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김정은 정권의 통일전략, 어떻게 달라졌나 (임을출, 베드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가톨릭평화신문 2021.06.20 발행 [1618호]
“확 전쟁이라도 났으면 좋겠습니다.” 북한을 연구하다 보면 적지 않은 탈북자들을 만나 심층 인터뷰라는 것을 하게 된다. 문헌 연구만으로 북한을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북한에서 살다 온 주민들을 만나 그들이 살아오면서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북한 체제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그리고 대다수의 주민이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가장 원하는지, 그리고 싫어하는지 등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적지 않은 탈북자들이 공통적으로 소망한 것이 전쟁이었다. 이들에게 전쟁은 곧 현상변경의 유일한 수단으로서 현 북한체제로부터의 해방이고, 고단한 삶으로부터의 탈출이다. 전쟁은 통일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이처럼 북한 주민들은 전쟁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통하지 않고서는 현재의 열악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북한 주민이나 엘리트들의 이런 속마음을 어느 정도 읽고 있는 듯하다. 민심을 얻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그래서 우선 식의주 문제부터 해결하려 한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집권 초부터 주민생활 향상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 왔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2012년 4월 첫 공개연설에서는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누리게 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언급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후 인민대중제일주의라는 정치구호를 가장 자주 언급하고 있다. 선군정치가 아버지 김정일의 정치방식을 상징한다면, 인민대중제일주의는 김정은 정치방식을 상징한다. 그만큼 그에게 민생 문제 해결은 절박한 목표임을 재확인시켜 주고 있다. 그러나 인민생활향상 목표는 핵과 미사일 개발 고도화에 의해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를 불러왔고, 최근에는 코로나19라는 초유의 감염병 사태에 직면하면서 많은 차질을 빚게 된다.
얼마 전 지난 1월 개정된 것으로 알려진 노동당 규약 전문이 공개되었다. 북한에서 당규약은 “당건설과 당활동의 지침이며 당조직들과 당원들의 행동규범이고 활동준칙”이다. 어쩌면 헌법보다 더 중시되는 것이 당규약인지 모른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과 언론은 당규약 개정에서 북한이 남한을 ‘혁명 대상’으로 명시한 규약 속 내용 가운데 ‘북 주도 혁명통일론’ 관련 문구를 삭제한 것을 가장 중요한 내용으로 지적했다. ‘조선노동당의 당면 목적’을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 과업 수행’에서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적인 발전 실현’으로 대체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북한이 사실상 통일을 포기했다는 식의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사실 개정된 당규약 서문에는 통일 관련 내용이 적시되어 있다. 통일을 위한 투쟁과업으로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하여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을 수호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자체의 힘으로 평화를 보장하고 통일을 앞당기려는 당의 입장은 확고부동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은 통일과업 관련 당면 과제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확보를 제시하고 있다. 한반도는 일시적인 정전상태에 있는 지역이며, 이로 인한 불안정한 정세는 우리 겨레의 생존과 발전을 위협하고, 조국통일을 가로막는 주된 요인으로 평가한다. 특히 한미연합군사훈련, 첨단무기의 한반도 반입이 한반도의 불안정성 심화하고 대규모 전쟁연습은 한반도 긴장을 격화시켜 우발적인 전쟁, 나아가 핵전쟁도 가능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의 길을 열기 위해서는 우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화로운 환경에서 경제건설에 집중해 주민들의 식의주 문제를 먼저 해결하려는 것이 현 단계 통일문제에 대응하는 북한의 전략인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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