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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인희 시인 / 너는 하얀 누에고치처럼

by 파스칼바이런 2019. 11. 24.

김인희 시인 / 너는 하얀 누에고치처럼

 

 

  둥근 허공

  아무 것도 갖지 않았으나 다 가진

  구(球), 너는 기억의 무덤

  말들의 무덤을 파헤치고

  허공을 한 줌 쥐어본다

 

  너의 처음과 끝은 직선이었지

  그래서 직선밖에 모르는 너

  나를 알고 난 이후

  구부리기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거는 너

 

  손 안을 펴본다

  너를 낚기 위해 우주에 가득

  중력파를 깔아 놓았지

  네 사랑을 시험하기 위해

  중력의 강도는 당연히 다르게 깔지

 

  착한 너는 직진만을 고수한다

  바보같은 너는 계속 직진만을 고수한다

  나라는 구(球) 안에서

  달리고

  달리고, 계속 달린다

 

  구(球)안의 모든 에너지가 너를 따라 달린다

 

  나는 손바닥을 들여다 본다

  너는 하얀 누에고치처럼

  단단한 둥근 말들의 무덤이 된다

  감았던 하얀 실을 다시 풀기 위해.

 

계간 『문학청춘』 2017년 봄호 발표

 

 


 

 

김인희 시인

1992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 1992년 첫 시집『아담의 상처는 둥글다』 출간. 1993년 스토리시집『물을 찾아서』로 대산재단 창작 지원금 수혜. 1994년 월간 『현대시』에『불의 오르가슴』 연작시 1회 40페이지씩 4달간 연재. 1994년 2시집 『별들은 여자를 나누어 가진다』 출간. 1996년 계간 시와 사상에 세 번째 시집 『여황의 슬픔』 연재. 1996년 3시집『여황의 슬픔』 출간. 1997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7년 시집 『시간은 직유 외엔 그 어떤 것으로도 나를 해석하지 말라하네』출간.

2001년 문예진흥원 정보화 지원 수혜. 2007년~ 2010년 계간지『시선』 자전적 의식해부학(의식기하학) 에세이 『언어게놈지도를 찾아서』연재. 2010년 경희사이버대학교 NGO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