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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초연결사회와 디지털 블랙아웃 AhnLab 콘텐츠기획팀 l 2019-01-30
[사례 1] 어느 날 유난히 이른 아침에 출근한 회사원 A씨는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당황하고 말았다. 엘리베이터는 평상시에도 종종 고장 나는 경우가 있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지만 사무실 입구에서 카드 키가 인식되지 않자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됐다. 알고 보니 지난 새벽,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건물 1층의 변전실에 화재가 발생해 건물 전체의 전원이 차단됐다는 것이다. 곧 하나, 둘씩 다른 동료들이 도착했지만 업무는커녕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게 다였다. 더 큰 문제는 변정소 장비가 이틀 뒤에나 들어온다는 것이다. 결국 직원들은 휴대전화를 이용해 고객사와 협력사에 전화나 메일을 보내 이틀간 임시 휴무일로 업무 진행이 어렵다는 사정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야했다.
[사례 2] 회사원 B씨는 며칠 전 술자리에서 스마트폰을 잃어버렸다. 식당에서도, 택시 회사에 연락해봐도 스마트폰을 찾을 수 없었다. 다음 날 오전에는 스마트폰이 없다는 초조함에 안절부절 못했지만 오후부터는 오히려 편안해졌다. 쓸데없는 내용을 알려오는 단체방 카톡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일에 집중할 때 울리는 전화, 특히 광고성 전화가 없어 쾌적한 기분까지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퇴근길부터 다시 불안감이 엄습했다. 사무실을 벗어나 밖을 나가는 순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퇴근 후 친구와 만나기로 한 장소로 가는 길도 잘 모르는데, 지금이 몇 시인지, 버스가 언제 오는지, 또 친구는 예정대로 약속 장소로 오고 있기는 한 것인지….초조함과 불안감이 엄습했다.
얼마 전부터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라는 컨셉의 카페나 음식점, 여행 숙소, 또는 자기관리 프로그램 등이 유행처럼 등장했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와 환경에서 벗어나 심신의 휴식과 안정을 취하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의 심리가 새로운 트렌드에 반영된 것이다. 그런데 막상 ‘디지털’을 영유할 수 없는 상황이 며칠간 이어진다면 어떤 사태가 일어날까? 5G 상용화와 함께 본격적인 초연결시대로 진입하는 이 시점에서 ‘디지털 블랙아웃(Digital Blackout)’에 대해 생각해본다.
블랙아웃 vs 디지털 블랙아웃
‘정전’을 의미하는 블랙아웃(Blackout)은 ‘정전 등으로 보이지 않게 되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에서 차용한 표현이다. 여기에서 또 다시 변형, 발전된 표현인 ‘디지털 블랙아웃’은 디지털 기기들의 작동이 중단되어 통신이 불가능해진 상태를 의미한다.
2003년 8월 14일. 미국 동북부와 캐나다 일부 지역이 3일 동안 대규모 정전, 이른바 ‘블랙아웃(Blackout)’이 되었다. 이로 인해 미국 동북부와 캐나다 일부 5,500만 명이 피해를 입었고 공항과 지하철은 물론 식수 부족 등으로 인해 6조8천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블랙아웃은 예외가 아니었다. 2011년 9월 15일 우리나라에서도 초대형 정전사태가 일어났다. 무려 1,415만 가구와 5,775개의 기업체가 단전사태를 경험했다. 도심 곳곳의 신호등이 꺼졌고 건물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은행의 ATM 기기는 물론 입출금 자체가 불가능해져 은행이 마비되었고 야구 경기마저 멈추고 병원에서는 진료가 중단되는 대란이 발생했다.
디지털 블랙아웃은 ‘현재 진행형’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2018’에서도 사상 최대의 정전이 발생했다. 스마트시티를 표방하는 이 행사의 이틀 동안 강수량 5센티미터의 비가 내렸는데 이 비로 인한 누전으로 발생한 정전은 전시장을 2시간 동안 암흑 속에 빠뜨렸다. 스마트시티 안에서 동작해야 할 인공지능 관련 로봇들과 자동차, TV 등 모든 전자제품이 작동을 멈추었다.
가장 최근에는 세계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 웹서비스(AWS) 서버 장애로 이를 사용하고 있는 국내 주요 IT업체들의 홈페이지가 접속이 불가능해졌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쿠팡, 야놀자, 배달의 민족 등은 물론 업비트, 코인원 등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 사이트와 일부 은행에서도 접속이 되지 않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보다 앞선 2017년 3월엔 아마존 웹서비스의 미국 버지니아주 데이터센터에서 장애가 발생해 세계 인터넷 서버의 1/3 가량이 먹통이 되기도 했다. AWS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모든 사이트에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지구가 멈추는 날’ 못지 않은 ‘초연결사회가 멈추는 날’
국내 이동통신 3사가 5G 전파를 발사하면서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 시대를 열었다. 5G는 4G(LTE)보다 속도가 약 20배 빠르다. 영화 한편을 다운로드하는데 4G에서 16초가 걸리던 게 5G에서는 1초도 안 걸린다. 5G는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loT),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갈 신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5G 상용화를 계기로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가 본격화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서 말하는 초연결사회란 모든 산업 분야에서 물리적 거리의 한계가 사라지고, 그야말로 실시간으로 연결됨을 의미한다. 세상의 거의 모든 디지털로 이루어진 사물이 IoT로 연결되어 있다는 얘기다. 이는 그만큼 순간의 실수로 안전과 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음을 말해준다. 과거의 블랙아웃이 단지 전기가 멈추는 ‘정전’을 의미했지만 ‘디지털 블랙아웃’은 세상의 모든 디지털 기기들이 멈춘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멈추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명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디지털 블랙아웃이 되어 자기 멋대로 움직인다고 가정해보자. 하늘을 날고 있는 택배 드론이 방향을 잃고 사람들을 향해 돌진한다고 생각하면 이건 사고를 넘어 테러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지난해 마포의 지하 통신구에서 발생한 화재로 마포는 물론, 그 주변 일대에서 절반 이상의 통신이 중단되면서 일반 스마트폰 통화는 물론, 경찰서 112 신고 시스템과 병원 응급실 전산망, 심지어는 일부 국방망 등 국가 주요 핵심시설 통신까지 단절됐다. 디지털 블랙아웃은 일상의 불편함을 넘어 기본적인 사회 인프라와 국가 기반시설까지 마비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당시 일각에서 전쟁 시 통신시설이 파괴될 경우를 거론하며 우려를 표명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통신 장애는 스마트폰 중단에 그치지 않고 산업용 로봇, 의료용 수술 로봇 사용 불가, 공공기관 데이터 관련 업무 마비, 스마트 공장 가동 중지 등 국가, 산업 전반에 엄청난 위험을 초래한다.
통신망은 항상 연결되어야 한다
본격적인 초연결시대 진입을 앞둔 지금, 디지털 블랙아웃에 대비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통신망 이원화와 백업시스템 구축, 민간·공공 클라우드 서비스 병행 운용 등을 통해 초연결 시대 ‘디지털 블랙아웃’에 대비해야 한다. 통신의 경우 백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통신망 이원화 등 재발 방지책뿐 아니라 재난 시 행동요령 매뉴얼, 화재 방지시설 설치 확대, 투명한 피해 보안상 등 철저한 대책 수립과 이행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또한 클라우드의 경우 퍼블릭, 프라이빗 서비스를 병행해 운용하는 등 단일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마포 통신망 중단 사태 때 유일하게 별 다른 피해 없이 정상 영업했던 스타벅스를 들 수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단순히 통신망 이중화를 넘어 다수의 통신사를 이용하는 '삼중화'를 통해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2012년 통신사 2곳과 계약하는 '망 이원화'를 단행, 통신사 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통신사의 회선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정상 결제가 가능하다. 단일 통신사의 망을 이중화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 또한 2017년 결제시스템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유선 2개 회선에 무선 1개 회선을 더하며 '망 삼중화'를 단행했다. 유선이 모두 두절되더라도 무선이 작동하는 만큼 결제시스템은 정상 운용된다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지난해 두 차례의 사고를 거치면서 디지털 블랙아웃을 예방하기 위해 망 사업자의 이중화를 채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수력원자력과 경찰청 등이 최근 통신사 이중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사업자의 이중화를 골자로 하는 전자정부법·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전자정부법 개정(안)은 행정기관 등의 장이 정보통신망 회선을 이중화하고 각 회선은 서로 다른 사업자가 설치·운영하도록 했다. 정보통신망 회선을 이중화해야 하는 기관과 정보통신망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지정한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역시 금융회사와 전자금융업자 안전성 확보를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자금융기반시설을 서로 다른 통신사 회선으로 이중화하도록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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