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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구석본 시인 / 고독의 무중력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9. 22.

구석본 시인 / 고독의 무중력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나를 찾으려 하지 마

나를 찾는 순간, 나는 사라지지

내가 있는 곳은 깊고 서늘한 처음의 어둠 속이야,

어둠 속의 별 혹은 별빛 같은 것이 나야,

아무것도 밝히지 못하고

스스로만 밝히는 저 별 혹은 별빛 같은,

그래서 우주의 안이면서 우주가 되지 못한 채

고독의 무중력으로 떠 있는 거야,

 

그래도 너는 나를,

별 아니면 별빛이라 부르지.

 

 


 

 

구석본 시인 / 가시

 

 

어느덧 우리는 울지 않는다.

뽑히지 않는 가시의 힘으로 꽃이 피어나는 봄밤에도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맨살처럼 부드러운 장갑 낀 손으로

장미꽃 한 송이 거침없이 꺾는다.

 

드디어 우리는 뿌리를 잃어버렸다

 

 


 

구석본(具石本) 시인

1949년 경북 칠곡에서 출생. 영남대학교 문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1975년 《시문학》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지상의 그리운 섬』, 『노을 앞에 서면 땅끝이 보인다』, 『쓸쓸함에 관해서』,『추억론』  『고독과 오독에 대한 에필로그』가 있음. 1985년 대한민국문학상 수상. 대구광역시문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