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정 시인 / 눈을 감았다 뜨면
버려진 실내체육관이었지.
간간이 총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오랜 대치상태
나뭇잎들 사금파리처럼 반짝였다. 손을 뻗으면 산산조각 나는 어린잎들 치맛단을 찢어 만든 붕대가 피에 절 때
네 눈은 작고 마른 씨앗 같고
서로 다른 끈으로 묶은 매듭처럼 너도 나를, 바라보던 기억
핀셋으로 집어든 가볍고 하얀 거즈 한없이 투명한 구름이 흘러간다.
눈을 감았다 뜨면
무너진 담장도 네가 흔들어대던 병든 라임나무도 없다.
무성한 나무 그늘에 누워 낮은 휘파람을 부는 사람
너인가.
나인가.
새장바닥에 떨어져있는 흰색 깃털들
한없이 투명한 구름이 흘러간다.
웹진 『시인광장』 2014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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