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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송종규 시인 / 히야신스

by 파스칼바이런 2021. 6. 10.

송종규 시인 / 히야신스

 

 

그러므로 모든 서사는 안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서사도 안전하지 않다

모든 부류의 사물은 결국 서사로 이루어져 있지만

사람의 생애 역시 서사 아닌 것이 없다

그것은 실타래처럼 얽혀있거나 뜨거운 웅덩이처럼

함몰되어 있기도 하다

만약 당신이 히야신스나 한 사람의 생애에 대해

기술하길 원한다면

꽃이나 사람의 생애는 곧, 왜곡되거나 과장되어 진다

당신의 문장은 날렵하거나 기발하기도 하지만

당신이 만약 시인이라면

어떤 대상에 대해서 함부로 발설하려하지 말 것,

그 남자의 구부정한 등이 한권의 서사인 것처럼

훌쩍거리며 국물 마시는 당신도 결국 한 권의 서사이다

젖은 길바닥에 버려진 우산이나 페트병도 알고 보면

글씨들 빼곡한 한 권의 책

 

히야신스는 눈물처럼 맑은 문장이다

구름이 느리게 한 생애의 머리 위로 지나간다

 

계간 『애지』 2021년 봄호 발표

 

 


 

송종규 시인

경북 안동에서 출생. 효성여대 약학과 졸업. 1989년 《심상》 신인상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그대에게 가는 길처럼』 (둥지, 1990), 『고요한 입술』(민음사, 1997), 『정오를 기다리는 텅 빈 접시』(시와반시사, 2003), 『녹슨 방』(민음사, 2006), 『공중을 들어올리는 하나의 방식』(민음사, 2015)이 있음. 2005년 대구문학상 과 2011년 제31회 대구시 문화상(문학부문), 2013년 제3회 웹진『시인광장』 시작품상, 2015년 제13회 애지문학상, 2017년 제10회 웹진『시인광장』 선정 올해의좋은시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