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달라진 북한을 제대로 봐야 (임을출, 베드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가톨릭평화신문 2021.05.23 발행 [1614호]
우리는 한시라도 북한 문제를 잊고 살아가기 어렵다. 어떤 식으로든 한반도의 운명과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든 싫든 북한은 늘 주시와 관찰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북한에 대해 지독한 편견과 오해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북한은 그렇게 달라져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여전히 불신, 혐오와 적대의 대상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다. 요즘 또다시 북한이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코로나19로 빗장을 걸어잠근 지가 꽤 오래되면서 북한 내부상황에 대한 궁금증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북한은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가장 혹독한 시절을 보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강화된 국제사회의 제재에, 코로나19 감염병 유행, 나아가 북미, 남북 갈등 국면 지속 등 그 어느 것 하나 우호적인 것이 없다.
코로나19 방역대책으로 중국 국경을 폐쇄하고 사람과 물건의 왕래를 강력히 제한한 지 1년이 훌쩍 지났다. 2020년 대중 무역액은 전년 대비 80.7% 감소하였으며 경제 제재가 강화되기 전인 2016년과 비교하면 약 90%가 감소하였다. 내부적으로 물자부족 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북한은 방역 조치와 관련해서는 전혀 양보하지 않고 일관된 정책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이후 한결같이 강력한 수준에서, 엄격하게 비상방역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외부세계에서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연결시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북한 주민들을 지나치게 통제하고, 이에 따라 경제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요지부동이다. 예전 같으면 비공식적으로라도 식량이든, 백신이든 우리 쪽이나 국제기구에 손을 내밀어 적극적인 원조를 요청했을 것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북한의 수해, 태풍피해 등 자연재해나 다른 국가적 위기가 오히려 남북 관계 또는 북미 관계 전환의 계기가 되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방역조치에 대해서는 전혀 타협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북한이 일부 탈북자 단체들이 보내는 전단지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코로나 방역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북한 매체는 바람에 날려오는 물체에도 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다며 극도의 경계감을 드러내며 필요하면 고사포로 대응하겠다는 제스처를 보여주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선 방역 성공이 자신이 이뤄낸 큰 성과이다 보니 방역에 구멍을 내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과거 패턴에 기초해 북한의 행동을 분석·평가, 전망한다면 이는 지금의 김정은 정권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 된다. 김정은 정권은 지금의 위기(?)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 북한은 과학기술에 기대는 자력갱생을 국가발전의 핵심 전략으로 꼽으며 “사대와 외세의존은 예속과 망국의 길”이라고 줄기차게 강조하고, 실제 실천과 행동으로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믿을 것은 과학기술뿐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대외관계를 전혀 개선시키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대외관계를 전면적으로 확대 발전시켜나갈 것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자력갱생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남한을 비롯해 심지어 중국에도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을 강화하고, 역량 결집과 내부 결속, 일심단결로 지금의 어려움을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입장과 전략이 얼마나 먹힐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 어쨌든 달라진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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