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2021년 시월에 (최영일, 빈첸시오, 공공소통전략연구소 대표) 가톨릭평화신문 2021.10.03 발행 [1631호]
올해 가을도 역사적으로는 비정상, 비일상적 시기로 역사에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해에 이어 코로나 팬데믹이 계속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이미 추석 명절 연휴가 지나자마자 9월 후반 일일 확진자 수가 3000명을 넘기도 하고, 2000명대가 이어지는 감염 확산 위험이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은 그 이후에 대한 예견이 구체화 되고 있다. mRNA 백신을 만들고 보급하고 있는 모더나의 CEO와 화이자의 회장은 현재의 바이러스 위기가 1년 후 정도면 종식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다만 바이러스가 소멸 되는 것은 아니기에 매년, 혹은 2~3년에 한 번 백신을 접종해야 하지만 치명률이 독감 수준으로 통제되면 우리는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벌써 1년 반이 넘어 내년 1월이면 꼬박 만 2년을 코로나라는 괴물과 싸우는 나날을 보내왔다. 그런데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이 개인이나 특정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한 사회, 한 국가, 아니 세계적 차원에서 겪는 터무니 없는 경험은 수많은 파문을 낳고 있다. 바이러스와 상대하기 위해 우리는 많은 제약을 감수해 왔고, 여전히 감수하고 있다.
그 결과 가장 타격을 받는 영역은 경제활동이다. 특히 밀집, 밀접, 밀폐를 막아야 하기에 식당, 카페를 비롯해 다중이용시설을 운영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고통은 커졌고, 이 고통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누적된 무게가 가중되고 있으며 개인에게 전가된 해결방안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이 현실의 위기가 하나의 판타지에 주목하는 예상치 않은 결과로 이어지는데 그것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대흥행이다. 기업이 어려워져 직장에서 해고된 후 인생 막장 백수로 살며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상실한 채 한 판 도박에 찰나의 요행을 걸고 점점 더 수렁으로 빠져드는 인물이 주인공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패자로 전락한 사람들이 공정하고 평등한 기회를 주는 게임에 참여한다는 미명 아래 비인간적 상황을 받아들이고 동화되다 못해 잔혹한 짐승, 괴물로 변해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그런데 어쩌면 현실 사회의 문제를 게임 월드라는 축소판으로 단순화하여 대립과 갈등, 양극화의 모순과 잔인함이 극대화된 이 드라마에 대한 공감이 우리 사회만의 일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콘텐츠 공급 플랫폼의 경쟁구도에서 전 세계 1위를 기록한 것이다. 문화 영역의 일이긴 하지만 드라마 속의 극단적이고 비정한 상황에 대해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많은 나라의 민초들이 공감하고 분노하며 대안을 찾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는 현상이다.
더 큰 문제는 일그러진 판, 이것을 우리는 플랫폼이라고도 부르고, 더 넓은 의미로는 사회구조라고도 부르는데 게임 룰을 정하는 운영자가 나쁜 집단이라는 점이다. 현실에서 이 영역은 권력을 다루는 정치의 영역이다. 다가오는 내년 봄 대선을 앞두고 정치판은 가관이다. 우리가 이기면 나라가 살고 상대가 이기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굴고 있다.
9월 말 치러진 독일 선거에서 유럽과 세계를 이끌었던 앙겔라 메르켈 체제가 16년 만에 막을 내렸다. 독일 선거는 밋밋하고 지루할 정도로 차분했고, 선거 과정은 대부분 정책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우리도 과도한 열기를 빼고, 이성적으로 접근하자. 대선은 오징어 게임이 아니다. 맛있는 오징어는 지금이 딱 제철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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