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성당이야기] (10)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하) ‘진실의 입’ 보고 들어가, 중세 전례 공간과 성인 유해를 만나다 가톨릭평화신문 2021.06.27 발행 [1619호]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을 유명하게 한 것은 아무래도 성당 현관에 있는 ‘진실의 입’(La Bocca della Verit)이라고 불리는 고대 로마 시대의 유물일 것이다. 이 고대 유물은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펙이 주연한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오며 많은 사람에게 널리 알려졌다. 1631년에 현재의 위치에 배치된 1200㎏의 대리석 원반은 강의 신(포르투누스)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근처 로마의 유명한 하수도가 있었기 때문에 맨홀 뚜껑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기하학적인 대리석 모자이크
진실의 입이 있는 현관을 지나 성당 내부로 들어가면 두 줄의 코린토식 기둥열로 구분된 세 개의 회중석을 볼 수 있다. 18개의 기둥 중 로마 시대의 것은 11개 젤라시우스 2세 교황에 의해 복원되었다. 중앙에는 전례 거행에 있어서 꼭 필요한 공간인 회중석, 성가대석, 제단이 배치되어있다.
성당 문을 열고 들어가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코스메딘식 모자이크로 장식된 대리석 바닥이다. 그리스어 형용사인 ‘kosmidion’은 ‘아름다운, 장식된’이라는 의미로, 이 양식은 중세의 성당에서 바닥, 주교좌, 성가대석 및 천개(발타키노) 등을 장식하는 데 사용되었다. 이 용어는 유명한 로마 대리석 조각가 가족인 코스마토에서 유래했다. 이 작품은 성모 마리아 대성전, 라테라노의 성 요한 대성전, 성 크리소고노 성당 등에서 볼 수 있다. 이 원, 사각형, 삼각형 등의 기하학적인 문양의 코스메딘식으로 꾸며진 대리석 바닥을 따라가면 나지막한 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성가대석(Schola Cantorum)이 나온다.
하느님과 대화하는 동산인 성가대석
대리석 벽으로 둘러싸인 측면에는 두 개의 독서대가 있다. 하나는 사도 서간 낭독을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복음을 선포하기 위한 것이다. 서간 낭독용 독서대는 동쪽의 제대를 향해 있으며 그리스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기초에 적자색의 대리석으로 만들어져있다. 복음 선포용 독서대는 피레네 산맥의 각력암이 들어있는 기초 위에 있고, 측면에는 ‘빈 무덤’을 상징하는 회색 대리석이 있으며, 빛의 세계인 남쪽에서 어둠의 세계인 북쪽을 향해 보면대가 배치되어 있다. 이 복음 선포 독서대 옆에는 파스쿠알레 로마노가 제작한 웅크리고 있는 사자 조각이 돋보이는 기둥 모양의 파스카 촛대(13~14세기)가 서 있다.
거룩한 장소를 지키는 사자는 일반적으로 강력한 힘과 정의를 구현하는 특별한 권한을 지닌 존재로 상징화되었다. 왕좌나 주교좌를 사자로 장식하기도 했다. 사자는 태어나면 죽은 것처럼 보이다가 셋째 날에 눈을 뜨기 때문에 사흘 후에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연상시킨다. 승리하신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유다 지파의 사자는 일곱 봉인을 뜯고 두루마리를 펼 수 있는 권한을 지니고 있다.(묵시 5,5)
두 개의 독서대와 파스카 촛대, 그리고 성가대원을 위한 의자로 구성된 성가대석은 하느님과의 대화를 자유롭게 하던 에덴동산을 연상시키며 주님의 부활이라는 복음을 선포하는 마당이다.
페르굴라를 지나 천개가 있는 제대
전례를 거행할 때 사제들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제단과 성가대석을 분리하는 페르굴라(pergula, 난간)를 만난다. 비잔틴 지역에서 공간 구분을 위해 형성된 페르굴라는 모자이크로 장식된 벽을 기둥이 지지하고 가운데에 제단을 향한 통로가 있는 구조로, 동방교회에서는 성화벽으로 발전한다. 이 페르굴라를 지나면 천개가 있는 주제대를 만난다.
화강암 받침 위에 욕조 모양의 붉은 대리석 테이블로 구성된 주제대는 치릴라, 힐라리오, 코로나토 성인의 유해를 안치하고, 갈리스도 2세 교황에 의해 1123년 5월 6일에 봉헌되었다. 그 위에는 성 밖의 성 바오로 대성전의 영향을 받은 데오다토 디 코스마(1294)의 작품인 고딕식 천개가 있다. 그것은 대리석으로 되어 있으며, 4개의 코린토식 기둥에 놓여 있다. 앞면의 펜던트는 피에트로 카발리니니가 ‘산타 마리아 인 트라스테베레’ 대성당을 연상시키는 주님 탄생 예고를 묘사한 모자이크가 금색 배경에 장식되어 있다. 콘스탄티누스 대제 시대에 성 베드로 대성전에 순교한 사도를 위한 조형물로서 천개를 설치하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특별히 존중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나 물건 위에 설치하는 ‘닫집’은 중세에 들어와서 제대 윗부분에 지속해서 설치되었다. 성체성사를 거행하는 장소로서의 중요성을 드러내기 위함이었다.
지하 무덤과 성 발렌티노의 유해
성가대석 아래에는 아마도 이러한 유형으로는 가장 오래된 8세기 지하 무덤이 있는데, 1717년에 양쪽 계단이 개방되었다. 코린토식 기둥으로 공간이 분절되어 있으며, 측벽을 따라 16개의 반원형 벽감이 있다. 원래 근처의 카타콤바에 안치되어있던 성인들의 유해를 보관하는 데 사용했다. 무적의 헤라클레스 제단의 석재들을 활용하였고, 안쪽으로 반원형 애프스에는 정면에 십자가가 새겨진 작은 제대(5~6세기)가 있으며, 그 위에는 성녀 치릴라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여러 성인의 유해가 성당 안에 보관되어 있다. 그중에는 ‘밸런타인데이’로 유명한 2월 14일에 경축하는 성 발렌티노의 두개골이 주의를 끈다. 발렌티노 성인이 동명이인(同名異人)이라는 설과 한 성인에 대한 두 개의 전통이라는 설이 있다. 성 발렌티노의 축일을 연인들의 축일로 기념하게 된 것은 14세기부터이다. 연인들이 이날 서로 주고받는 특별한 형태의 축하 카드도 성행했는데, 이날을 선택하게 된 것은 이 시기가 새들이 짝짓기하는 기간의 시작이었기 때문이라고 여겨지기도 하고, 또는 젊은 여인들이 ‘발렌틴’(Valentin), 이른바 자신들을 흠모하여 시중을 드는 기사들을 선택하고 이 기사들은 젊은 여인들에게 선물을 바치는 전통에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비잔틴 교회에서 벌어진 성화상 논쟁으로 인한 박해를 피해 로마로 피난 온 그리스인들의 거주지에 있는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은 전례 공간에 관한 중세 시대의 발전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성당이다. 현관에서 진실을 확인받는 큰 입을 가진 강의 신을 만나고 성당 내부로 들어와서 ‘진리’를 듣고, ‘진리 자체’이신 주님과 일치하여, 지하 무덤에 있는 순교자들처럼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진리의 선포자가 되기를 권고하는 성당이라 기억에 남는다.
윤종식 신부(가톨릭대학교 전례학 교수)/박원희(사라, 이탈리아 공인 가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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