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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 시인 / 눈동자를 빠뜨린 붉은 항아리
고개를 숙이고 몸을 구부리면 깊숙한 주머니가 생깁니다. 주머니 속에 얼굴을 집어넣습니다. 이목구비를 갖춘 이미지 하나 사라집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장마,
창문 밖으로 세상이 흠뻑 젖는 것을 바라보다가 나는 이 기분이 언젠가 삽입된 적 있는 날씨라고 생각했어요. 주머니 속 얼굴을 뒤져요 눈과 바람과 얼음과 먼지 속에서 비는 찾을 수 없었고
목소리도 희미한 빛도 죽음을 포함한 죽음의 일부로 어머니의 자궁은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빛의 농도를 측량해야 합니다 손끝의 감촉을 모두 설명하고 눈동자를 빠뜨린
붉은 항아리를 깨뜨려야 합니다 이 붉은 구멍 속으로 손을 집어넣고 산산 조각난 빛을 움켜쥐고
주머니 속에서 얼굴은 어떤 표정입니까 눈코입을 떼어내고 귀를 가진 얼굴의 기분 귓속에 접어놓은 회로의 복잡성
주머니를 붉은 항아리에 묻습니다. 당분간 장마가 계속된다는 환청이 쏟아집니다
계간 『시산맥』 2017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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