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진단] “왜”라는 질문, 왜 중요한가 (백강희, 체칠리아, 한남대 정치언론학과 조교수) 가톨릭평화신문 2021.03.21 발행 [1605호]
타인과의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설득 전략이 필요하다. 대화의 상대가 내가 바라는 대로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설득의 과정에서 믿을만한, 타당한 이유나 근거를 제시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가정이나 직장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유형의 소통은 의견이나 주장 자체를 조정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각 논점을 구성하는 근거 간 조율이다. 이질적인 의견, 주장, 논점을 이루는 다양한 근거들의 통합을 통해 결과적으로 사안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세상을 연역적으로 바라보는 데 익숙하다. 연역적 추론은 해당 원리나 명제를 상식, 일반적인 생각, 즉 ‘집단의 생각’으로 비판 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위험이 있다.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상식이나 생각이 언제나 참이라고 확신할 수 없기에, “왜”라는 질문은 사고의 확장을 경험케 한다.
우리는 언론 보도를 통해 집단의 생각, 다수의 생각을 접한다. 언론에 대한 신뢰는 언론이 전달하는 정보에 대한 신뢰를 낳는다. 정보에 대한 신뢰는 정보의 권위(authority)에 기인한다. 언론은 신뢰할만한 정보원(취재원)을 활용함으로써 정보의 권위를 확보할 수 있다. 언론은 해당 사안에 전문적인 식견을 지니고 있거나 다수의 생각을 대표할만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해당 정보원을 신뢰할만한 취재원으로 여긴다.
언론이 공중에게 신뢰할만한 정보원이라고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는 실명 취재원 활용이다. 취재원이 자신의 신분 노출을 꺼리거나 직간접적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불가피하게 취재원을 익명으로 처리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정보원의 신원을 공개함으로써 정보의 신뢰성을 일차적으로 확보한다.
인간에게는 다수의 생각과 행동을 모방하려는 심리가 있다. 따라서 언론은 우리 사회의 의견 분위기를 전달하는 경우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설득 전략을 갖추어야 한다. 출처가 가려진 익명 취재원을 남용하는 보도 행위는 주장의 논리적 근거를 약화함으로써 정보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 소식통, 관계자, 측근 등 불특정 다수 취재원을 활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누리꾼의 의견이 여론으로 둔갑하는 보도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명확한 근거 제시 없이 ‘믿어달라’고 공중을 설득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늘날 언론이 주력하고 있는 팩트체킹(fact-checking, 사실검증)은 산재해 있는 수많은 정보 가운데 믿을만한 정보를 가려내는 작업이다. 허위조작정보, 루머 등이 뒤섞여 있는 현실 세계에서 믿을만한 정보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왜, 어떠한 근거로 해당 정보가 신뢰할만한지 타당한 근거 제시가 필수적이다. 팩트체킹을 통해 걸러진 정보가 공중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언론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보도의 내용이 어떠한 이유에서 믿을만한지 충분한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는 일은 결국 불편부당하고, 공정하며, 사실 충실한 보도를 견인한다.
“왜”라는 질문은 우리를 당황케 할 수 있다. 내가 믿는 주장이 옳다고 증명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근거를 찾으려 애써야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력은 온전히 새로운 생각을 도출해내는 능력이 아니라 기존의 생각을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통찰력이다. 내가 옳다고, 반대로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있는 나의 주장의 근거를 점검해보는 일이 창의력을 갖추기 위한 첫 시작이 될 수 있다. |
'<가톨릭 관련> > ◆ 가톨릭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신앙인의 눈] 언론인 신앙학교가 나에게 준 선물 (0) | 2021.03.21 |
|---|---|
| [박노해 사진 에세이 길] 고립된 팔레스타인 (0) | 2021.03.21 |
| [현장에서] 소방차와 교회의 공통점 (0) | 2021.03.20 |
| [민족·화해·일치] 국제 '마라손' 경기대회서 뛰어보기 (0) | 2021.03.19 |
| [현장 돋보기] 미얀마 보 추기경의 첫 해외 언론 인터뷰 (0) | 2021.03.1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