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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정연홍 시인 / 북천역(北川驛)

by 파스칼바이런 2019. 11. 16.

정연홍 시인 / 북천역(北川驛)

 

 

  완사역 지나면 다솔사역, 다음 역이 북천역

  완행 열차는 여덟 시 십 분에 도착하였다

  뽀얀 피부를 가진 시내에서 통근하던 여 선상님

  담에 크면 색시 삼았으면 했더랬다

 

  바람이 불면 코스모스가 나풀거리고, 코보와 난 선상님 치마가 뒤비진다,

  안 뒤비진다 내기를 하곤 했다

 

  축구부 선상과 결혼해서 열차를 따라 간 하얀 코스모스

 

  운동회 날 나는 달렸다 축구부

  남 선상이 미워 달렸다

 

  일등 상품을 받고 웃지 않았다

  코보는 코만 훌쩍거렸다

 

  졸업식 날 울었다 자꾸 서러웠다

 

  지금은 옥종초등학교 북천분교

  옛날엔 북천국민학교

 

  들꽃이 간살부리는 가을에 꼭 가보는 북천역

 

웹진 『시인광장』 2017년 10월호 발표

 

 


 

정연홍 시인

충무에서 출생. 198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 2005년 《시와 시학》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으로 『세상을 박음질하다』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