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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최순섭 시인 / 플라스틱 인간

by 파스칼바이런 2019. 2. 17.

플라스틱 인간

최순섭 시인

 

 

어렴풋이 몇 대째인지

끊어질 듯 이어지는 유전자

몸속에는 플라스틱 피가 흐르고 있어

플라스틱 자궁에서 플라스틱 탯줄을 달고 태어나

플라스틱 인간으로 살아왔어

 

눈물도 모르는 플라스틱 여자 차가운 성질의 플라스틱 남자

열받으면 녹아내리는 플라스틱 사랑으로

세상에 툭 던져놓은 원치 않는 플라스틱 아이는

플라스틱 우유를 먹고 플라스틱 성장호르몬으로 자라나

플라스틱 비행기에 몸을 싣고

플라스틱 찬란한 도시로 유학을 떠나지

 

버림받을 걸 알면서 껌딱지처럼 달라붙는

플라스틱 여자 플라스틱 남자

감각이 없는 플라스틱 사랑은 구름 속에 모여 검은 파티를 하지

 

하늘을 날아다니며 플라스틱 비를 뿌리고

플라스틱 초록바다에 꼬리 흔들며 헤엄쳐가는 플라스틱 물고기

 

파도가 밀려오면 치칠 줄 모르고

뼛가루가 스밀 때까지 갯바위에 살을 부비는

플라스틱 사랑은 죽지도 않아

 

흔적 없이 떠나는 차가운 이별

얼음 유전자로 바꾸고 싶어

45억 년 전 빙하가 그리운 내일

아침은 또 플라스틱 칵테일

 

웹진 『시인광장』 2019년 2월호 발표

 


 

최순섭 시인

대전에서 출생. 1978년『시밭』 동인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으로 『말똥,말똥』등이 있음. 현재 에코데일리 문화부장, 한국가톨릭독서아카데미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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