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해 시인 / 날마다 만찬
낮을 이별한 저녁은 급히 오게 마련이다
혁명을 논하던 술잔과 입을, 검문하지 않는 어둠과 누군가를 소리 나게 부르고 싶은 이 땅에 없는 얼굴들에게 술잔을 돌린다
지난 밤 큰 잔치는 가고 잠시잠깐 벌떼로 만나 새벽이면 흩어지는 구름들처럼 눈을 뜨면 모두는 흔적 없이 실려 간다 독한 햇볕과 그 볕을 찬양하던 노동이
으스름에 몰려든다 같이 고향을 만들기 위한 장터인 여기서 에써 만들어 내는 건 죽어도 청춘이다 죽은 청춘이 벌이는 일할 목뼈가 건재하게 만져지는 술이 들어가는 통로, 그 통로 울분과 눈물을 밀어 숨기다 보면 노래는 언제나 끝이 휘어진다
저녁의 둥근 상에 앉아 억눌린 아가미들이 서로를 음복하며, 뼈가 빠진 부분의 무게를 다는
웹진 『시인광장』 2014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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