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관리인 조원 시인
사막에는 밤마다 시를 쓰고 찬물에 밥을 말아 먹는 사람 하나가 살고 있다.
모래는 사람이 될 수 있고 사람은 모래가 될 수 있다. 당신은 아주 멀고 높은 곳에서만 지표를 관찰한다.
구두를 구겨 신고 넘어진 것은 사람일까. 모래일까. 사막개미들이 열심히 행진하고 있을 때 시커먼 재 가루가 구름을 덮친다.
전진과 후진을 잃은 새는 블랙홀에 빠지고, 족집게로 뽑아낼 수 없는 모래가 모래를 불러 모아 당신의 시야에 무덤이 가득하다.
내가 묻혀있는 곳을 아십니까. 상표 떨어진 구두를 끌어안고 가시 맺힌 장미로 살다 간 사연을 아십니까.
모래 속에는 신발, 모자, 거북이, 시계, 눈사람, 술병이 나뒹굴고 있는데 도수 없는 싸구려 선글라스는 대체 누가 쓰고 간 것일까.
빨갛게 피고 지는 너, 야옹야옹 울음 삼키는 너, 밤새 언어를 일구는 호미질을 너라 이름 지어 검은 모래로 통칭하였으니.
모래에 숨을 불어넣고, 모래로 사멸시킨 당신은 이미 성공한 것이다. 사막에서 죽은 자는 해부할 필요가 없으므로
웹진 『시인광장』 2019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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