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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시리아 미군 철수와 인도주의적 비극 (박현도, 스테파노,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인문한국 연구교수) 가톨릭평화신문 l 2019.01.20 발행 [1499호]
지난 12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분자 IS를 무찔렀으니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통령 후보 때부터 얻을 것 없는 해외 전장에 나가 있는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기에 철군이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시리아 미군 철수는 상당히 복잡하다. 실익만 따지기에는 어려운 대목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쟁은 적이 끝났다고 말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는 어록으로 유명한 매티스 국방장관은 끝까지 철군을 말렸다. 매티스 장관은 미군 철수가 함께 싸워 온 쿠르드 민병대와 동맹국에 미국에 대한 불신감을 심어줄 것을 염려하였다.
미국 정계와 여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성급하다고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철군에서 점진적 철군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사실 미국이 언제까지나 계속 시리아에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 미국이 떠난다면 시리아 북부의 소수 쿠르드인과 그리스도인들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을 것이 분명하다. 미국은 시리아를 떠나면서 주둔 지역을 터키에 넘겨주려고 했다.
그런데 터키는 미군과 함께 싸우면서 테러분자 소탕에 혁혁한 공을 세운 쿠르드인들을 적으로 삼고 있다. 압도적인 다수가 이슬람교 신자인 쿠르드인은 자신의 고유한 언어를 지닌 민족이지만 국가를 이루지 못한 채 대다수가 무슬림 형제 국가인 터키(약 1500만 명), 시리아(약 200만 명), 이라크(약 500만 명), 이란(약 800만 명) 등 4개국에 흩어져 살고 있다.
터키는 쿠르드인을 쿠르드인으로 인정하지 않고 이들이 주로 산악지대에 산다고 “산에 사는 터키인”으로 불렀다. 민족주의에 휩싸여 쿠르드 국가가 세워지는 걸 늘 쌍심지를 켜고 감시했다. 쿠르드어 교육도 철저히 막았다.
1980년대부터 쿠르드인들은 쿠르드노동당(PKK)을 만들어 오잘란을 지도자로 따르면서 독립운동을 전개해왔다. 터키도 미국도 PKK를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오잘란은 체포돼 현재 터키 감옥에서 종신형을 살고 있다.
터키 정부는 터키와 국경을 맞댄 시리아 지역에서 미국과 함께 싸운 쿠르드민병대(YPG)가 PKK와 연계된 단체라고 여긴다. 이들이 시리아에서 세력을 형성하거나 독립이라도 하면 터키 내 쿠르드 독립운동 열기에 기름을 부을까 봐 걱정이 태산 같다. 그래서 줄기차게 미국에 YPG와 절연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미군이 철수하면 시리아 북부 쿠르드인들의 앞날은 굳이 예상하지 않아도 암울할 게 뻔하다. 더욱이 터키군은 쿠르드 지역인 아프린을 빼앗을 때 주민들을 약탈하고 살해하는 것을 일삼는 무장 세력과 연대했는데, 이들 중에는 과거 IS에서 활약하던 자들이 있었다. 쿠르드인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비무슬림 쿠르드족과 비무슬림 야지디인들을 노예로 삼았던 이들과 손을 잡은 터키군을 쿠르드족이 결코 반길 리가 없다.
예수님의 모국어인 아람어를 전례어로 삼고 있는 시리아 정교회 그리스도인들도 시리아 북부에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20세기 초 터키가 아르메니아 그리스도인들을 학살할 때 도망쳐 나온 사람들의 후손인데, 미군 철수 때문에 100년 전의 비극을 재현할 운명에 처해 있다.
쿠르드인과 시리아 정교회 그리스도인들이 죽임을 당하고 노예로 팔리는 인도주의적 비극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미국이 시리아 미군 철수를 재고하길 바라고 또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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