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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가톨릭 산책

[김경집의 어른은 진보다] 교회는 개혁의 의지를 갖고 있는가?

by 파스칼바이런 2021. 2. 2.

[김경집의 어른은 진보다] 교회는 개혁의 의지를 갖고 있는가?

김경집 바오로(인문학자)

가톨릭평화신문 2021.01.31 발행 [1599호]

 

 

 

 

1958년 10월 28일 새로운 교황이 선출되었다. 5년 전 베네치아 교구의 대주교와 추기경에 서임된 론칼리 추기경이 그 주인공이었다. 가난한 평민 출신의 안젤로 론칼리는 로마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고 사제품을 받은 뒤 베르가모 주교의 비서로 시작했다. 베르가모 주교는 당시 억압받던 노동자와 농민을 위해 헌신한 진보적인 인물로 그의 인품을 존경한 안젤로 신부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안젤로 신부는 불가리아와 터키에 교황청 사절로 파견되었는데 이 기간은 그에게 분열된 종교에 대한 안타까움을 경험하게 했다. 1944년 말에는 프랑스 주재 교황청 대사로 파견되어 프랑스 정부와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 헌신했다. 그는 온화한 성격이지만 옳다고 여기는 일에는 단호했다.

 

론칼리 추기경은 자신이 교황에 선출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당시 두 세력이 대립한 상태였고 경쟁이 치열했다. 선출이 자꾸 미뤄지자 양 진영은 대안으로 제3의 인물을 선출하기로 마음먹었고 77세의 론칼리 추기경을 새 교황으로 선출했다. 그래서 안팎에서는 그가 과도기의 교황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고 심지어 ‘임시 교황’이라는 빈정거림도 있었다. 그는 엄격하고 귀족적이었던 전임 비오 12세 교황과 달리 소박하며 후덕하고 유머 감각도 뛰어났으며 대중과 호흡하는 열린 사고를 갖고 있었다. 그는 로마의 병원과 고아원을 방문했고 심지어 교도소를 직접 찾아가 수감자들과 전례를 집전했다. 당시 바티칸 관행으로서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는 당시 교회가 안고 있던 문제점들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세상이 변화하는 것에도 주목했다. 그가 먼저 뽑은 카드는 유럽 밖 나라에 추기경을 선출하는 것이었다. 1958년 12월 23명의 추기경을 새롭게 임명했다. 이전까지는 추기경 수가 70명으로 제한되어 있었다. 그것은 식스토 5세 교황 때부터 400년 가깝게 이어진 관행이었는데 요한 23세 교황이 수를 늘리자 내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요한 23세 교황은 당시에는 유럽이 교회의 거의 전부였지만, 이제는 전 세계의 교회인데 어찌 유럽 추기경으로 세계 교회를 사목할 수 있느냐고 반문함으로써 반발을 단숨에 잠재웠다. 그가 재임하는 동안 임명한 추기경은 모두 87명으로 급증했다. 한국에서 추기경이 출현한 것도 그 덕분이다.

 

요한 23세 교황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대개혁의 시동을 걸었다. 바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소집이었다. 교회는 물론 세계도 깜짝 놀랐다. 공의회(council)는 전 세계의 가톨릭 교구 지도자나 그들의 위임자나 신학자들이 모여 합법적으로 교회의 신조와 원칙에 관한 문제를 의논ㆍ정의ㆍ결정하는 회의로 여기서 결정된 사항은 최고의 권위를 지닌다. 교회사 전체에서 볼 때 공의회를 개최한 횟수가 그리 많지 않다. 사실 공의회를 여는 일 자체는 만만하지 않다. 모든 추기경과 대주교ㆍ아빠스(수도원장) 등과 신학자들이 로마에 모여 긴 기간 머문다는 건 여러 면에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특별히 시급한 일이나 교리와 신학의 심각한 도전이 없는 한 공의회를 여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그것도 ‘임시 교황’이라 불리던 요한 23세 교황의 공의회 소집은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가장 보수적이라 여기던 가톨릭교회가 엄청난 개혁과 변화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결국, 나이나 세력의 문제가 아니다. 요한 23세 교황의 통찰과 혜안 그리고 용기가 교회 개혁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갈수록 보수화되고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불의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한국 교회는 지금 요한 23세 교황의 개혁을 할 수 있는가, 이제는 그것을 새삼 되물어야 할 때다. 나이 들어서 보수화된다는 건 핑계고 무책임한 말이다. 요한 23세 교황은 여든 나이에 엄청난 교회 개혁을 요구했다. 문제는 통찰, 혜안 그리고 용기다. 우리 교회 지도자들은 그것을 가졌는지 물어야 한다. 그것이 교회와 신자들의 용기다. 그저 감이 떨어지기만 기다리면 굶어 죽는다. 그 절박감을 느껴야 한다. 새삼 성 요한 23세 교황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