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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반칠환 시인 / 웃음의 힘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6.

반칠환 시인 / 웃음의 힘

 

 

넝쿨장미가 담을 넘고 있다

현행범이다

활짝 웃는다

아무도 잡을 생각 않고 따라 웃는다

왜 꽃의 월담은 죄가 아닌가?

 

시집『웃음의 힘』(지혜, 2012)

 

 


 

 

반칠환 시인 / 새해 첫 기적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시집『웃음의 힘』(지혜, 2012)

 

 


 

 

반칠환 시인 / 봄

 

 

저 요리사의 솜씨 좀 보게

누가 저걸 냉동 재룐 줄 알겠나

푸릇푸릇한 저 싹도

울긋불긋한 저 꽃도

꽝꽝 언 냉장고에서 꺼낸 것이라네

아른아른 김조차 나지 않는가

 

 


 

반칠환 시인

1964년 충북 청주에서 출생. 1989년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9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저서로는 시집으로 『뜰채로 죽은 별을 건지는 사랑』, 『웃음의 힘』, 『전쟁광 보호구역』과 시선집 『누나야』 시평집 『내게 가장 가까운 신, 당신』,  『뉘도 모를 한때』, 『꽃술 지렛대』 장편동화 『하늘궁전의 비밀』, 『지킴이는 뭘 지키지?』 인터뷰집 『책, 세상을 훔치다』 등이 있음. 1999년 대산문화재단 시부문 창작지원 수혜. 2002년 서라벌 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