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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숙 수녀의 중독 치유 일기] (12)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루카 6,31) 잃어버린 기쁨의 조각을 찾아서 가톨릭평화신문 2019.02.24 발행 [1503호]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마음의 여유가 없고 계속 긴장하고 있으면 무표정한 얼굴이 된다. 주변의 다양한 자극에 따라 달라져야 할 나의 표정들이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때를 관찰해보면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나 적당한 휴식을 하지 못할 때이다. 이런 나를 누구보다 먼저 빠르게 알아차리는 사람들이 있다. 알코올의존치료센터를 이용하는 분들과 가족이다. 그럴 때면 간혹 염려하는 말씀을 건네곤 한다. “수녀님 어디 아프세요? 수녀님이 그렇게 애태워도 안 되는 일은 안 되잖아요? 수녀님이 기뻐야 저희도 힘이 나요. 수녀님 좀 쉬세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순간 부끄럽기도 하고 놀라기도 한다.
아차 싶어서 곰곰이 살펴보면, 나의 긴장과 스트레스는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라기보다는 대부분 스스로 만들어내는 내부적인 것이 많음을 알 수 있다. 8주간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중독 치유 교육을 받는 분들에게 적당한 긴장감을 갖게 하고 센터의 규칙들을 철저히 지키도록 하는 부분이 있다. 오늘 하루하루에 집중하고 24시간 만이라도 술과 도박을 끊도록 반복해서 자기 점검을 하게 하는 경우이다. 그런데 일련의 이런 과정을 진행하는 나는 때론 편안하지 않고 불편하게 하루를 강박적으로 지내며 늘 감시자가 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여유도 없고 끊임없이 자신을 독촉하기도 하고 불필요한 긴장감을 계속 갖곤 하였다.
중독 치유 대상자나 가족들은 서로 다른 상황과 처지의 어려움을 가지고 센터를 찾는다. 이혼, 경제적 파탄, 법, 건강, 자살과 죽음 등 개인마다 겪었던 수많은 아픈 사연들을 쏟아내고 도움을 청하는 그분들에게 때로는 개별적인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고정된 원칙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받게 되는 저항과 갈등이 오히려 나에게 스트레스가 되어 있음을 보게 된다.
누구보다 잦은 재발과 위기를 접할 때 중독의 두려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분들이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 단주와 단도박을 하고 싶은 그분들의 열망이 더 크고 간절할 것이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아픔을 함께하고 원칙과 규정을 넘어서 자비로운 마음을 갖기를 더 원하신다. 그럼에도 나는 그런 예수님의 마음을 잊곤 한다. 그래서 내 안에 길어 올려야 하는 것은 하느님 사랑의 힘, 자비로운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놀랍게도 그런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로운 마음을 중독자들의 치유 과정을 통해 보게 되고 경험하게 된다. 물질과 행위에 의존해 자제력을 상실하고 자신을 수습하지도 못하며, 어떤 선택도 결정도 책임질 힘도 없었던 분들이 삶의 기쁨의 조각들을 하나씩 맞추어가는 과정이 그것이다.
오랜 시간 이곳 알코올의존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았던 많은 분이 없어진 삶의 조각을 찾아 하나씩 자리를 채우며 기쁨의 퍼즐을 완성해가고 있음을 보면서 나는 오늘도 감사를 드린다. 하느님께서 자비로우신 것처럼 자비로운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사랑으로 인내한다면 고단하고 질긴 중독이라는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이들이 많아지리라고 기대한다.
부천성모병원 알코올의존치료센터 상담전화 : 032-340-721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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