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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음압병실에 의료 로봇을 투입할 수 없을까?

by 파스칼바이런 2020. 2. 14.

응급실, 음압병실에 의료 로봇을 투입할 수 없을까?

AhnLab 콘텐츠기획팀 l 2020-02-12

 

 

직장인 A씨는 요즘 매일 출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뉴스를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다. 아직 낙관할 수 없지만 국내 확진자 증가 추세도 다소 주춤하고, 확진자들의 퇴원 소식이 잇따르니 조금 마음이 놓이는 A씨다. 또 중국과 달리 확진 환자들을 돌보는 의료진들의 발병 소식이 없다는 것이 제일 안심되는 부분이다. 이런 생각들을 이어가던 A씨는 문득 언젠가 뉴스에서 봤던 재난 현장에 투입되는 로봇을 떠올렸다. 감염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의 검사나 치료에 로봇을 투입할 수 없을까? 환자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감염 우려 없이 안전하게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료 로봇은 먼 미래에나 가능할까?

 

 

해외에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를 치료하던 의료진의 감염 또는 사망 소식에 국내에서도 의료진의 안전이 화두에 올랐다. 이와 함께 의료 로봇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격리 병실, 음압병실 같은 곳에서 사람 대신 로봇이 환자를 돌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바램과 맞물려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미 의료 로봇은 수술 시뮬레이팅, 수술 보조를 비롯해 수술 일부 또는 전 과정을 의사와 함께 하고 있다. 또 재활 치료를 돕거나 진단하는 로봇도 있으며, 전염병 방지를 위해 병실을 소독하는 멸균 로봇도 있다. 최근 많은 벤처 투자자들과 대기업에서 의료 로봇에 대한 투자, 개발에 힘을 쏟고 있지만 대부분 수술 로봇에 주력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감염증 치료에 로봇이 의료진을 대신하기까지는 꽤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교한 수술이 가능한 의료 로봇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의료 분야 외에도 산업 현장 등 특수한 환경과 일상 생활에서 조만간 로봇이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로봇 청소기 아닌 ‘가정용 로봇’의 시대

 

지난 1월 미국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의 가전 행사 CES 2020에 '지능형 동반자 로봇' 등 다양한 로봇이 등장했다. 그 중에서도 가정용 로봇이 관람객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삼성전자에서 출시한 볼리는 테니스공 모양처럼 생겼는데 인공지능(AI) 탑재로 사용자 명령에 따라 집안 곳곳을 모니터링하고 스마트폰, TV 등 주요 스마트 기기와 연동해 다양한 홈 케어를 수행할 수 있다. 볼리 외에도 건강관리를 돕는 '삼성봇 케어', 공기관리가 가능한 '삼성봇 에어', 쇼핑몰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삼성봇 리테일', 주방에서 일을 돕는 '삼성 셰프봇' 등을 선보였다.

 

LG전자는 로봇이 주방일을 전담하는 클로이 테이블 전시존을 마련했다. 자사의 IoT 솔루션 씽큐와 연동한 무인 레스토랑에서는 손님이 테이블에 앉아 클로이로 메뉴를 주문하면 주방에 있는 또 다른 로봇 클로이가 음식을 만들고, 서빙 로봇 클로이가 손님에게 가져다준다. 설거지까지 모두 로봇이 담당한다. LG전자와 CJ푸드빌은 실제로 2월부터 서울 중구 제일제면소 서울역사점에서 LG 클로이 서브봇 1대를 운영 중이다.

 

미국의 프록터앤드갬블(P&G)은 두루마리 화장지를 배달하는 로봇 롤봇(Rollbot)을 선보였다. 롤봇은 바퀴가 2개 달린 로봇으로, 스마트폰으로 호출하면 화장지를 얹고 화장실까지 가져다준다.

 

보쉬와 지멘스는 아마존 알렉사를 기반으로 공동 개발한 로봇 마이키를 공개했고 소니는 1999년 출시했던 강아지 로봇 아이보를 새롭게 선보였다. 파나소닉은 자율운반 로봇 '호스피'를 선보인 이래 꾸준히 신모델을 발표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작업복 대신 ‘입는(wearable)’ 로봇: ‘외골격 로봇

 

불의의 사고로 몸이 마비된 청년이 로봇을 착용하고 보행에 성공한 기사가 외신에 보도된 바 있다. 뇌파로 작동하는 이 로봇 옷은 프랑스 연구팀이 개발했는데 뇌 신호로 걷고 물건을 잡을 수 있는 이른바 외골격 로봇(Exoskeleton robot)이다. 산업 현장에도 투입되어 힘든 노동을 해야 하는 공장이나 건설 노동자들의 직업병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 외골격 로봇 (*사진 출처: 프랑스 생의학연구기관 클리나텍 홈페이지)

 

외골격 로봇은 사람이 몸에 착용하고 근력이나 지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의 동작을 보조하는 기계장치로,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이라고도 불린다.

 

미국의 자동차회사 포드와 로봇회사 엑소바이오닉스가 함께 개발한 엑소베스트(Ekso Vest)가 주목할 만한 외골격 로봇으로 다양한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이 엑소베스트를 착용하면 2~7kg 정도의 공구를 엑소베스트를 이용해 들어 올린다. 미국의 공장 2곳에서 시범 사용한 결과, 엑소베스트는 팔과 허리에 가해지는 힘을 40% 감소시키고, 작업자의 부상 발생도 크게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드는 엑소베스트를 전 세계 7개국, 15개 공장의 작업자에게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BMW나 아우디 등의 독일 자동차 회사들도 외골격 로봇의 도입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도 지난해 10월 앉아서 일하는 노동자를 보조하기 위해 무릎관절 보조 로봇인 첵스(CEX, Chairless EXoskeleton)와 엑소베스트와 비슷한 벡스(VEX)를 개발했다.

 

▲ 현대기아차의 외골격 로봇 벡스(*사진 출처: 현대기아차)

 

무게 1.8kg의 첵스는 최대 150kg의 체중을 버틸 수 있는 앉아서 작업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외골격 로봇이다. 첵스를 착용하면 허리와 하반신 근육 활성도가 40% 정도 줄어들고, 근로자의 근골격계 질환 예방과 작업 효율성도 높여준다고 한다. 또다른 로봇 벡스는 착용자의 체형과 근력 및 작업 용도에 따라 길이와 강도를 조절할 수 있고, 최대 5.5kg까지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중앙대와 하버드대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외골격 로봇 엑소수트(Exosuit)도 있다. 관성측정센서와 구동기가 장착된 조끼, 허벅지에 차는 벨트가 와이어로 이어져 있는 엑소수트는 입고 걷거나 뛸 수 있는데 실험결과, 걸으면 자신의 몸무게를 7.4kg 더 가볍게 느끼고, 뛰면 5.7kg 더 가볍게 느낀다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에서도 생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외골격 로봇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뇌졸중에 의한 신체 마비 또는 척추 장애 등 요인으로 제대로 보행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재활훈련용이나 가정용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외골격 로봇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사람이나 동물의 격렬한 동작도 그대로

 

로봇이 사람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면 ‘미니 치타로봇’이나 이족보행 로봇 ‘아틀라스’에 깜짝 놀랄 준비를 해야겠다. 그동안 사람을 흉내 낸 이족보행 로봇은 걷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등 보통 사람이 쉽게 할 수 있는 행동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지형 지물과 자세에 따라 무게중심을 잡아야 하고 조금만 균형이 어긋나도 넘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 선보인 이족보행 로봇은 동작이 기존 로봇처럼 부자연스럽지 않고 사람이나 동물의 동작과 거의 흡사하다. 심지어 껑충껑충 뛰어다니기도 하고 백덤블링을 하기도 한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의 바이오미메틱스(생체모방기술) 로보틱스 연구팀이 개발한 미니 치타로봇은 달리기, 점프, 걷기, 백덤블링 등의 격렬한 동작을 할 수 있는 사족보행 로봇이다. 로봇의 무게는 약 9kg, 시간당 최대 8km의 속도로 달릴 수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가 개발한 아틀라스 로봇은 더 놀랍다. 최적화 알고리즘을 적용해 로봇이 수행하는 동작들을 쉽게 프로그래밍하는 프로세스를 구축,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새로운 동작들을 생성할 수 있으며, 약 80%의 동작 성공률을 보인다.

 

최근 선보인 영상에서는 로봇이 제자리에서 도약해 뒤로 360도 회전하는 백덤블링도 최초로 성공했다. 아틀라스는 가벼운 점프로 3개의 장애물들을 넘은 뒤 마지막 장애물에 올라 백덤블링를 실시, 착지 후엔 넘어지지 않으려고 다리를 움직이며 균형을 잡는 모습까지 선보였다. 백덤블링에 성공한 뒤 아틀라스는 팔을 번쩍 들어올려 환호하는 자세를 취했다.

 

▲ 백덤블링을 하는 아틀라스 로봇

 

인간이 개발한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인간보다 우월해지고 결국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  SF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내용이지만 최근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영화가 현실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늘고 있다. 이미 딥러닝으로 무장한 인공지능 알파고에 인류 대표인 이세돌 9단이 무릎을 꿇은 것에서 보듯 인공지능은 인간을 넘어섰고 신체적인 기능에 있어서도 인간만이 할 수 있었던 체조와 같은 특수 동작까지 로봇이 해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로봇이 인간을 지배할 정도로 진화하는 특이점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직 멀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많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인간이 발전시켜온 모든 기술이 그랬듯 로봇 기술이 인간을 이롭게 하는데 쓰일 수 있도록 인간의 관리와 인식의 변화, 제도적 개선 등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