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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신 앙 관 련

[사도직현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by 파스칼바이런 2021. 4. 9.

[사도직현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장은열 (골룸바, 골롬반 평신도 선교사)

가톨릭평화신문 2021.04.04 발행 [1607호]

 

 

 

 

‘어떻게 이런 일이 나에게.’

 

3년 전 미얀마 북부 카친 지역에서 골롬반 평신도 선교사로 활동하던 중 마침 비자 갱신차 잠깐의 휴가를 내서 고국에 왔을 때 건강검진을 받게 되었는데 뜻밖에 암 선고를 받았다.

 

늘 건강했고 특별한 잔병치레도 없어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기에 암 선고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항암치료가 끝나면 다시 선교지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고 그렇게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하지만 항암치료 중 다른 합병증까지 생겨 건강은 급격히 나빠지고 장기간의 치료가 요구되는 상황이 되면서 선교지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선교사로서의 삶도 이제 끝이라는 절망감이 나를 고통스럽게 했다. 설상가상으로 어머니마저 폐렴으로 돌아가시면서 내가 가진 모든 소중한 것을 잃었다는 것에 분노도 느꼈다.

 

어떻게 이런 일이 한꺼번에 생길 수 있는지, 모든 상황이 하느님이 주신 것이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누군가 원망의 대상이 필요했고 자연스럽게 모든 화살이 하느님께로 향했다. 사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억지스러울 수 있지만, 당시 내 모습은 ‘내가 지난 30년 동안 선교사로 살면서 만났던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려고 했던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한없이 나약한 인간이었다.

 

그렇게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조금씩 건강을 회복하면서 해외선교가 아니어도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되었다. 이주민 사목이었다. 이주민은 고향을 떠나 낯선 문화와 다른 삶의 방식, 언어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에도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각자의 신앙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이다. 특히 한국 남자와 결혼해 가정을 이뤄 사는 다문화 가족을 방문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

 

하지만 한편 지금 이 순간 무고한 미얀마 시민들이 군부에 대항하다 희생당하는 모습을 날마다 뉴스로 접하면서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민주화를 위한 미얀마 시민들의 간절한 염원이 승리하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