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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가톨릭 산책

[시사진단] 세인트 바이든?

by 파스칼바이런 2021. 1. 31.

[시사진단] 세인트 바이든?

(최영일, 빈첸시오, 공공소통전략연구소 대표)

가톨릭평화신문 2021.01.31 발행 [1599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4년간 치세하고, 역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구설과 혼란을 마지막 날까지 만들며 물러가고 나서야 고령의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 시대가 개막됐다.

 

지난 21일 우리나라 시각 2시가 넘은 시간, 취임식 중계를 보며 이번 대통령의 취임사는 명연설이라고 생각했다. 취임식은 지나고 시간이 좀 흐르고 있지만, 앞으로의 역사에서도 중요한 출발점이기에 취임사 중 한 대목을 발췌하여 아래에 적어본다.

 

“수 세기 전,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사람이란 사랑이라는 공동의 목표에 의해 정의되는 집단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우리를 미국인으로 정의하는 우리가 사랑하는 공동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나는 알 것 같습니다. 기회입니다. 안전입니다. 자유입니다. 품위입니다. 존중입니다. 명예입니다. 그리고 진실입니다.”

 

글로벌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직을 새롭게 맡게 된 노회한 정치가의 메시지는 위기의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신종 바이러스의 전 지구적, 특히 미국에서 창궐하고 있는 팬데믹 상황, 최근 고개를 들고 기승을 부리는 백인우월주의, 테러리즘, 사라진 일자리와 경제불황 속에 삶의 유지에 대한 다수 노동자 시민들의 두려움, 사회적 불신과 갈등, 반목에 대한 염려와 지적이 취임 연설 곳곳에 깔렸었다. 이런 와중에 권좌에 오르는 국가 지도자라면 이 많은 문제를 해결할 비전, 청사진, 정책대안을 가져야 하는 법. 그래서 바이든식 해결책은 무엇일까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 과정의 해법은 참으로 담백한,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그리 미덕으로 삼지 않고, 잘 실천하지도 않는 고전적인 가치였다.

 

경청. 그는 대선에서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국민들의 생각을 알고 있다, 경청하겠다, 여러분도 나의 말을 경청해달라, 한 번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선의. 외부의 위기가 닥쳐왔을 때 서로 믿고,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단합. 미국을 건국한 선조들이 다양한 환경의 도전에 직면해 도전하고 싸워 지금의 강대국을 건설해왔듯이 우리도 함께 단합하여 미국을 새롭게 건설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미국의 국경을 넘어 외부세계에도 호소하였다. 힘을 과시하지 않고 여러분의 좋은 파트너로 모범이 되어 세계에 기여하겠다는 이야기다.

 

바이든의 취임사가 좋았던 것은 미국 역사를 관통하는 경륜과 겸손이 담겨 있는 ‘느낌’이었다. 세계 각국은 바이든의 국가경영전략, 국제관계전략, 중국은? 일본은? 한반도는? 묻고 분석하며 전략을 논하고 있다. 이것이 문제다.

 

링컨이 노예해방법안에 서명하며 ‘여기에 나의 영혼이 담겨있다’고 말했듯 바이든도 이 취임사가 자신의 영혼이라고 말했다. 취임사는 인간의, 공동체의 정체성과 존재의 원리를 정리하고 있다. 물론 미국인의, 미국이라는 공동체에 관한 메시지이지만 이 취임사에서 ‘미국’을 세상으로, ‘미국인’을 인간으로 바꿔 넣어도 맥락은 보편적이다.

 

가톨릭 신자인 바이든은 취임일 첫 일정으로 세인트매슈 성당에서 미사를 드렸다. 통상 미국 대통령들은 백악관 앞 ‘대통령의 교회’라 불리는 세인트존스 교회 예배에 참례해 왔다. 팔순을 바라보는 노 신임대통령. 그의 정체성을 읽어볼 수 있는 장면이다. 취임식은 미국 예수회 신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민정책을 비판하며 난민 봉사단을 이끌어온 레오 오도노번 신부의 기도로 시작되었고, 최초의 유색인종이자 여성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를 탄생시킨 대통령의 취임식답게 아프리카 감리교 베델 교회의 실베스터 비먼 목사의 축복 기도로 끝을 맺었다.

 

이제 우리가 오래 알고 동경하고 좋아하던 선한 미국이 돌아오기를, 혹은 그러한 이미지가 허상이었다면 이제는 실상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바이든이 이끄는 미국은 변화와 도전의 시대에 올바른 모범이 될 것인가, 지켜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