 네 천사의 보필을 받으며 승천하십니다. 네 동물은 사자와 소, 독수리, 그리고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요한 묵시록에 등장하는 이들은 네 복음사가 또는 네 복음서를 상징합니다. 사자는 마르코, 사람은 마태오, 소는 루카, 독수리는 요한을 가리킵니다.

 

승천하시는 주님은 하느님의 영광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오른손을 들어 강복하시고, 왼손에는 구원의 상징인 ‘생명의 책’을 들고 계십니다. 해와 달이 하늘의 양 측면에서 주님을 찬미하고 있습니다.

 

땅에서는 성모님을 중심으로 사도들과 제자들이 주님의 승천 모습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들은 ‘교회’를 상징합니다. 성모님은 주님 승천 장면을 보면서 놀라워하는 이들과 달리 양팔을 하늘을 향해 뻗고 기도하는 ‘오란테’의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성모님이 ‘교회의 어머니’로서 그리스도의 지체들 안에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성모님의 양옆에서 흰옷을 입고 왕홀을 손에 쥔 두 천사는 주님의 승천을 지켜보고 있는 사도들에게 무언가를 일러주고 있습니다. “너희를 떠나 승천하신 저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신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다”(사도 1,11)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천사의 이 말은 무슨 뜻일까요? 참하느님이시며 참인간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승천하신 이후에도 당신의 인성을 그대로 지니시며 재림 때 육신을 지닌 구세주로 우리에게 오신다는 말씀입니다.

 

가톨릭교회는 그리스도의 재림을 단순히 미래에 닥칠 사건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라고 승천하실 때 약속하신 주님의 말씀을 믿으며 성체성사 안에서 그리스도의 현존을 체험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도들과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주님께서 지금 살아 계신 분이시고 우리 또한 살아 있게 해주시는 생명 자체이심을 증언하고 있습니다”(요한 14,19 참조. 베네딕토 16세 교황 「나자렛 예수」 2권 346~347쪽).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7월 29일, 리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