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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으로 ‘팬心’을 엮다…사기극부터 사회공헌까지 AhnLab 콘텐츠기획팀 l 2018-10-17
“빠순이의 기본은 열정이야! 이걸로 사회에 나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아나?!”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주인공의 이 대사는 결코 ‘빠순이’의 자기 변명만은 아니었다. “공부 열심히 하라”는 ‘오빠’들의 말에 명문대에 진학하고 전문직 종사자가 된 이들을 차치하고라도 대다수의 ‘빠순이’들은 당시 기성세대의 우려와 달리 가정과 사회의 건실한 일원으로서 멀쩡히 책임을 다하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빠순이의 열정’이 ICT 기술과 만나 또 한번 거듭날 전망이다. 연예인, 스포츠 스타와 결합한 블록체인 기술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를 알아본다.
▲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캡쳐
속칭 ‘빠순이’는 90년대 말 아이돌 가수들에 열광하는 팬들을 얕잡아 불렀던 표현이기도 하다. 그 전에는 ‘오빠부대’로도 불렸던 팬클럽 문화는 현재 ‘팬덤(Fandom)’이라는 용어로 불린다. 팬덤은 어떤 인물이나 분야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런 문화적 현상을 뜻한다. 열성 팬을 의미하기도 하는 팬덤의 위상 또한 과거와 몹시 달라졌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좇아 노래나 영화, 드라마, 스포츠 등을 즐기고 연예기획사 등에서 제공하는 팬서비스와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지갑을 열었던 ‘컨슈머(Consumer)’에서 나아가 이제 연예기획사는 물론 방송사에까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의상이나 기념품 제작부터 해외 아티스트와의 협업(collaboration)까지 관여하는 ‘프로슈머(Prosumer)’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과거에는 콘서트에서 응원봉과 풍선을 흔들며 팬레터와 선물을 사서 연예기획사 사무실로 보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전달되기를 바랬다면 앞으로는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암호화폐, Cryptocurrency)를 이용해 자신의 스타의 이익을 위해 직접 투자하는, 즉 팬덤이 연예 사업 투자사의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 똑똑해진 팬덤, 블록체인 기술로 자신의 스타에 ‘직접 투자’
빌보드 뮤직 어워드,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수상부터 UN총회 연설까지,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눈부신 성공은 아티스트 본인들의 노력뿐만은 아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곳곳에 포진한, 수를 헤아리기 어려운 팬들의 열정과 노력, 에너지가 방탄소년단을 글로벌 브랜드로 끌어올린 큰 동력이다.
이처럼 한류와 글로벌 아이돌 그룹의 근간에는 팬이 있지만, 여전히 일부에서는 팬들이 투자하는 에너지가 팬들의 바램과는 달리 스타의 이익보다는 연예기획사나 주주들에게만 이익이 되는 불합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이런 구조에 문제 제기를 하는 팬덤이 들어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가상화폐를 통한 ‘직접 후원’ 방식이다.
인기 아이돌 그룹이 이른바 팬 토큰(Fan Token)을 자체적으로 발행해 팬들로부터 직접 투자를 받거나 혹은 팬들이 신인 가수나 배우, 스포츠 스타들을 발굴해 블록체인 기술로 토큰화할 수 있는 가상화폐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업들이 IPO를 통해 투자를 유치하고, 토큰들이 ICO(가상화폐공개, Initial Coin Offering)를 통해 코인으로 거듭나듯이 이젠 아이돌 스타도 자신들이 직접 코인화되어 팬들로부터 투자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스타들이 직접 자신의 이름을 딴 토큰을 발행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도 등장했다. 이 토큰을 구입한 팬들은 굿즈 구매나 콘서트 티켓, 프리미엄 미팅 등을 할 수 있고 스타들은 토큰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뮤직비디오 제작이나 콘서트 진행 같은 자금이 많이 필요한 이벤트를 할 수 있다. 이 토큰은 거래소에도 상장이 되어 팬들이 토큰을 많이 구매하고 활용할수록 스타의 가치는 더 올라간다. 마치 주식시장처럼 말이다.
당신의 스타에게 ‘투자’하세요…팬덤이 직접 스타 만든다
인플루언서(Influencer), 즉 인지도는 물론 사회적 영향력을 갖춘 스타들을 발굴해 블록체인 기술로 토큰화해주는 것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인플루언서에는 가수나 배우와 같은 셀럽은 물론 스포츠 구단이나 선수, 오피니언 리더, 정치인 같은 공인들도 포함된다. 이 코인을 갖게 되면 스타들에게 직접 투자가 가능해지며 인플루언서는 자신들이 토큰을 직접 발행해 팬이나 투자자들에게 판매할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평판 시스템이다. 그동안 스타들은 미디어들에 의해 영향력이 평가되어 왔는데 팬이나 투자자 같은 대중들이 직접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오프라인 중심의 연예기획사가 아닌 블록체인 기반의 연예기획 프로젝트도 눈길을 끈다. 숨겨진 대중음악 인재 발굴을 목적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생태계 구축을 위한 플랫폼이 선보였는데, 이 플랫폼을 통해 팬들은 오디션 및 시상식 같은 주요 행사에서 투표권을 가짐으로써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운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받는다. 이 플랫폼을 통하면 대형 기획사나 미디어 오디션 등의 중간 과정 없이 팬들이 직접 매니지먼트 회사의 홍보담당자 역할을 담당하는 기능을 한다.
팬덤의 블록체인 열풍은 연예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넘어 스포츠 분야에도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와 브라질, 콜롬비아의 프로축구팀이 가상화폐 발행에 나섰다. 세계 축구 역사상 프로 축구팀이 가상화폐를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리생제르망팀은 팬 토큰을 공개, 이 토큰을 통해 유니폼 구입은 물론 팬 미팅이나 특별 경기 입장권 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브라질 프로축구팀 아바이FC는 가상화폐 공개를 통해 2000만 달러를 1부 리그 진출과 팀 인프라 구축에 사용할 예정이다.
▲ 미국 NBA 구단 새크라멘토 킹스의 가상화폐 채굴 관련 보도자료
최근에는 미국 프로농구(NBA) 분야에서는 직접 가상화폐 채굴에 나선 구단이 있다. 지난 6월, 새크라멘토 킹스는 이더리움 채굴업체 마이닝스토어(MiningStore)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마이닝스토어의 임페리엄(Imperium) 채굴 장치를 사용해 이더리움 채굴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구단은 가상화폐 채굴에 의해 발생한 이익은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한 자선 활동 프로그램 ‘마이닝포굿(MinigForGood)’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한편, 이 구단은 미국 프로농구에서 최초로 비트코인을 보수로 인정한 팀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 기반의 팬덤 경제에 대한 우려도…
새로운 기술이 항상 긍정적인 미래만을 약속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충분히 알고 있다. 가상화폐라는 새로운 기술이 ‘투기’라는 사회 문제를 가져왔던 것처럼 팬덤과 결합한 블록체인 기술 또한 부정적인 현상을 동반했다.
지난 2월, 중국의 아이돌 그룹인 티에프보이즈(TFBOYS)이 블록체인 기반의 팬클럽 활동을 위해 가상화폐를 발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향후 TFBOY의 팬미팅, 공격 티켓 구매, 음원 구매 시 현금 대신 TFBC(TFBOYS Coin)를 사용하며, 이로써 팬들과 가수 모두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 해당 팬클럽측의 설명이다. 이 팬클럽은 무려 5999만 3157 TFBC를 발행했는데, 3만 코인(TFBC)당 1이더리움(당시 약 1.88 위안)으로 환산되는 것을 계산하면 약 175억원 규모에 달한다.
그러나 해당 코인이 발행된 당일, TFBoys의 소속사는 해당 코인은 TFBoys와 관련 없는 일이며 사기 행위라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것은 가상화폐 투기 열풍과 팬덤을 노린 대규모 사기극이었다. 인기 연예인의 유명세로 치부할 수 없는 엄청난 규모의 사기극에 팬들과 아티스트 모두 충격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에 힘을 실어준 사건이기도 했다.
▲ 가상화폐 사기극에 휘말렸던 중국 아이돌 그룹 TFBoys
일본에서는 ‘가상통화소녀’라는 여자 아이돌 그룹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 그룹의 멤버들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넴, 리플 같은 가상화폐를 각자의 캐릭터로 삼아 이를 상징하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활동한다. 콘서트 입장료나 기념품(굿즈) 판매는 모두 가상화폐로 거래하며, 심지어 멤버들의 월급도 가상화폐로 지급된다. 그런데 올해 초 일본에서 가상화폐 거래소가 해킹당해 가상화폐가 증발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일본 금융 당국이 모든 가상화폐를 동결했다. 이로 인해 가상통화소녀 멤버들의 월급으로 지불될 가상화폐까지 사라지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팬덤 노린 상술인가, 팬덤 경제의 진화인가?
일단 현재까지 나온 상황을 종합해보면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아이돌 스타와 팬덤을 직접 연결하고 그들이 직접 스타들과 투자라는 형태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하나의 상술에 지나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여전한 가상화폐 시장의 불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한 몫 거든다. 지난 9월 글로벌 투자기업인 골드만삭스가 가상화폐 거래 데스크를 철수한다는 ‘가짜 뉴스’로 전 세계 가상화폐 시세가 급락한 바 있다. 또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 가상화폐를 규제하고 있다는 점도 가상화폐 비관론 혹은 유보론에 힘을 실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해외 연예기획사나 미디어 기업이 ICT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블록체인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중국 아이돌 그룹 SNB48은 영국의 인공지능 회사 오벤(ObEN)과 협업해 인공 지능 아바타를 출시할 예정으로, 이에 앞서 인공기능 기술과 결합한 블록체인 기술로 파이(pai) 코인을 발행했다.
가상화폐를 둘러싼 다양한 변수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된 팬덤 경제의 발전 가능성을 점치기는 쉽지 않지만, 이보다 가장 시급한 것은 검증 시스템의 부재이다. 기업은 IPO를 통해 재무재표 건전성과 비전 등을 기반으로 검증하고, 가상화폐는 백서를 통해 기술을 검증 받는데 연예인 관련 가상화폐는 무엇으로 검증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따라서 단순한 팬덤의 심리를 활용한 스타 코인 발행이 자칫 검증되지 않은 스타를 양산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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